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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포스트 미야자키는 힘들 듯 합니다 호소다 감독님.
게시물ID : movie_5070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akanechang
추천 : 1
조회수 : 53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11/27 16:09:12
괴물의 아이 보고 왔습니다. 

전작 늑대 아이쪽도 솔직히 연출쪽은 꽤 실망했지만 '강한 메시지', 즉 모정에 대한 이야그 그 자체는 가슴이 찡해지는 그런 감동은 있었어요. 그 때 보면서도 꽤나 불편하게 느껴졌던 연출이 몇몇 있었는데 이번 괴물의 아이에서는 특히 더 눈에 거슬리더라고요.

일단 극장판이라는 러닝타임은 한 편에 3시간이면 극장주 얼굴도 편찮으시고 관객들 방광도 편찮으셔서 대개 2시간 이쪽 저쪽으로 러닝 타임이 결정 나죠. 물론 괴물의 아이는 러닝 타임이 길지도 짧지도 않을 뿐더러 적당하기도 합니다. 다만 스토리의 완급에 씬이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감독의 메시지에 극이 따라 간다는게 꽤 큰 흠이죠.

괴물의 아이에서는 적어도 카에데가 등장하기 전까지의 흐름은 크게 나쁘지 않았어요. 

문제는 등장인물이 왜 그런 행동을 하게 되는가에 대해서이죠. 

전반의 큐타는 입버릇 나쁘고 자기만의 고집이 뚜렷하지만 갑작스런 부모의 이혼 직후 어머니의 갑작스런 교통사고가 이런 큐타의 성격이 왜 이모양인가에 대해서 충분한 설명이 있었죠.

그리고 자신을 데리러 오지도 않은 아버지를 원망하며 집을 나온 그 날밤 자신과 똑같은 어린시절을 보낸 쿠마테츠삐뚤어진 큐타의 미래버전를 만나게 되었고 17살까지 쥬텐가이에서 살게 되었고, 쿠마테츠 밑에서 '무술'을 익히게 되었죠.

한데 17살에 인간의 세계에 다시 나왔을 때 엥? 왠 도서관?

여기서부터 고장난 레코드 삑사리 나듯 연출이 튀기 시작합니다. 

쥬텐가이에서의 무술은 괴물의 아이 '큐타'로서의 정체성입니다. 어머니의 갑작스런 부재에 큰 충격을 받아 방황하는 아이에게 무술은 자신을 거두어준 쿠마테츠와의 연결 고리이자 쥬텐가이와도 연결 고리가 되죠. 

당시 쥬텐가이의 수장이 신이 되기 위해 은퇴를 선언했으며 차기 수장 후보로 이오젠과 쿠마테츠 두 사람이 꼽히고 있는데 이 둘 중 가장 강한자를 수장으로 뽑겠다고 한거죠. 고로 무술은 쥬텐가이를 설명하는 키워드이자 쿠마테츠와 큐타의 관계의 상징이죠.

그럼 도서관은 무엇일까요? 지식이죠. 

문명화 된 인간사회에서는 육체의 힘으로 최고를 뽑지 않죠. 지식을 가진자가 우두머리가 되죠. 즉 도서관은 괴물의 아이 큐타가 아닌 인간 소년 렌으로서 인간세계와의 연결 고리를 상징하죠. 

근데 이게 왜 문제일까요?

너무 갑작스럽잖아요 감독님. 아니 연출 기법이고 뭐시고 허구헌날 술만 푸는 잉여인생 곰탱이랑 말싸움만 하는 싸가지 없는 꼬맹이 자식이 갑자기 공부가 재밌다고 달려들면 사람이 당황해요 안 당황해요?

근데 메시지를 쫓아 폭주 본격 관객이 아전인수 하는 이 영화의 문제점은 당연히 여기서 끝이 아니죠.

카에데를 만난 뒤 괴물의 아이 큐타의 정체성을 뒤흔드는 이벤트가 하나 더 벌어지게 되죠. 자신을 버린줄 알았던 친아버지와의 만남입니다.

다시 인간의 세계로 돌아 가야 할지 괴물의 아이 큐타는 망설이는데 불 난집에 다이너마이트를 끼얹는 쿠마테츠. 침대 밑에 숨겨 둔 참고서보통야한잡지아닌가?를 발견한 쿠마테츠는 인간의 세계에서 공부 하겠다는 렌을 다그치게 되고 이에 빡친 렌은 결국 쥬텐가이를 나와 인간의 세계로 돌아 오게 됩니다.

...;;;;;

아니 저기요 감독님. 감독님 뜻은 알겠는데요. 위에 그랬잖아요. 허구헌날 술만 푸는 곰돌이랑 그리 사이좋게 말싸움 까던 싸가지 없는 꼬맹이가 갑자기 공부가 재밌다니요. 너무 허술하잖아요. 

괴물의 아이 큐타인가? 인간 소년 렌인가? 그제야 자기 정체성에 의문을 품게 됩니다. 이럴 때 원망이라도 할 수 있음 좋으련만 인간 세계의 친아버지는 뒤늦게 렌이 없어진 걸 알고 안 돌아다닌 곳 없이 렌을 찾아 헤맸다는 말에 렌은 아버지에 대한 원망도 길을 잃게 되고 어릴 적 받은 상처와 정체성의 혼동은 17살 어린 나이의 소년에게는 너무 큰 숙제였죠.

저기저기 감독님. 제 눈에는 큐타가 너무 밝게 자란 것으로 보입니다만... 게다가 신경줄 굵기가 고래 힘줄 XXL 사이즈랑 맞먹는 녀석이 쿠마테츠의 말 몇마디에 어릴 적 심리적인 상처가 대체 어떻게 하면 염동력으로 발전하는지 당췌 이해가 안 가는 뎁쇼. 

일단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최종보스랍시고 나온 이치로히코가 왜 고래로 코스프레하는지 이치로히코의 어둠을 자양강장제대용으로 흡입하시려는 큐타는 대체 언제 어둠의 활용 100선을 배운건지 일일이 태클 걸려니 손가락이 아파오기 시작하네요.

아 그리고 이 애니메이션 전반을 덮는 문제가 하나 있죠. 주인공들의 심리적인 클리쉐이죠. 물론 감독의 메시지에 무게추가 기울면 캐릭터가 평면화 되는 문제점은 감독이 무엇을 던지느냐에 따라 큰 문제가 될 수도 아닐수도 있습니다만...

전형적인 일본 애니메이션의 심리 구조를 그대로 따라간다는 게 문제죠. 사춘기에는 무엇이든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게 괴물의 손에서 자라나서 염동력을 쓰는 판타지가 되더라도요. 오히려 좋은 도구일 때도 있습니다. 인간의 심리란 형이상학을 형상화하면 판타지야말로 알맞는 도구가 될지도 모르죠.

하지만 극에 있어 감독의 메시지 만큼 중요한 건 각 캐릭터가 살아서 스스로 스토리를 쥐고 펴고 하는 호흡 또한 중요하죠. 우리는 감독이 무엇뭔가보여드리겠습니다.환상의똥꼬쑈을 하는지만 보는게 아니니 말입니다. 캐릭터가 스스로 호흡을 하면 감독은 또한 이야기의 구조에 대해서 약간의 자유를 얻게 되고 어쩌면 면피가 될지도 모르지만 보고 해석할 수 있는 자유또한 관객이 원하는 겁니다. 

상징과 기호의 활용은 좋지만 캐릭터가 지나치게 일본식 애니메이션 등장인물이 되는 건 저번 늑대아이에서도 같은 문제였죠. 결국 감독이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서 이끌어 간다면 이번처럼 세계관이 헐렁해 보이는 문제점이 바로 보이는 경우도 생기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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