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승호기자
최근 삼성 계열사들이 위법 행위를 연발해 스스로 `일류기업'의 이미지를 깎아내리고 있다.
삼성 측은 `실수'라고 해명하고 있으나 감독당국과 업계에서는 삼성그룹의 관리 체계에 한계를 드러낸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4일 금융감독원과 금융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의 대표 금융사인 삼성증권[016360] 이 주식 공개 매수 주간사업무를 맡으며 증권거래법을 위반한 채 주식 거래를 한 사 실을 자진 신고해 감독당국의 검사를 받게 됐다.
삼성증권은 씨티그룹이 지난달 3일부터 30일까지 한미은행 주식 97.5%를 공개 매수하는 기간에 주간사임에도 불구하고 상품계정을 통해 221만5천880주(337억원 상 당)를 장내에서 사들여 4억원 가량의 차익을 얻게 됐다고 금감원에 신고했다.
이는 주간 증권사가 공개 매수 이외에 장내 매수 등 다른 방법으로 관련 주식을 매수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증권거래법을 어긴 것이며 이런 형태의 법 위반은 처음 있는 일이다.
삼성증권은 이에 대해 주간사 업무를 맡은 부서가 아닌 다른 부서에서 관련 규 정을 모른 채 `일을 저질렀다'고 해명했으나 감독당국에서는 단순 실수 차원을 넘어 선 관리상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삼성증권에서 이런 법 규정 위반행위를 한 것은 고의성 여부 를 차치하더라도 내부 관리상 허점을 드러낸 것"이라며 "회사내 사업부문별로 성과 경쟁을 하다보니 사업부문간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데서 비롯됐을 가능성 이 높다"고 진단했다.
그는 "황영기 전 사장이 우리금융으로 자리를 옮긴 이후 사장이 바뀌는 과정에 서 약화된 조직관리도 원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삼성 계열사가 특정 사안에 대해 어처구니없는 법 위반을 저지른 것은 이번 만 이 아니다.
삼성 에버랜드가 2003년 말 대차대조표상 금융지주회사법이 규정한 금융지주회 사 요건에 해당되나 금융감독위원회의 인가를 받지 않아 금융지주회사법을 어긴 사 례가 이에 포함된다.
금감위가 지난달 27일 자체 해소 방안을 오는 6월 말까지 제출하도록 요구한 것 으로 잠정 봉합이 됐으나 에버랜드가 금융지주회사 전환을 의도하지는 않았다는 점 에서 역시 일류기업의 `실수'로 기록됐다.
또한 삼성카드는 1998년 말 에버랜드 지분 5% 이상을, 지난 1999년 4월 에버랜 드 유상증자시 20% 이상을 각각 취득했으나 감독당국의 승인을 받지 않아 금융산업 구조개선법을 위반했다는 지적이 나와 역시 금감위가 사실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이밖에도 삼성생명은 장기투자 유가증권 손익배분과 관련, 투자이익을 현재보다 많이 계약자몫으로 돌리도록 감독규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감독당국과 맞서고 있 는 등 여러 삼성 계열사들이 당국의 `처분'을 기다리고 있다.
이동걸 금감위 부위원장은 최근 이같은 일련의 `삼성 사태'에 대해 "재벌의 거 대하고 복잡한 구조가 관리의 한계를 드러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지 적하기도 했다.
김선웅 좋은지배구조연구소 소장은 "시장은 끊임없이 감시하며 변화를 요구하는 데도 삼성은 과거 재벌의 행태를 고수하고 있어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과거에는 삼성이 이런 문제를 입법 로비 등을 통해 해결해왔지만 앞으로 는 경영 방침 등을 바꿔나가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 소장은 "삼성의 계열사 운영도 순환 출자 등을 통한 구태의연한 지배보다는 경영을 잘해서 평가받는 방식으로 변화시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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