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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킹스칼리지 세월호 발표 후기 (사진없음)
게시물ID : sewol_5071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바르조미워
추천 : 12
조회수 : 680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6/06/07 21:58:21
6월 4일 토요일, 박성호 학생 생일에 런던 킹스칼리지에서 있었던 한국 스크린 문화 학술대회에 가서 광화문TV 동영상에 대해 발표하고 왔습니다. 저 혼자 간 건 아니고 외국인 교수님하고 둘이서 발표했습니다.

"스크린 문화"라서 다큐멘터리부터 극영화까지 영화 종류 + 텔레비전 + 인터넷 방송이나 독립영화/비디오까지 한국인이 만든/ 한국에 관한 내용으로 화면에 비치는 모든 것에 관한 학술대회였습니다. 발표 내용도 먹방(...)부터 한류 드라마를 거쳐 5월 광주에 대한 다큐멘터리까지 굉장히 다양했습니다.

저하고 저의 공저자인 외국인 교수님은 일단 다큐멘터리 섹션에 배치가 되었습니다 (광화문TV 생일 동영상이 다큐멘터리였나요...?;;;; )
학술대회 자체는 세월호에 관한 것이 아니었고, 발표할 때 저도 같이 간 외국인 교수님도 모두 단상에 올라가 있었기 때문에 사진은 없습니다.

견본으로 유튜브의 광화문TV 동영상을 잠깐 보여드리고, 광화문TV를 시작하게 된 과정과 생일동영상 제작과정, 부모님들 인터뷰 이야기를 했습니다. 주어진 시간이 20분이라 외국인 교수님 10분 제가 10분 이렇게 얘기하고 나니 금방 끝나더군요.

전체 발표가 끝나고 질의응답 시간에 광화문TV와 세월호에 대한 질문이 단연 많았습니다. 한국학 학회라서 그런지 기본적으로 세월호에 대한 내용은 다들 알고 계시는 것 같아서 사건 자체에 대한 질문은 별로 없었습니다만,
광화문TV 생일동영상에는 시위, 집회 사진이 후반부에 들어가는데 이런 것을 정치적이라고 할 수 있지 않나? - 라고 질문하신 분이 있었습니다.

이 질문을 하신 분은 독일인 교수님이셨는데 저는 '정치적'이라는 말을 듣고 자동반사적으로 패닉에 빠져서 "정치 아니에요!!"라고 대답했습니다만... 
이후 리셉션에서 독일인 교수님은 국가와 정부의 행정적 무능으로 사람이 이토록 많이 죽은 대형참사에 대해 항의하는 활동은 당연히 정치적이며, 정치적인 것이 옳고 자연스럽다는 취지로 말씀해 주셨습니다. '나꼼수'를 아주 재미있게 들으셨다는 이 교수님은 한국 사회가 전반적으로 정치적 저항이나 정권을 비판하는 행위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태도가 답답하신 것 같았습니다.

정치적인 게 당연하다, 정치적으로 저항하는 것이 옳다는 말씀을 들으니 왠지 시야가 밝아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왜 이런 얘기를 외국인한테 들어야만 안심이 될까... 하고 슬프기도 했습니다.

독일인 교수님은 "416의 목소리" 팟캐스트에 대해 알려드리자 매우 궁금해 하셔서 링크 알려드렸습니다.

그리고 학회 전체 조직하신 영국인 교수님은 기억과 치유에 대해서 논평을 해 주셨습니다. 기억하는 행위 자체가 참사의 트라우마에 대한 치유의 과정일 수 있으며, 치유의 일환으로 기억을 기록하는 행위가 중요하다는 말씀이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의학적인 접근이 더 많기 때문에 제대로 이해하려면 한참 공부해야 할 것 같습니다만 기억과 기록 자체가 치유가 될 수 있다는 말씀에서 많이 위안을 받았습니다.

학술발표이면서 동시에 저에게는 일종의 세월호 활동이었기 때문에 "세월호 시위대 모드"로 노란리본 군번줄과 2주기 인양뱃지 남은 것 서너개, 노란리본 손수건 등 관련 물품을 챙겨갔습니다. 발표 끝나고 꽤 많은 분들이 (세월호와 아무 관련도 없는 영국 교수님들인데도) 인양뱃지를 받아서 눈에 잘 띄는 곳에 달아주시고 노란리본 손수건을 받아가 주셔서 무척 감사했습니다.

리셉션에서 그곳 케이터링하시는 바텐더 아저씨하고 잠깐 잡담을 했는데, 한국학하고 전혀 아무 상관이 없는 바텐더 아저씨가 세월호 참사에 대해서 정확하게 알고 계시고 "힐스보로 사건이라는 게 있었는데 둘이 굉장히 비슷하다고 생각했다"고 말씀하셔서 깜짝 놀랐습니다. 

세월호에 대해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발표를 결심했지만, 오히려 가서 여러 다른 분들을 만나서 여러 의견들을 들으면서 제가 많이 힘을 얻었습니다.
기억은 치유이고 회복으로 가는 첫걸음이라고 합니다. 제가 하는 말이 아니고 전문가이신 교수님이 해 주신 말씀입니다.
유럽 사람들도 기억합니다. 그러니까 우리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우리 자신의 치유와 회복을 위해서, 한국 사회 공동체의 더 안전하고 행복한 앞날을 위해서, 좀 더 자신있게 저항하고 말하고 행동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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