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엄마가 해준 반찬 그대로인데,
분명 예전에 친구들이랑 같이 먹었던 그 식당인데,
분명 옛 애인과 함께 갔던 맛집인데,
혼자 먹는 밥은 그렇게도 맛없더라.
그래도 혼자 먹는 술은 그냥저냥 먹을만 했는데
요즘은 왜 이것조차 맛이없냐
라면 국물에 한 잔 마시고,
새우깡 한 입에 한 잔 마시고,
이것도 안되면 엄마가 해준 반찬에 한 잔 마시고,
친구랑 같이 갔었던 식당에 가서 한 잔 마시고,
사랑을 속삭였던 맛집에 가서 한 잔 마시고,
그마저도 안되니 다시 집으로 돌아와서 마저 한 잔 마신다.
맛은 없는데
맛 때문에 취기를 포기하고싶진 않다.
속이 안좋다.
억지로 마시니까 속이 뜨겁다.
그래도 취하니까 그건 그거대로 기분좋네.
취한다.
거하게 취하진 않아도
기분좋게 취한다.
다들 맛있는 술 드세요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