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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본
게시물ID : sewol_5077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바르조미워
추천 : 5
조회수 : 344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6/06/14 21:11:12
서동진 학생 생일 이후로 또 거의 일주일쯤 학생들 생일이 없어서.. 살짝 씁니다.

지난 주에 구의역 9-4 스크린도어 사고로 사망하신 피해자분 발인이 있다고 해서, 마지막 추모행진과 추모제에 참석하고 빈소에 들러 가시는 길에 인사드리고 왔습니다. 그 때 추모제에서 군번줄 검은 리본을 나누어 주셔서 받았습니다.

리본.jpg

사회적 불의, 혹은 사회의 구조적인 부조리로 인해 피해를 당하고 사망하신 분들을 추모하는 방식이 "세월호 모델"을 따르는구나 싶어서 (학술발표한 지 얼마 안 되어 이런 식으로 분석을 하게 되네요) 세월호 참사가 우리 사회에 크고 깊은 영향을 미쳤구나, 하고 새삼 생각했습니다. 추모제에서 발언 혹은 구호를 외칠 때에도 "세월호를 잊으셨나요"라는 언급이 여러 번 있었고, 참가자분들께서 들고 계시는 손피켓에도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과 기업 이익을 위해 사람 생명을 짓밟는 세태에 대한 비판으로 세월호가 언급된 구호와 문구들이 적혀 있었습니다.

구조적인 문제와는 또 별개로, 피해자분의 빈소가 있는 곳이 건대병원이라 행진은 구의역 9-4 승강장에서 시작해서 건대병원 입구 지하철 출입구앞 추모제로 이어졌습니다. 그곳은 제가 정확히 2년 전 이맘때, 세월호 부모님들을 처음 모시고 특별법 제정 서명전을 하러 나갔던 곳입니다.

2년 뒤에도 세월호는 여전히 진도 앞바다에 있고, 저는 같은 장소에 돌아와 또 리본을 걸고 또 다른 피해자분을 위한 추모제를 하려니 정말 참담한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추모제 마지막 순서에서 "잊지 않겠습니다" "끝까지 함께 하겠습니다"라고 함께 외쳤습니다만 저는 눈물이 나서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피해자분은 세월호 피해 학생들과 정확히 동갑입니다. 416가족협의회에서도 "세월호 세대"의 사회적 약자인 피해자가 또 한 명 나왔다는 소식에 조문화환을 보내고 빈소에도 직접 조문을 가셨습니다. 이렇게 생각하고 가서 그랬는지 몰라도 빈소에서 뵌 고인의 영정사진조차 세월호 피해학생 중 누군가와 무척 닮아 보였습니다. 

열 여덟 살, 스무 살...
소년 소녀들이, 젊은 청년들이 자꾸 죽어가는 나라에 희망은 없습니다.
더 이상 억울하게 목숨을 빼앗긴 피해자의 영정을 보는 일이 없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피해자는 자꾸 늘어만 갑니다.

군번줄 리본을 하나 더 달고 나니 가방이 갑자기 무거워진 느낌이었습니다. 2년 전에 안산 올림픽 기념관 임시합동분향소에 처음 갔던 그 때처럼, 고인의 영정을 보자마자 눈물이 흘러넘쳐서 어떻게 집에 돌아왔는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고인께 죄송하고 참담한 마음을 넘어서, 이제는 희망이 없다는 생각이 자꾸 들어서 괴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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