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사고가 4일째를 맞고 있는 가운데 진도 실내체육관과 팽목항, 사고 해역을 찾은 일부 장관과 정치인들의 행태가 입살에 올랐다.
여·야 정치권, 해양수산부·교육부 장관 등은 사고 현황을 점검하고 실종자 구조 대책방안을 마련한다는 취지였지만 일부 부적절한 처신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구조 학생은 바닥에서, 장관은 팔걸이 의자에서... '장관님 오십니다'
▲세월호 침몰사고가 발생한 16일 전남 진도실내체육관에서 침몰사고 현장에서 구조된 사람들이 후송되 체육관 바닥에서 치료와 휴식을 가지던 가운데 서남수 교육부장관이 의전용 의자에서 라면을 먹고 있다.
ⓒ 이희훈
서남수 교육부장관은 사고 당일인 16일 오후 4시 경 구조된 단원고 학생 등이 응급환자 진료소에서 치료를 받고 휴식을 취하고 있던 진도실내체육관을 찾았다.
진도실내체육관에 도착한 서남수 장관은 구조된 학생들이 바닥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누군가 마련해 준 팔걸이 의자에 앉아 컵라면 등을 먹으며, 자신을 수행하던 이에게 함께 먹자고 손짓을 하기도 했다.
< 연합뉴스 > 에 따르면, 서 장관은 사고로 희생당한 학생 빈소가 마련된 안산의 장례식장을 방문해 격한 항의를 받기도 했다. 당시 한 수행원이 유가족들에게 다가가 "교육부장관님 오십니다"라고 귓속말을 건넸다. 이에 앞서 서 장관은 지난달 29일 광주광역시 소재 운암중학교를 방문해 '황제주차'라는 비난을 사기도 했다.
이날 오후 팽목항을 찾은 김황식 전 총리는 현장에 있던 정부 관계자와 만나 악수를 하며 격려하고, 기자들과 잠깐 이야기를 나눈 후 10여 분만에 그 자리를 떴다. 바로 옆에 실종자 가족들의 임시 상황실이 있었지만 이곳으로 발길을 옮기진 않았다.
이날 늦은 저녁 이윤석 새정치민주연합 전남도당위원장은 해경경비정을 타고 사고 해역을 다녀왔다가 '특혜' 논란으로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애를 태우고 있는 실종자 가족들도 현장에 가고 싶어도 배편이 없어 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특권을 누렸다는 것이다.
논란이 커지자 이윤석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은 공식 브리핑 등을 통해 "해경은 안전의 이유 때문에 밤중에는 학부모들을 원하는 대로 다 태울 수 없다는 방침을 갖고 2분만 태운 것으로 확인됐다"며 "어떤 국회의원이 그 밤중에 비 맞으면서 풍랑을 헤치고 특권을 가지고 5시간에 걸쳐 현장을 다녀오겠나, 특혜라는 것은 억울하다"고 밝혔다.
노회찬 "산소통 메고 구조활동 안 할 거면 방문 자제해야"
이들 이외에 여·야 경기도지사 출마자들과 전남지역 국회의원 등 정치인들이 잇따라 진도를 방문하고 있다. 일부 경기도지사 출마자들은 지난 16일 방문한 이후 18일까지 머물고 있다. 대부분 정치인들은 격앙된 실종자 가족들의 자극을 염려해 눈에 띄는 행동은 하지 않고 있다.
재난 현장을 찾는 정부 관계자와 정치인들은 안타까운 마음에 구조 작업을 돕고 실종자 가족을 위로하겠다고 현장을 찾고 있지만 일부는 되레 구조 활동에 방해를 주거나 실종자 가족을 격앙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잇따른다.
이에 대해 정의당 노회찬 전 의원은 17일 트위터에 "산소통 메고 구조 활동할 계획이 아니라면 정치인, (지방선거 출마) 후보들의 현장방문, 경비함 승선은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위기상황엔 중요한 분들일수록 정 위치에서 현업을 지켜야 한다"며 "중앙재난본부 방문으로 또 하나의 재난을 안기지 말자"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