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같은 내용으로 메르스 게시판에도 올라갑니다.
안녕하세요. 예전에 현미경에 대한 썰을 풀겠답시고 과게에세 주저리 주저리 이야기하다가 딱 글 2개 쓰고 무기한 연기 시켜버린 현미경 돌이 입니다.
인터넷을 돌아 다니다가 너무 얼척없는 소리가 퍼지고 있어서 한번 썰 풀어 봅니다.
요즘 메르스에 대한 공포가 전국민에게 퍼지고 있습니다.
그에 따라서 별 희안한 예방법들이 떠돌고 있죠. 예를 들어서 바세린을 코에 바른다던가, 방에 양파를 놓는다던가.
바세린의 경우는 이미 한창 이야기가 나와서 양파예방법에 대해 떠들어보겠습니다.
일단 이이야기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아주 많이 퍼져있습니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면 많이 나와요.페북(출처1), 블로그(출처2), 심지어 뉴스 기사까지!!!(출처3. 뉴스엔바이블 기사라는게 함정)
이야기를 간추려보면
1919년 독감이 유행하여 4천만명이 사망하던해, 한 의학박사가(이름도 안나와!!) 감기를 막는 방법을 찾다가 가족 모두가 건강한 한 농부의 집을 찾습니다. 그리고 "껍질을 까지 않은 양파"를 방바다 놓아둔 것이 비법이라는걸 알게되죠. 그 양파를 현미경으로 관찰해 보니! 놀라워라! 독감바이러스를 발견할수 있었습니다. 바로 양파가 박테리아를 흡수해서 가족의 건강을 지켜주었던 겁니다.
이런 이야기입니다.
참 테클걸게 많아요. 일단 출처도 불분명한 썰일 뿐더러, 관련 논문 한편 없죠.
자 하지만 이 허무맹랑한 소리를 믿는 사람들은 많아요. 년도도 구체적으로 언급되어 있고, 자그마치 '의학박사'가 '현미경'으로 '독감 바이러스'를 보았대잖아!!!
하지만 말입니다. 전 현미경쟁이로서, 헛소리 하지 말라고 하고 싶습니다.
일단 첫번째로, 독감 바이러스는 현미경으로 못봐요. 너무 작아요. 일반 광학현미경으로는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어서. 못봅니다. 빛이라는게 원래 그리 생겨먹었어요. 그거 볼려면 전자현미경 써야됩니다. 전자현미경을 들고 다닐리도 없잖아요? 좀더 자세히 설명할수 있지만, 머리가 아프실테니 넘어가죠. 아 이렇게 말해도 '혹시 모르잖아'라는 분들이 있으니까 두번째도 이야기해 보죠.
두번째이유는 키위드 2개와 현미경, 혹은 면역학의 역사에 대한 간단한 지식이 필요합니다.
키워드 2개는 '1919년','감기바이러스'입니다.
여기에 약간의 지식을 첨가하면 저 내용이 얼마나 헛소리를 지껄이는지 알수 있죠.
지식 : 바이러스는 1935년 담배 모자이크 바이러스를 관찰함으로서 최초로 관찰되었다.
이점만 들어도 얼마나 양파를 가져다가 현미경으로 보았더니 바이러스가 보였다. 라는게 얼마나 헛소리인지 아시겠죠? 시간을 달리는 의학박사도 아니고...
좀더 자세히 이야기 해보죠.
"바이러스성 질병의 역사는 기원전 10세기 전으로 거슬러올라가지만, 바이러스의 개념은 몇몇 연구가들이 감염질환을 일으키는 세균보다 아주 작은 병원체라는 증거를 얻은 19세기말에 이르러서야 입증되었다. 바이러스의 존재는 박테리오파지가 1915년과 1917년에 각기 독립적으로 발견됨으로써 확인되었다. 바이러스가 실제로 매우 작은 세균과 비슷한 미생물인지는 1935년 담배모자이크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를 분리해 결정화시킴으로써 해결되었다. 바이러스가 결정화될 수 있다는 사실은 바이러스가 세포성 생물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했다."<출처4 : 브리테니커 백과사전>
바이러스의 존재는 19세기 말부터 의심되었으며, 1915년과, 1917년에 각각 "어떠한 물질이 세균을 죽인다." 라는 발견을 하게 됩니다. 이게 박테리오파지에요. 그런데 이들도 뭔가 있기는 한데 이게 어떻게 생겼는지는 알수 없었습니다. 그당시 사용하던 광학 현미경으로는 관찰이 불가능했거든요. 1935년이 되어서야 결정화 시킨 담배모자이크 바이러스를 광학현미경으로 관찰하게 되는데, 이는 담배 모자이크 박테리아의 결정은 바이러스가 수백 수천개씩 쌓여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가능했던겁니다. 같은해 전자현미경으로 제대로 관찰했지만 말입니다..
여튼 1919년에 현미경으로 담배 모자이크를 보았다는 사실은 말도 안되는 뻥입니다.
이야기 하다보니 울 어머님도 방에 양파를 두면 감기를 예방할수 있을거야! 하고 믿고 계시던데, 다들 부모님께 한마디씩 해드립시다.
그거 다 뻥이에요!!
p.s. 양파가 바이러스를 흡수하기 위해서는 양파속에서 보이지 않는 요정이 튀어나와 공기중의 바이러스를 채집하여 양파로 돌아가는 방법밖엔 없습니다. 그러니까 우리 모두 양파의 요정을 믿어요!!
요약 : 바이러스는 1935년 이전에 관찰된 적이 없다. 그러니 저 의학박사 이야기는 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