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은 대한민국의 영원한 캡틴 박지성과
한명은 게임의 인식을 바꿔준 황제 임요환이다.
두명 모두 가치를 알아주지 않던 주변의 무시를 딛고, 뼈를깍는 고통으로 아름다운 보석으로 눈부시게 자신들을 증명한
사람이 아닌가?
사실 개천에서용난다 라는 케이스는 찾아보면 꽤나 흔한데도 불구하고 이 둘에게 유난히 나의 마음이 가는것은
이 둘의 플레이에 진심으로 탄복함과 더불어 감동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리고 메이저 종목인 축구보단 마이너중의 마이너엿던, 게임은 애들과 인생 패배자들만 하는 거라던 게임의 인식을
바꿔준 스타크래프트에 대해 잠깐 얘기하고싶다.
98년도 때였던거 같다 당시 초딩이었던 나는 인터넷의 개념이 뭔지 컴퓨터가 뭔지
이해를 못했고 친구따라 PC방이란데를 와서 친구가 하던 저그의 스포닝풀을 보며 '저거는 왜 터져있냐?' 라며 질문하던것이
내가 처음 접한 스타크래프트였다.
그러나 그때 난 스타를 하지 않았다 지금은 당연한 컴퓨터가 집에 없었고(이때만해도 컴퓨터없는집이 훨씬 많았다 후에 알고보니
이때가 대한민국 IT사의 엄청난 대변혁과 함께 태동기였을 줄이야..)
그저 나사빠진 초딩생활을하며 2002년 월드컵을 보내고 2003년 하교후에 심심해서 틀어본 tv에서
온게임넷에서 방송하던 스타리그를 처음 보게 되었다.
그때 스타리그의 인기가 꽤나 퍼지고 있었고 초딩 남자애들끼리도 슬슬 스타얘기가 자주 나오기도 했던 때에
스타 재미없어 라며 친구들의 대화에 못끼고 있던 나는 도대체 얼마나 재밌길래 이러는가 싶어 채널을 멈추었고
게임이 뭔가 할만하겟다 라는 생각에 평범한 대한민국의 네티즌답게 바로 스타크래프트 립버전을 찾아 설치하였고,
친구들에게 프리서버중 젤 잘나가는것이 엔더서버 피쉬서버ㅋ 등을 알아내 그렇게 스타를 시작하게됐다.
그러나 나는 초보자. 나름 컴퓨터로 1:1을 하여 실력을 갈고 닦은뒤에 사람VS사람을 하려던 나의 착실한 계획대로
얼마안잇어 컴퓨터를 이긴 나는 바로 배틀넷에서 방을팟다 '로스트템플1:1 초보만요@^^@'...
처음 사람VS사람을 할때 얼마나 떨리던지, 아직 확인안된 미니맵의 검은색은 나의 불안한 마음을 더욱 더 부채질했는데 그 느낌이
마치 리니지에서 어두운 숲에서 길을잃고 셀로브나 라이칸의 공격에 노심초사하며 길을 찾던 심정과 같았다.
내 심장은 끊임없이 쿵쾅쿵쾅쿵쾅 하트비트를 내었고 비트에 맞춰 내 본진이 부숴지는 소리가 화음을 내고 있었다.
처음은 당연히 질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으나 손도 못써보고 쳐발리다 게임을 끄고 다음날 친구에게 들은 조언하나.
"프로선수들 하는거보면 게임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게돼"
고뤠?
다음날 가방을 던져놓고 온게임넷 채널을 무작정 틀었다.
선수들이 몇번 시청을 하다가 난 처음으로 건물쌓는 '빌드' 개념을 알아차리게되었다.
배럭1개에서 순수하게 마린과 파이어뱃 메딕을 순서대로 뽑던 나는 선수들의 7배럭이나 8게이트를보고
분배작업과 양산이란 개념을 배우게됐다 나에겐 천지개벽이 열리는 엄청난 변화였다.
그래.. 난 바보였구나.. 건물 2개 만들면 마린도 동시 2마리였어...ㅜㅜ
그러다가 임요환을 본거 같다 아직까지 게임개념이 덜 잡혀있던 나에게 누구의 플레이가 더 색다른지는
구분할 수 없었지만 특정 선수들이 유난히 구경하던 방청객들에게 인기가 있다는건 알아차릴 수 있었다.
임요환... 임요환? 몇번 애들이 말하는걸 들어본적 있는 이름이었다.
임요환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려 검색을 해봤더니 이 사람이 스타1등 제일 잘하는 사람이라더라.
근데 의문이 드는 것이다. 스타1등? 제일 잘한다고? 제일 잘하는건 쌈장 아닌가??
쌈장... 본명은 이기석....
TV에서 황무지같던 3D배경에 날아가던 레이스 사이로 '스타크래프트 세계챔피온, 코드네임 쌈장'
이라는 충격적인 소개를 담던 CF를 본뒤로(쌈장이라니...) 내 뇌릿속에 스타챔피온=쌈장 이란 공식이 피타고라스의 공식마냥
자리잡고 있었기에 내가 알고있던 상식을 부정하는 임요환의 존재는 처음에 껄끄러웠다. 지금 생각해보면 천동설을 믿던 사람들이
지동설을 처음 접했을때의 충격과 비슷하지 않았을까? 평소 맹신하던 지식과 사실이 전면 부정 당하는 기분이란..
임요환이 대체 얼마나 잘하는데??
까짓거 함 해봐라, 봐주마 ! 라는 생각으로 임요환 경기를 보았고
그 날 밤 난 다음카페 '임요환의 드랍쉽이닷-_-' 에 가입하였다.
내가 나이가 많은건 아니지만 지금 중학생 들은 어쩌면 모를지도 모를 당시 트렌드를
알려주자면 당시에 연예인들의 인기는 팬카페의 '회원수'로 사이즈 내보는게 일반적이었다
지금도 팬클럽 회원수가 많다면 대단하게 보지만 매니아의 힘으로 돌아가는 현 아이돌그룹에선 예전만큼의 영향력이 보이지
않는거 같다.
여튼 세븐 몇십만, 비 몇십만 버즈 몇십만.. 누구누구 팬클럽 회원수 몇만명이더라~ 몇십만명이더라~ 로 인기를 가늠할수
있었기 때문에 실제로도 TV잘나오고 인기 많은 검증된 연예인들의 팬클럽수가 늘 많았다
그랬는데 임요환의 팬카페 임요환의 드랍쉽이닷-_-에 가보니 팬클럽이 몇십만명이 이미 형성되어있던게 아닌가?
솔직 깜놀했다.
이거시 1인자의 힘인가?..
어쨌든 스타에 관심이 생기면서 경기를 챙겨보고 인터넷에서 얻은 지식으로 나도 점점 개초보에서 평범한 초보로
신용등급 향상이 이뤄질 무렵 여느때와 같이 하교 뒤 가방만 던지고 온게임넷으로 채널을 돌렸는데
마침 임요환 경기가 나오는게 아닌가?
상대를 보니 도진광이라는 죄송하지만 나에겐 듣보선수. 눈이 참 촉촉햇따ㅋ
2003 마이큐브 스타리그 16강전 패러독스 임요환VS도진광
후에 레전드of레전드로 분류돼 유투브에도 양덕들이 해설을 꼼꼼히 올려놓는 경기가 된 희대의 명경기를
나는 라이브로 시청하게 된다.. ㅎㄷㄷㄷㄷ;;;;
이 경기 이후 난 처음으로 '관전의 즐거움' 을 배우게 됐다.
그렇게 난 임요환의, 그리고 스타리그의 가치를 알게됐고, 그 뒤로 스타리그의 인기는 점점 치솟게 되며 난 중학교에 입학한다.
중학교 입학한게 뭐냐고 되묻는다면, 중학교 입학은 충분히 내 인생사에 대단한 전환점이다.. 교복을 입다니 ㅎㄷㄷ하군.
어쨌든
정말 중학교에 들어가 남자애들끼리 모이니 스타크래프트가 엄청난 인기가 터져있었다
난 사실 정말 소심하지 않은데 낯을 좀 가려서 그런지 애들이 처음엔 소심한 녀석으로 분류했고 학교에서 잠잠한 녀석?으로
분류해버렸는데, 애들끼리 모여 어느날 스타를 하고 난뒤에 난 스타로인해 처음으로 존재감표출에 제대로 성공하게됐다. -_-b
내 실력이 중학교 들어갈쯤엔 엔더서버 승률 50%에 APM을 친구가 재본결과 평균 200대는 됐던걸로 기억한다. apm이란
스타같은 RTS 게임을 할때의 손빠르기이다. 이때 프로선수들은 APM이 평균 400대였다 (임요환,이윤열,서지훈 등등)
여튼 일반인중에선 내 손속도가 느린건 아니었던거 같다
하기사, 스타를 시작하고 하교를 하면 아빠가 퇴근하기전까진 앉아서 스타만했고 주말엔 아침부터 시작했다
나는 공부를 싫어했고 구속적인 규칙적인 생활을 싫어했는데 생각해보니 스타 하나만큼은 나도 모르게 규칙적이게 하고 있던것이
실력이 쌓였던거 같다.
스타의 인기는 가면갈수록 늘어난다는걸, 10대 남자애들에게 둘러쌓인 생활을 하니 더 실감이 났다
애들은 연예인 이름만큼 아니 솔직히 그 보다 더 많이 스타선수들의 이름을 외워댔다.
임요환 이윤열 최연성 서지훈 박정석 강민 김성재 박태민 변길섭 나도현 박경락 박성준 등등 ... 이름이 다는 생각은 안나지만
정말 스타리그의 퀄리티를 높여주고 춘추전국시대 란 말답게 실력이 종이한장 차이나는 선수들이 많았던 정말
스타리그의 전성기중의 전성기가 시작되었던것이 아닐까 한다.(지금 선수들에겐 아픈말이겠지만 외모 퀄리티도 이때
선수들이 훨씬 좋은거같다 히힛ㅋ)
무료입장이라곤 하나 스타리그 결승전엔 꼭 몇만명의 인파들이 몰렸고 광안리에서는 10만명이 넘는 기염을 토하게 된다.
개인전에 힘입어 팀들이 하나하나 창단됐고 인기에 힘입어 10~20대 그리고 점점 30대에게도 인기가 많아지고 판이 커짐에
따라 대기업 스폰들이 줄을 이었고 주로 젊은층을 공략하려는 휴대폰회사들이 많이 참여했다. 유명 선수들의 연봉은 어느새
농구 야구 만큼이나 올라있었고 연고지-_-ㅋ 까진 없지만 좋아하는 선수가 포함된 팀 리그전또한 굉장한 재미를 주었는데
스타계의 레ㅋ알ㅋ마드리드 KT 부터 임요환을 필두로 괴물최연성과 주훈감독이 지휘하는 SK 텔레콤 T1등 색다른 맛의
강력한 팀과 선수들이 속속 등장했고 축구의 육군 상무와 같이 공군에서 E스포츠 팀을 창단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그만큼 온게임넷과 MBC게임 스타크래프트는 순풍에 돛단듯 쭉쭉 뻗어나가고 있었다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수업을 들어오며 애들과 노가리를 깔때, 노처녀 여자선생님 입에서 이윤열 전적이 화려하게
좔좔좔 흘러나오는걸 듣고 굉장히 놀랐다. 여자가 스타를봐서 놀란게 아니라 아... 진성 이윤열 빠구나 싶어서.
다시 한번 지금 선수들을 죽이는거 같다 미안하지만 그땐 선수들 외모퀄리티가 꽤나 높아서 여성들중 얼빠도 좀 많았다.
개인적으론 박정석선수의 등짝! 등짝을 보고싶었다.
젊은 선생님들이 스타를 좔좔좔 알정도면 한창 게임에 미쳐잇을 중딩들에겐 어땠을까?
축제때마다 스타토너먼트는 기본이요 쉬는시간 반컴퓨터로 다른반끼리 대표자를 두어 반대항전도 하며
(TV선 연결해서 반대항전 시청가능)
PC방을 단체로가면 절대로 빠지지 않는게 스타였고 주말이나, 방학이나 친구들과 배틀넷에서 만나 스타를 하는게 당연하게 되버렸다.
여전히 임요환도 잘나갔으며
프로게이머들이 공중파 방송에 입갤하기도 했다. 다만, 기성세대들의 냉소적이고 무시하는 듯한 태도는 여전했지만
스타는 몰라도 임요환은 안다 라는 말과 같이 게임을 전혀 모르는 나의 부모님도 임요환에 대해선 알고있을 만큼
게임의 영향력과 부정적인 인식이 정말 조금이지만 스타를 통해 점점 얇아지고 있는거 같았다.
몇몇의 스타판 곧 없어질거란 냉소에도 스타는 잘나갔고 초등학생들이 PC방에서
스타를 하는걸 보며 스타리그는 정말 '지지않을 태양' 으로 보였다.
그리고 고등학교에 들어간뒤, 임요환의 부진과 은퇴+군대까지 겹쳐 나도 스타판을 멀리하게됐다
그러다가 스타리그 조작사건이 터졌다
솔직히 마재윤 플레이 본적 한번도 없어서 얼마나 대단했는진 모르겠지만 마재윤의 파급은 엄청난거 같았다
마조작 관상이 확실히 씨발처럼 생기긴했다. 야비한 눈매 실실쪼개는 입모양.
난 솔직히 조작사건이 터졌을때 스타판이 근간이 흔들릴거라 생각지는 않았다 실제로도 그랬고.
나 같이 여전히 스타리그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았으며 몇몇 쓰레기들이 문제였지 (야구,배구,축구도)
스타리그를 만들고 전성기를 이끌었던 선수들과 스탭들은 진심이었다는걸 아니까 말이다.
물론 대중적인 이미지하락은 어쩔수없었고 선수 개인 팬이었던 사람중 자신의 선수가 조작했단걸 알고 정떨어져
손뗀 사람도 많았을것이다.
어쨌든 스타리그의 몰락은 조작보다는 스타2의 등장과 예전의 재미가 없어졌다는게 더 엄청난 영향을 끼치지 않았을까 한다
블리자드의 스타2 발표가 처음 났던 07인가 08년도 다음날 학교와보니 온통 애들이 스타2얘기밖에 없었다
그 뒤로 몇년이 지나 스타2가 출시를 하니 케스파와 블리자드 온게임넷 곰TV가 뒤섞인 각종 이익을 위한 잡음과 고소가
끊이지 않았다.
게다가 임요환 이윤열 박성준등의 스타1 레전드들의 스타2 전향으로 인한 폭발적인 관심과
더불어 스타1의 조작사건. 춘추전국시대라 불릴만큼 팽팽했던
전성기때완 다른 루즈해진 스타1판이 순식간에 흔들거리더니,
결국은 이틀전 스타리그는 티빙 스타리그 2012 결승전으로, 그 장대한 막을 끝내게 되었다.
때때로 임요환이나 다른 스타1의 레전드 선수들을 볼때마다 K리그에서 스타플레이어를 그렇게 외치는 이유를 공감하게 되는데,
나 또한 임요환으로 스타를 접했고 수 많은 사람들이 선수들의 피나는 노력으로 보여준 경기력과 정열로 접하게 됐고 이들의 노력으로
'애들과 백수만 하는 게임'을 스포츠란 기사에서 볼 수 있게 된것이라 본다.
이제 스타리그는 스타2 리그로 새롭게 시작인거 같다 전용준 캐스터 말대로 14년전 스타1의 도전만큼이나
불안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너무 걱정은 안된다. 스타크래프트는 한국에 너무 깊숙히 박혀버렸고
내 10대 시절을 즐겁게 해준 스타의 레전드 선수들도 아직 활약하고있으니 말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스타크래프트라는 전 학생에 공통적인 관심사가 없었으면 스타로 관련해 놀았던게 너무 많아서
중학시절이 재미없었을거란 생각도 든다.
스타2를 방송에서 제대로 보여주면 스타1때와 같이 임요환을 경기를 챙겨보지 않을까 한다 삼연벙 같은 병크를 때때로
날려주지만 여전히 임요환은 내 학창 시절을 신선하게 해준 나의 아이돌이며 스타1 리그를 보며 감동을 준 모든 선수들이
누군가에게 진정한 '아이돌' 우상이었을 것이다.
스타리그는 죽었어! 이제 없어! 하지만 내 등에, 이 가슴에 하나가 되어 계속 살아가!히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