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말 양해.. 블라주세요.
난 별로 음악에 조예가 깊거나 그렇지는 않은데,
79년 생인 내가 유진 박 하면 떠오르는 건 [체험 삶의 현장]과 황경신씨 인터뷰집 [나는 정말 그를 만난 것일까]에 실린 그의 인터뷰, 그리고 예의 소속사의 유진 박 학대 사건.
유진 박이 한창 뜰 적에.. 훌륭한 바이올리니스트라던가 세계적 연주자래봐야 내가 뭐 아나.
쥴리어드래니 그런 갑다, 대통령 취임식 연주한대니 그런 갑다, 세계적으로 대단하대니 그런 갑다..
걍 전자 바이올린 신기하고, 뭐 되게 잘 하니까 사람들이 와와 하는구나 그랬지.
근데 언젠가 우연히 체험 삶의 현장 보다보니까 유진 박 딱 나오는데, 어라.. 싶은 거야. 좀 나중에 알았는데 우울/조울증 심하고, 바이올린 들면 천재지만 평소엔 10살 정도의 정신연령이라데.
여하튼 삶의 현장 나와서 돼지 농장에서 일하는 거 나오는데, 일 잘하다가 프로그램 말미에 도축장 트럭에 돼지들 실려가는 거 보고 유진 박이 [안녕] [잘 가] [너희들 안 잊을께] 그러면서 트럭 뒤에다 손 흔드는데, 그 영상이 지금까지도 머리에 박혀 안 잊혀짐.
사람더러 순수하다 어쩌고 하는 거 별로 안 좋아하고 특히 정신적으로 다소 문제가 있는 사람들더러 순수나 천사 운운 붙여대는 거 뜨악하게 생각하는 편인데, 그 모습을 달리 표현할 말이 안 떠오르네.
그 뒤로 몇 년 지나서 황경신씨 인터뷰집 읽으면서.. 그 인터뷰 맨 끝이 아마 '미안하다. 유진 박. 이런 세상이라서..' 였던가. 그 비슷했던 것 같은데, 그것도 참 안 잊혀지는 기억이네.
시바 서두 길다. 여하튼 그 뒤로 그 개같은 사건 있었고..
걍 줄이고, 며칠 전에 오유 보다가 베오베에 그 고깃집 사진 올라온 거 보고, 부산 공연 한다는 거 그때 알았는데 알아보니까 센텀시티 역 내에서 하는 무료 공연이라네. 전날 밤 꼬박 샜지만 의자 위에서 졸다가 억지로 꾸역꾸역 갔다. 한번 직접 보고나 싶어서.
16:00 공연인데 딱 15:55 에 도착해서 개찰구 통과하니까 벌써 사람들이 두 세겹씩 공연장을 둘러싸고 모여 있슴.
센텀시티 역이야 그 앞에 롯데 백화점 지하 정문-문 앞 지하광장하고도 연결돼 있어서 엄청 널찍한데, 공연장은 역사무실 옆에 기둥들 사이로 현수막 두어개 쳐 놓고, 변변한 출연자 대기장도 없었슴. 걍 현수막 걷으면서 무대 들어오고, 현수막 걷으면서 나가면 걍 사람들 지나다니는 보도.
실지 나중 공연하면서도 연주 막간 때 유진박이 현수막 밖으로 쉬러 나가는데 사람들 우르르 몰려들고, 사진 찍고. 그 와중에 유진 박은 포즈 취해주고.. 하여간 그 공연장 도착하니까 한복 3인조 분들 뱃놀이랑 풍구자락이랑 스피커가 찢어져라 열창 중이심.
마이크 없이 하시면 안되나 싶을 정도로 너무 소리가 따가워서, 나 말고도 거기 모인 분들 여럿 귀를 막을 정도로 데시벨 쨍쨍.
이게 걍 오픈 공연인갑다 했는데.. 한 십여분 그 소리 견디며 기다리다보니 사회자가 나와서 지하철 공사 공치사 조금 하고, 약장수 삘로 별로 안 웃기는 썰 풀고 있는데 유진박 돌연 등장. 등장한 유진 박이 영어로 뭐라고 인사를 하고 싸이 흉내도 내가며 관객들과 어울리다가 아직 준비가 안됐나 뭔 이유에선가 다시 들어가는데, 아마 예정되지 않았던 일이었던 거 같어. 이게 공연 내내 문제가 되는데, [정해진 수순대로 공연을 통제하려는 사회자]랑 [신나게 연주하고 관객과 어울리고 싶은 유진 박]이 도저히 맞물려 돌아가질 않았음.
이 공연에 초빙된 무명 연예인들이 대여섯 있었는데, 보자니 애당초 계획된 공연 수순은 [무명 연예인]-[유진 박 잠깐]-[무명 연예인]-[유진 박 잠깐]-[무명 연예인]-[유진 박 잠깐]..
대체 뭔 멍청한 기획인가.. 하고 욕질하고 싶지만, 무명 연예인들도 이런 조만조만한 기회로 먹고는 살아야지 않겠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그럴 거면 차라리 오픈에 다 밀어 넣던가, 아니면 오픈에 다 밀어 넣지 못할 정도로 무명 연예인들을 많이 부르질 말았어야 했는데, 지리멸렬하게 짜여진 공연 계획이 유진 박에겐 안 맞는 것이었던 듯 해.
공연 초반 내내 부르면 나오고 들어가라면 들어가고, 유진 박은 이걸 이해도 하기 싫고 그러고도 싶어하지 않는 거야. 부르지 않을 때 등장하고, 애써 자 유진 박 이었습니다 하면서 들여보낼라치면 뭔가 연주하기 시작하고. 공연 보다가 이 공연에 대해 누가 트윗 하고 있는 게 없나 하고 트위터에서 살펴봤더니, 어느 분이 아래와 같이 쓰셨는데, 내가 봐도 딱 이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