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는 왜 늘 실패할까 책임 인정도 공감 형성도 없는 박근혜식 사과 메시지는 허겁지겁 해결책 제시로 내달린다. 박 대통령의 사과 메시지를 보면 용서를 구하는 대목은 없거나 아주 소략한 반면,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식의 해결책에 메시지 대부분을 배치한다. 세월호 사과 때도 박 대통령은 총리실 산하의 재난 컨트롤타워 신설 계획을 길게 설명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는 왜 늘 실패할까. 진정성 부족, 오만, 독선 등이 이유로 거론된다. 의미 있는 지적이지만 본질은 따로 있다. 무능이다. 사과는 밀도 높은 메시지이고, 정치인에게 메시지의 실패는 무엇보다 무능의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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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신선영 4월29일 박근혜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 정홍원 국무총리가 보내온 조화가 유족들의 요구로 정부 합동분향소 밖으로 내보내져 놓여 있다. |
대통령의 사과는 희소한 자원이다. 5년 임기 동안 몇 차례밖에 쓸 수 없는 위기 극복 카드다. 하지만 청와대는 임기 14개월 동안 네 번 사과 카드를 쓰면서도 국면 반전은커녕 사태를 악화시키는 무능을 되풀이했다. 형식과 내용에서 대통령의 책임을 인정하고 듣는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데 실패했다. <쿨하게 사과하라>의 공저자 정재승 교수는 “대통령이 진정성 있게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했다면 대중의 승인을 얻어서 대통령의 리더십도 오히려 강하게 만들었을 텐데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보좌진이 무능해서라고 보기는 쉽지 않다. 대선 후보 시절 박근혜 캠프가 내놓은 사과 메시지는 그리 무능하지 않았다. 2012년 9월24일 박근혜 후보는 과거사 문제를 사과하는 기자회견을 연다. 이 자리에서 박 후보는 5·16, 유신, 인혁당 사법살인 사건 등을 “헌법가치를 훼손하고 정치발전을 지연시켰다”라며 직접 책임을 인정했다. “가족을 잃는 아픔이 얼마나 큰지 잘 알고 있다. 그 아픔과 고통을 치유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라며 공감을 형성하는 노력도 했다. 기자회견과 질의응답도 최대한 수행했다.
당시는 박 후보가 역사관 때문에 지지율 추락을 겪던 때였다. 박근혜 캠프의 대응은 기민했고, 사과 메시지는 필수적인 요소들을 제법 두루 담고 있었다. 하지만 집권 이후, 박 대통령의 사과 메시지는 철저하게 박근혜 본인을 보호하는 데 초점이 가 있다. 책임을 인정하는 메시지는 가차 없이 잘라낸다. 국민이든 유가족이든 피해 당사자 앞에 대통령은 나서지 않는다.
대선을 코앞에 둔 2012년 9월, 보좌진의 운명을 좌우하는 것은 유권자의 뜻이었다. 2014년 4월, 이제 보좌진의 운명을 좌우하는 것은 대통령 박근혜의 뜻이다. 메시지 생산자가 만족시켜야 할 ‘주 고객’이 달라져버렸다. 메시지는 유권자가 아니라 ‘위’의 선호에 맞춰 구성된다. 그 결과, 유권자의 관점에서는 놀랍도록 무능한 사과 메시지가 연이어 등장했다.
‘위’만 쳐다보다 무능을 노출하는 장면은 어느 새부턴가 박근혜 정부의 일상이 되다시피 했다. 대통령이 세세한 부분까지 깨알같이 챙기고, 장관들이 고개를 숙이고 받아적기만 하는 기묘한 국무회의 풍경도 되풀이되고 있다(<시사IN> 제346호 커버스토리 ‘구명조끼 홀로 입은 최종 책임자’ 참조).
모두가 대통령만 쳐다보는 구조로는 시스템이 무능해지기 쉽다. 세월호 참사 이후 자율성과 책임감을 가지고 움직이는 정부 조직을 발견하기는 힘들었다. 해경, 안전행정부, 해양수산부, 심지어 청와대까지 책임이 어디로 튈지 몰라 몸을 사리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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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지만, 너무 공감되는 내용이라서, 한번쯤 읽으면 좋을것같아요.
문득 한달 전에 본 우아한 거짓말이라는 영화의 명대사가 떠오르네요...
"
사과 하실 거면 하지 마세요. 말로 하는 사과는요...
용서가 가능할 때 하는 겁니다. 받을 수가 없는 사과를 받으면...
억장에 꽂혀요. 게다가 사과를 받을 생각이 전혀 없는 사람한테 하는 건... 아니지. 그거 저 숨을 구멍 파놓고 장난치는 거에요.
나는 사과 했어, 그 여편네가 안 받았지... 그럴 거잖아 너무 비열하지않아요?"
사과도 제대로 못하는 사람한테 나라를 맡기고 있으니, 근데 무능하기까지 하다니
마음도 없고, 머리도 없고, 눈치, 염치, 센스도 없고, 하는 거라곤 의전, 패션쇼, 보여주기.
대통령되는게 인생목표인것같네요.
나라를 어떻게 바꾸겠다. 우리나라의 방향을 잡겠다. 이런게 아니라, 그냥 대통령이라는 자리.
그게 탐이 났을 뿐이지.
나중에 역사에 어떻게 새겨질지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