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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화
게시물ID : freeboard_51100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머서너리
추천 : 0
조회수 : 78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1/05/20 15:49:14
"후우...."

깊게 잠긴 담배연기가 자유로이 뿜어져 나갔다.

언제부터인걸까...

지금의 나는 한숨과 함께 나오는 담배연기마저도 부러웠다.

"크크크.."

지금 내 얼굴은 과연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일까?

울고 있는 것인가? 웃고 있는 것인가?

"후우...."

손가락 마디마디 사이의 접히는 부분이 시꺼멓게 줄이 쳐진 것 같다.

'탁.탁.'

담배꽁초를 아무렇게나 던지며 자판기 앞으로 다가섰다.

옥상위 자판기의 일반커피 200원, 고급커피 300원...

빌어먹을 커피마저도 격이 있다는 듯이 가격이 나뉜다.

익숙한 몸짓으로 일반커피에 손이 가던 것을 오기라도 부리듯 고급커피 쪽으로 손을 돌려 누른다.

"뭐 이런 것도 괜찮겠지. 시발."

쓴 웃음을 지으며 약간의 욕덩어리가 입밖으로 나온다.

커피자판기에 종이컵이 떨어진 것인지 주르륵 소리와 함께 뜨거운 커피만 흘러나온 것이다.

주머니를 뒤적거리며 구겨진 담배갑의 마지막 한 개피를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후우...."

"콜록콜록.."

담배연기가 그쪽까지 갔을 리도 없는데 젊은 여사원이 과한 행동을 보이며 눈살을 찌푸린다.

자못 미안한 마음에 자판기에서 떨어진 구석으로 가는데 여사원의 조금 큰 혼잣말이 들렸다.

개념...매너...양심... 자세히 듣지 않고 띄엄띄엄 들어도 결코 나에게 좋은 소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커피자판기에 돈을 넣고 코코아를 뽑아드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허탈해졌다.

망할 자판기가 이제는 사람마저 가리는 것일까?

일회용 종이컵을 들고 계단을 내려가는 여사원을 보며 기묘한 생각에 빠져본다.

그래도 좋다.

"후우...."

드디어 옥상 위라는 공간이 나 혼자만 있는 곳이 되었으니까.

'나가! 이 새끼야! 이걸 지금 보고서라고 작성해왔어?'

상사의 욕찌꺼기가 내 몸을 타고 올라오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나이 마흔에 어디 가서 하소연할 수도 없고, 마냥 담배 한 개피만이 나를 위로 했다.

"후우...."

웃긴다. 담배를 피우면서 내가 내뱉는 한숨이 일정한 형태를 지녔다가 사라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옥상 난간에 두 팔을 걸친 채 건물 밖의 모습을 바라봤다.

숨 가쁘게 살아가는 사람들...

누군가도 나처럼 옥상위에서 담배를 피우며 쓰디쓴 약을 씹은 표정을 짓고 있을까..?

도시라는 이름의 사막에서 나는 있을지 없을지도 모를 사람을 찾아 눈동자를 돌려본다.

목이 갑갑하다.

졸라오는 듯한 넥타이를 풀어당기며 왠지 모를 갈증에 자판기에 대한 욕을 지껄여본다.

"후우..."

'탁.탁.'

마지막 담배의 불을 끄며 밖을 향해 담배꽁초를 튕겨 버렸다.

갑자기 민들레 꽃씨가 생각났다.

하늘거리며 바람따라 날아다니는 하얀 조각들...

지금보다 못먹고 못입었던 어렸을 때였지만, 입으로 불면서 아무런 걱정 없이 날아가는 꽃씨에 즐거워했던 때가 있었다.

"지금도 괜찮지 않을까?"

문득 생각난 것에 찌그러져있던 얼굴을 피면서 조금은 후련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나도 자유롭게 날아다닐 수 있지 않을까?

넥타이를 벗어던지고 와이셔츠를 바지 밖으로 내놓은 채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으로 두 팔을 벌렸다.

그래,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가벼워지자. 바람을 타고 꽃잎처럼 날아오르자.

하늘을 향해 힘껏 뛰어오르는 내 몸은 자유로웠고,

이윽고 바람을 타고 날아다니던 꽃잎처럼 바닥을 향해 내려앉는다.

"쿵!"

"꺄아아아아악!!!!!!!!"

아...편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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