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기철 해군참모총장이 세월호 침몰 당일 두 차례나 최첨단 구조함인 통영함의 사고 현장 투입을 준비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해군과 방위사업청, 대우조선해양은 통영함 투입을 위한 '3자 각서'까지 작성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도대체 무슨 이유로 사고 당시와 이후 수습 과정에서 촌각을 다투는 구조활동에 통영함이 투입되지 않았는지 의혹이 커지고 있다. 단지 '기술적 문제'로 투입하지 못했다는 그동안의 국방부·해군 주장과도 달라 논란이 예상된다.
11일 국민일보가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김광진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해군 내부 문서에 따르면 해군본부는 지난달 16일 황 총장 명의로 통영함을 세월호 총력 구조 작전에 지원하라는 지시를 두 차례 보냈다. 수신자는 해군작전사령관, 해군제5전단장, 통영함장 등이다. 지원 일시는 지난달 16일 낮 12시부터 '별도 협의시까지'로 돼 있다.
이에 따라 같은 날 해군과 방위사업청, 통영함을 보관 중인 대우조선해양은 '청해진함, 통영함 진도근해 좌초선박 구조 참가에 관한 합의각서'를 작성하고 공동 서명했다. 각서에는 황 총장을 대신해 해군 기획관리참모부 최양선 준장이 서명했다. 방위사업청, 대우조선해양도 각각 청장과 대표를 대리해 실무 담당자들이 서명했다.
각서 제1조 '선박구조'에는 구조 참가 기간을 '4월 16일부터 종료시'까지로 적시돼 있다. 또 선박구조 참가로 발생하는 경비는 정산 후 다시 계약키로 했다. 제2조 '운용 및 안전' 항목에는 대우조선해양이 조함권(함정 조정 권리)을 해군에 임시 인계한 뒤 선박(세월호) 구조 종료 뒤에는 대우조선해양이 돌려받도록 하고 있다. 이 같은 구체적인 지시와 계약 내용은 해군과 대우조선해양이 통영함을 세월호 구조에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는 증거로 해석된다.
하지만 국방부 김민석 대변인은 사고 이틀 후인 지난달 18일 "통영함에 탑재돼 시운전 중인 음파탐지기, 수중로봇 장비 등 구조 관련 장비들이 제 성능을 낼 수 있는지 해군 측에서 아직 확인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었다.
김 의원은 "민간 잠수사와 어선까지 총동원된 참사 현장에 1600억여원을 쏟아 부은 통영함은 가지 못했다"며 "해군참모총장이 두 차례나 긴급지원 지시를 내렸음에도 통영함이 투입되지 않은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해군 측은 "곧바로 투입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유사시를 대비한 것"이라며 "예비조치로서 통영함을 준비시켜 놓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임성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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