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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급장교들에게 드리는 글 (16) - 부대 침입자에 사격
게시물ID : military_1977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중대장
추천 : 18
조회수 : 137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3/04/17 04:26:30


한밤에 당직을 서고 있는데, 새벽 1시경 어디선가 "뻥!" 하는 총소리가
들렸다.

 

고요한 밤 단발의 총소리는 산이 많은 지역 특성상 울림이 있어 이렇게
들린다.

 

"뻥! 쌔애애액...."

 

총소리야 사격장에서 밤낮으로 신물나게 울려퍼지는터라 하나도 이상할 게
없었지만 이렇게 고요한 심야에 단발의 총소리는 무엇인가 대단히 불길한
징조가 아닐 수 없었다.

 

우리 부대는 연대지원 포병대대라 연대 주둔지 안에 있어서, 상황본부는
연본에 있었다.

 

즉시 연본에 전화를 넣어봤더니 상황병이 아직 상황파악중이라 한다.

일단 오분대기조 비상을 걸어놓고 (지금은 모르겠지만 포병대대에도 오분
대기조를 운용했다.)

 

상황병을 시켜 계속 연본에 상황파악을 하여 보고하라했다.

2-3분 후 상황병이 보고했다.

 

과장님! 연본 정문에서 위병이 실탄 한발을 사격했답니다!

(당시에는 김중위님이라 부르지 않고 직책으로 불렀다. 작전과장, 군수과장,
인사과장은 과장님 보좌관은 보좌관님 등, 요즘도 그러는지 모르겠다)

 

우리는 출동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 촉이 왔다.

상황병이 다시 보고를 했다.

 

"정체불명의 차량이 연본 정문으로 돌진, 정지신호를 보냈으나 무시하여
자동차 타이어에 실탄을 발사하였다고 합니다."

 

보고 내용만으로는 무슨 강력한 폭탄차량이 부대로 돌진하려다가 저지당한
것처럼 스케일이 커 보인다.

 

하지만 실상은 마을 주민이 새벽까지 술을 먹고 만취상태로 소형 고물트럭을
몰고 부대내로 진입하겠다고 정문 위병에게 꼬장을 부리다가, 경계병이
실랑이를 벌이다 못해 안되니까 그냥 자동차 바퀴에 실탄을 발사해 버린
것이었다.

 

누가 시골사람들이 순수 순박하다 했는가? 물론 그 말은 맞지만 그 순수한
꼬장을 아직 맛보지 못한 사람들은 그걸 모른다.

 

도시사람들의 얍삽한 처신에 비교하여 끈끈하고 우직한 시골사람들의
심성은 물론 매력적이지만 그 순수함이 꼬장으로 나타나는 경우 그
결과를 생각지 않는 우직함은 실로 가공할 위용을 보인다.

 

군대에서 민간인 상대로 사고를 쳤을때 "대민사고" 라 한다.

정훈교육에서 빠질 수 없는것이 대민사고요 대민사고를 막기 위해 병사들에게
귀에 못이 박히도록 술 많이 먹지 말아라, 고민 있으면 직속상관에게
얘기해라, 민간인하고 시비붙지 말아라, 유흥지에 가지마라 등등 교육을 시킨다.

 

그러나 이 "대민사고"라는 말은 좀 잘못된 것이고 엄밀히 말하면 "대군사고"다.

 

한국처럼 군인이 무시받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우리 병사들이 휴가나
외출 외박을 가면 괜시리 어깨가 움츠러들고 눈치를 보게 된다.

 

이런 위축감이 때로는 왜곡된 반발로 이어져 에라이 시발 기왕 이렇게
천대받을거 망가지고 천대 받는다 하는 생각으로 만취하여 건들거리고
욕을 입에 달고 다니다가 시비가 벌어져 사고를 치고는 한다. 즉 병사들이
실제로는 그 자신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커다란 희생을 하고 있음에도
본인의 희생을 값어치 없는 것으로 생각하고 자존감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왜 나라를 위해 2년동안 꽃다운 젊음을 바치는 것이 의미없는
일로 간주되는가?

 

그러니 사고의 경우 대개는 병사를 우습게 보는 철없는 양아치 민간인들이
군바리니 뭐니하며 시비를 걸어오는 경우나 병사가 밖에 나가서 사소한
실수를 한 것을 꼬투리를 잡아 지나치게 멸시하는 말투로 (군바리 새X가
등등) 대응하여 화근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마 예비군들이 군복만 입으면 망가지는게 이런 현역때의 가슴아픈 경험이
트라우마로 남아서 그런것 같다.

 

그래서 나는 "대군사고"라 말하고 싶은 것이다.

 

인간은 환경의 동물이다. 사회 전반에 귀중한 젊은 날을 바쳐 무료로
생고생을 하는 군인들을 존경하는 분위기가 흐른다면 병사들도 어깨를
펴고 군인답게 품위있게 행동하려고 노력을 할 것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자동차 바퀴에 사격을 한 병사는 사실 운전수를
사살했다 한들 무리가 아니었겠지만 그정도 선에서 조치를 한 것은 현명한
조치라 하여 포상을 받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병사들은 자존감을 잃어버리기 쉽다. 간부들 중에는 병사들의 인격을
짓밟은 경우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반드시 간부들에게 부정적인 결과로
돌아온다. 병사들을 존중하라. 무조건 관용하라는 의미가 아니며
잘한 일에 대한 포상은 확실히 기대보다 다소 크게, 처벌은 규정대로
가혹하게 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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