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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방송사고 '호주국기오류'" 기사를 보고 기억난 중딩기 썰
게시물ID : freeboard_67680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회식남노예
추천 : 0
조회수 : 304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3/04/17 15:46:32


오유에 처음
게시하는 글이므로
음씀체로 하겠음


업무중 잠시 눈치보며 스마트폰으로 네이버 뉴스를 봤는데,
잼있는 기사거리가 하나 있어서 여지없이 손클릭질을 시도했음.

내용을 보아하니,
MBC에서 싸이 관련 기사를 보도 하다가,
오스트레일리아(호주) 국기 이미지를 오스트리아 국기 이미지로 잘못 표기한 상태로 방송했다는 기사였음.
실시간 댓글에는 기자가 ㅄ 이네, MBC가 어쩌네, 사장이 어쩌네 등등 인신공격이 난무 했음.

이때 갑자기 어렸을때 추억이 하나 떠올랐음.


기억을 더듬더듬.....

풀고자 하는 썰의 시대적 배경은
바야흐로 봄꽃들이 지고 새 잎이 나기 시작하던 1995년 늦은 봄 이었음.
필자는 당시 중학교 2학년 이었음.

공간적 배경은
전포동(전두환도 포기한 동네 라는 저급유머가 있었음)이라고,
부산의 중심지인 서면 근처의 조금은 낙후된 동네인데,
그 동네에 있는 모 중학교를 다녔음.


인물적 배경은
당시 나는 2학년 2반 반장이었고
(사건의 전개와 관련있는 포석이라 미리 공개함,
이제와서 잘난척하고자 반장이었다는걸 밝히는 것은 아니오니 오해섞인 악플달지 말아주시길 부탁드림)
담임은 사회교과목 담당의 이XX 선생이었음.

늘 깔끔한 감색 정장을 즐겨 입으셨고,
최동원의 트레이드마크 안경같은 금테로된 안경을 쓰고,
손에는 늘 악력기를 휴대하고 다녔으며,
대머리가 약간 될듯 말듯한 넓은 이마는 늘 번쩍번쩍하셨음.
때때로 악력기를 열심히 조물딱 거리다, 그 넓은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면
늘 깨끗해 보이는 손수건꺼내어 그 땀들을 연신 닦아내셨음.
한마디로 뭐 좀 고지식해보인다랄까?

 

사건은 중간고사때 발발 하였음.

그당시 만(?) 공부를 잘했던 나는
시험이 끝나면 쉬는 시간에 늘 친구들에게 둘러쌓였음.

답을 맞춰보다가 주관식 문제중 정답이 '타이' 인 문제가 있었음.
아마 문제가 이모작인가 삼모작이 가능하고 쌀 최대 생산국? 뭐 이딴걸 묻는 문제였던걸로 어렴풋이 기억남...

몇몇 친구가 "야 반장 태국은 안되냐?" 하고 물어왔음.


어릴때 누나랑 늘 백과사전 국기 모양 맞추기 놀이를 자주했었는데,
거기에 타이(태국)이라고 되어있어서, 두 표기가 한 나라를 지칭함은 이미 알고 있었음.
 
그래서 그 친구들에게
타이=타일랜드=태국 인것을 알려주며,
그것도 당연히 정답이라고 이야기 했음.

그 친구들은 " 와 ㅅㅂ 찍은건데 재수~!!!" 이런 흔한 멘트를 날리며 좋아하며 돌아갔음.

몇일 뒤, 시험이 끝나고,
담임이 OMR 카드를 들고와서
'자기것 말고 다른 사람의 것을 각자 하나씩 가져.' 라고 말했음.

그러곤 아니나 다를까 채점이 시작되었음.

이X주 선생이 주관식 답을 부르기 시작했고,
여기 저기서 탄성과 괴성이 혼조하였음.

"3번답,  타이. 정답 타이.  티이,티아,타리, 이딴 건 모두 오답이다."
"샘~!!! 그럼 태국은요?"
"정답은 타이라니까?

ㅅㅂ 그순간 나는 내 귀를 의심했음.

'타이 라니까까까까까까까까까까까까까까까까까까'

내가 다시 손을 들고 재차 물었음.
"그니까 태국은 정답아닌가요?"

"타이라고.......반장 아까 내이야기 못들었어?"

"아니 그니깐요...그니깐 그게...."


그 순간 주위를 둘러봤음..

태국이라고 답을 적은 친구들의 얼굴에
'ㅆㅂ 반장 ㄱㅅㄲ 니가 태국도 정답이라며?'
'제발 담임에게 좀더 강하게 어필해봐~!!'

이런 표정들이 교차하고 있었음.


"자 4번 ........"


수업시간이 끝나자 마자,
교무실로 향하는 담임 뒤를 잽싸게 따라 붙었음.


"쌤. 그니깐요. 태국과 타이는 같은 나라니까 태국도 정답 아닙니까?"
"야 너 왜이러냐? 너 태국이라고 적었어?"
"아뇨. 전 타이라고 적었습니다."
"근데 왜그러는데?"
"아뇨.물론 교과서에 타이 라고 적혀있는것은 사실입니다. 저도 달달 외웠으니깐요.
 근데 제가 알기로 타이와 태국은 그 표기에 차이가 있을뿐 동일한 나라라고 알고 있습니다.
 어짜피 문제가 어떤 나라 인가? 라고 묻고있지... 교과서에 적힌 표기대로 쓰시오 라고
 그 어디에도 제한을 두지 않았지 않습니까? 다른 억울한 친구들을 위해서 태국도 맞는 답이라고 수정해주십시요"

"교실로 돌아가"
"수정해주십시요"
"돌아가라고 이 ㅅㄲ야"

다음날 집에서 동아대백과사전의 ㅌ~ㅎ 부분과 학생대백과사전을 들고 학교로 갔음.(인터넷만 있었어도...스마트폰..TT)

도착하자마자 교무실로 갔음.

두 책을 꺼내어
"자 선생님 보세요. 두 나라가 같은 나라 맞자나요?"

옆에 있던 선생들이 왜 그러나 싶어서 끼어들기 시작했음.

"타이랑 태국이랑 다른나라 아닌가?"
"같은나라 맞지않나?"


선생들끼리도 의견이 분분해지기 시작했음.
그러나 우리의 담임이 그 순간... 최동원 안경사이로 레이저를 쏘며 나를 격멸하듯 쳐다봤음.

"교실로 돌아가라."

 

그 후로 결국은 수정이 없었음.
나는 그 일로 몇몇 친구에게 역적이되었음.
그 다음날 부터 나는 조회/종례, 사회 시간 마다하는 차렷 경례 구령을 부반장에게 맡기고 하지 않았음.

 


지금도 종종 그 선생이 왜 타이를 고집했을까? 라는 의문이 들곤 함.
뭐 생각해보면 내 일도 아닌 타인의 일에 괜히 오지랖이 넓었던 어린시절이었구나 란 생각이 들기도 하고,

오늘 문뜩 그 때 그 담임은 지금 무엇을 하며 살고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드는건 어쩔수 없음.

 

정말 그 선생은 왜 그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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