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성별 간 의사소통이 그렇게 어려운가.
성별에 따라 의사소통 능력에 - 장단점과 집중해서 다루는 영역이 - 다소 차이가 있을 수는 있다. 그럴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서로 다르게 태어나서 서로 다르게 사회화 과정을 겪는 것은 사실이니까. 헌데, 일방 성의 의사소통 능력이 다른 성의 의사소통 능력과 본질적인 차이를 가지고 있으며, 이에 특정 성이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이야기는 쉽게 수긍할 수 없다. 모든 성은 한 사회 안에서 사회화를 통해 의사소통 능력을 기르며, 이에 따라 의사소통 능력은 타고난 차이와 배움에 따른 차이를 간직할지라도 치명적인 차이는 가지지 않게 된다. 특정 성의 의사소통 방식과 다른 성의 의사소통 방식이 본질적으로 다르다면 마치 서로 의사소통 방식이 다르기에 영원히 다툴 수 밖에 없는 개와 고양이처럼 인간의 사회는 성에 따라 갈라져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증오해야 하는 슬픈 운명을 가진 사회일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경험적으로 그렇지는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학교에서 남자들과 대화하는 법을 한번도 배우지 않았단 말인가. 새누리당에는 여성만 존재하는가.
2. 더구나 대통령이다.
대통령은 사회의 수많은 이해관계를 모두 이해하고 그를 조정하는 자리이다.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자질 중 하나가 소통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해관계를 조정하기 위해서는 모든 이해관계 당사자들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서로의 입장을 서로에게 잘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리더쉽이라는 말은 이 이해관계를 잘 조정하여 갈등을 봉합하고 당사자들의 역량을 모아 과제를 성취할 수 있는 능력을 일컫는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대통령이 여성이기에 남성 공무원들과 소통이 어렵다는 말은, 현직 대통령이 그만큼 무능하다는 말에 다름이 아니다. 대통령에게 가장 본질적으로 요구되는 자질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남성 공무원들의 남성적 언어 문화가 물론 문제였을 수 있다. 한국 사회의 남성 중심적 문화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이런 변명을 해도 되는 자리가 아니다.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모든 사람과 어떤 식으로 소통을 해나갈 것인지를 미리 준비했어야 하며, 그러한 능력을 충분히 함양했어야 한다. 남성적 언어 문화를 가진 공무원들은 대통령이 더불어 대화해야 할 필요성이 충분한 사람들이다. 그들과 대화를 해보지 않았다는 말인가. 아니면 대화를 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는 것인가. 무엇보다, 현직 대통령은 자신과 성별이 다른 사람과는 대화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치명적인 리더쉽의 부재를 안고 있는 사람이란 말인가.
3. 여성들을 모욕하지 말라
세상에 수도 없이 많은 여성 리더들을 모욕하지 말라. 그들은 지금도 자신과 함께 일하는 남성 동료들과 충분히 대화하며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남성과 여성의 대화방식이 다르다면 그 다름을 인식하고 어떻게 서로 의사소통을 해낼 것인가를 배우면 된다. 그리고 그들은 이미 이를 배웠고, 그 배움을 통해 자신이 속해있는 조직을 잘 이끌어나가고 있다. 타방의 의사소통 방식이 틀렸고 일방의 의사소통 방식이 옳다는 것은 유치한 지적 독단일 뿐이며 그저 자신에게 민주주의사회에서 시민이 본질적으로 갖추어야 할 미덕인 관용이 없음을 드러내는 것일 뿐이다. 유독 대통령만이 이를 해낼 수 없다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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