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 교수 184명, ‘스승의 날 반납’ 선언 “세월호 참사 근본 원인은 교육”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184명이 15일 스승의 날을 맞아 "세월호 참사를 교육 혁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스승의 날 반납 선언'을 했다.

이들은 이날 선언문을 통해 "어버이날, 카네이션을 달지 않으신 어버이들과 같은 비통한 심정으로 오늘 하루, 스승의 자리를 돌아보고자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지난 4월 16일 세월호 침몰 이후 저희들은 강의실에 들어서기가 힘들었다. 학생들을 바라볼 면목이 없었다"며 "배가 가라앉는데도 어린 학생들에게 '가만히 있으라'라는 말만 반복한 선박 회사 직원이 바로 저희들이 아니었던가 하는 자괴감 때문이었다"고 전했다.

이들은 세월호 참사에 대해 "우리 사회의 온갖 부조리와 모순이 뒤엉킨 결과"라며 "권력 누리기에만 골몰하는 뻔뻔한 정치권과 관료사회, 오로지 이윤만을 추구하는 야비한 기업과 시장, 타인을 존중할 줄 모르는 비정한 사회에서 이런 사건 사고가 나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세월호 참사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교육에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건국 이래 우리의 교육이 제대로 이뤄져 왔다면, 그리하여 사회가 온전한 개인, 건강한 시민들로 구성되었다면, 청해진과 같은 선박회사는 간판조차 내걸 수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정부의 초기 대응 또한 이처럼 불가사의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기레기 언론'이란 용어도 상상할 수 없었을 것이고, 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일부 인사들의 패륜적 언사도 감히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교육은 한마디로 어른의 말이다 어른의 말에 논리와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을 통해 새로운 어른을 길러내는 것"이라며 "그런데 세월호와 함께 어른이 설 자리를 잃었다. 교육의 토대가 붕괴됐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여기서 주저앉을 수는 없다. 애도하고 추모하고 서로 위로하며 기어코 다시 일어서야 한다"며 "어른이 어른의 자리에서 우리의 아이들을 미래의 당당한 어른으로 키워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세월호 참사로 고통을 겪고 있는 모든 이들을 위한 최선의 애도는 교육을 바로 세우는 것"이라며 "교육을 혁신하는 것이야말로 미증유의 사회적 트라우마를 치유하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가장 근본적인 대책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이를 위해 △교육은 사회적 불의에 적극 개입하고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교육은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고 연대하며 책임감 있는 민주 시민을 키워내야 한다 △교육에서 경제 논리, 기업 논리, 힘의 논리를 최대한 배제해야 한다 △경쟁 위주의 교육 정책을 근본적으로 바로잡아 교육을 정상화해야 한다 △교육 정상화를 통해 배려하고 존중하는 사회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교육 정상화를 통해 '국민을 섬기는 국가'를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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