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전 처녀때의 일임.
회사 출근 시간이 늦은 편이라 몇몇분 서있는 것 빼고는 정말 평화로운 버스를 탑승함.
운좋게도 다음 정거장에서 자리가 나서 씬이난당 하며 자리에 앉았는데 우렁찬 목소리의 할저씨(60대로 보이는..)가 버스에 타신거임.
군복입은 할저씨는 걸음도 당당하게 아가씨 앞에 서더니 큰소리로 자기 자랑을 시작함....
진짜 어느 정도의 데시벨이었냐면 기차 지나갈 때와 비슷할 정도로 쩌렁 쩌렁하셨음.
사람들이 다 쳐다보고 할저씨도 너무 시끄럽자 얼굴 빨개진 아가씨가 자리를 비켰음..
그 할저씨는 자리에 앉더니 자기가 국회의원 누구와 친하고 시장되려 자기한테 온다고 아무도 안듣는 이야기를 계속 시끄럽게 외치셨고 오지랖이 넒었던 나는 할저씨의 이야기를 경청함.
그런데 듣다보니 할저씨의 목적지는 부천행 이고 자기는 부천 시장이 불러서 간다고 했음.
"부천 가시나봐요?" 라고 묻자 할저씨는 신이나서 자기는 한나라당 당원인데 무슨 공천을 위해 시장을 만나러 간다는 개소리를 시작함.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기사 아저씨에게 차를 세워달라고 함.
기사 아저씨가 진짜 망설임 없이 차를 인도 쪽으로 대시자 신이 난 나는
"아저씨 이 차 부천 안가요. 얼른 내리세요. 차 잘못 타셨네.. 약속 시간 늦으시면 큰일 하시는 분이 큰일나요" 하고 어버버 하는 할저씨를 버스에서 퇴치함.
할저씨는 갑작스런 상황에 하차할 때 카드도 못찍고 내림 (버스비 2배 이득)
그 할저씨가 자진 하차(?) 하시자 아주머니 한 분이 애기엄마가 순발력 있네 하며 빵을 주셨음...
...... ㅜㅜ ..... 모태솔로였는데..... 애기엄마 아닌데... ㅜㅠ......
여튼.. 빵은 진짜 맛있었음....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