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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태 아저씨
게시물ID : bestofbest_5133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리리로로
추천 : 255
조회수 : 52009회
댓글수 : 7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11/06/07 10:56:28
원본글 작성시간 : 2011/06/05 18:26:23
나는 40대의 아이돌. 하지만 그런 나도 팬의 수와 안티의 수는 비례한다는 공식을 깨지는 못했다. 수원역 노숙자(43세 추정) 아저씨의 헌팅과 동네 시장에서 발가락 양말에 샌들을 신은 차도남(42세 추정)의 적극적 구애, 전화통화하며 길거리를 걷던 도중 맞은편에서 기분 나쁜 웃음을 흘리며 내게 "고것 참 귀엽네?"하며 얼굴을 들이밀던 술 취한 개저씨(48세 추정)의 대쉬 등을 받아온 나지만, 그런 전성기를 지내온 나에게도 시련이 많았다. 원하지 않는 관심. 그런 관심에 불응하면 어김없이 쫓아오는 보복성 행동. 난 만인의 연인이 되고 싶지 않기에 냉정함을 보이려했을 뿐. 하지만 그것을 이해해주는 이해심 많은 남자는 그리 많지 않았고, 그때문에 나의 삶은 때때로 피곤해졌다. 이상하게도 내가 보여 달란 말을 한 적도 없는데, 길거리나 골목길에서 스스로 바지를 내리고 자신의 제3의 자아를 보여주던 남자들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았다. 그들이 내게 원하는 것은 관람료도 아니었고, 애정 어린 눈빛도 아니었을 테지. 다만 그들은 나의 가녀린 비명소리를 듣고 싶었을 뿐. 하지만 감정표현에 서툰 나는 웬만큼 놀랄 일이 아니고서야 놀란 시늉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어린 시절 내게 장난을 치던 남학생들은 나의 무표정한 반응에 재미를 느끼지 못했고, 그 후로는 내게 더 이상 장난은 물론이거니와 말도 걸지 않았지. 그래, 그때 부터였구만. 아무튼, 나는 어두운 골목길에서 갑작스레 마주친 하의실종아저씨들을 보고도 소리를 지른 적이 없었다. 나의 반응은 그냥 가던 길을 가며 한번정도 뒤돌아보고는 "어........"라는 실망의 눈초리 보내거나 "휴......"라는 동정어린 한숨을 쉬는 것 등이 전부였다. 내가 이런 반응을 보이면 대부분의 아저씨들은 멍한 표정으로 우두커니 서있거나, 자신의 초라한 제3의 자아를 내려다보고는 이내 바지를 올리고 골목길로 터덜터덜 사라지곤 했는데, 그 쓸쓸한 뒷모습에서 우리나라 가장들의 힘겨운 현실이 느껴지진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자존심센 아저씨를 만난 나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날도 늦은 하루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가로등불빛만이 어두운 길거리를 가득 메우고있었고, 나의 발소리에 온 동네 개들은 기쁨의 개소리를 멈추지 않았다. 난 개새끼들의 환호성에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집으로 가고있었는데, 그때 멀리서 나타난 하의실종 아저씨. 멀리서 보면 가로등불빛의 역광 때문에 응가하며 걸어오는 목돌아간 귀신처럼 보였는데, 그것이 응가가 아니란 것을 깨닫는데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난 그런 변태들을 중학교시절부터 많이봐온터라 이번에도 역시 별로 놀란기색없이 의연하게 그 아저씨를 지나쳐갔다. 그러자 뒤에서 잠깐의 정적이 흐르더니, 갑자기 쏴아아하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 소리는 마치 어린시절 아빠와 함께 세차를 하던 햇빛쨍쟁나는 일요일 오후를 회상하게 해주긴 개뿔 찌릉내가 코를 찔렀다. 뒤를 돌아보자 역시나 그 아저씨를 나를 향해 쉬를 하고있었고, 순간 두려움을 느낀나는 100M 26초의 위엄을 내뿜으며 미친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 아저씨도 쉬를 흩날리며 나를 따라 달려오기 시작했다. 두 손으로는 자신의 제3의 자아를 잡고 나를 향해 뛰어오며 "우아아아아악!!!"이라는 기괴한 괴성을 질렀다. 나는 너무 무서웠다. 하지만 난 끝까지 소리를 지르지 않았다. 대신 나의 방광이 소리를 질렀기에 조금만 더 그 아저씨가 쫓아왔다면, 다음날 다정히 쉬를 뿌리며 남몰래 골목을 청소하는 아름드러운 모녀로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을지도 모를일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아저씨는 자신의 쉬가 내게 뿌려지기보단 자신의 다리춤을 적신다는 것을 깨닫고부터 더 이상 나를 쫓아오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집까지 전력질주해서 달려왔고, 그때의 후유증으로 길에서 노상방뇨하는 남자들을 보면 어릴적 동네 엿장수 아저씨의 큰 가위가 떠오르며, 진작 엿장수로 진로를 결정하지 못한 나의 어리석음을 탓하곤 한다. 하지만 이제와 생각해보니, 그 아저씨의 어릴적 꿈은 소방관이었고, 그날 술에 취해 현실의 벽에 오랫동안 억눌려있던 자신의 꿈을 실현시킨 것을 내가 짓밟은 것이 아닌가 미안하긴개뿔 한번만 더 만나면 그 부실한 소방호수를 짓밟아주리라 다짐하며 이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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