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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소개] 뫼신 사냥꾼
게시물ID : readers_699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nickyo
추천 : 3
조회수 : 848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3/04/19 09:38:14





<공식 소개문>

윤현승의 장편소설. 2001년 윤현승 작가는 동양의 세계를 기반으로 한 판타지 소설 <흑호>를 내놓았다. 2007년 <흑호>의 리메이크 작 <뫼신 사냥꾼> 1부가 출간되었지만 그 후속작이 나오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윤현승 작가는 그 후 5년여에 걸쳐 <뫼신 사냥꾼>의 세계관을 다듬어 드디어 새로운 판타지 월드를 우리 앞에 펼쳐놓게 되었다. 

얼굴에 흉터 한 줄기를 가지고 있는 떠돌이 무사 한세희. 그는 귀신들을 잡아먹는다. 귀신을 무찌르면 칼에서 한 줄기 검은 연기가 솟아오르며 귀신을 빨아들이는 것. 그의 칼에는 뫼신 사냥꾼 흑호의 기운이 들어있다. 한세희의 진짜 목적은 귀신을 잡는 것이 아니라 신령스러운 짐승인 뫼신을 잡는 것이다. 

뫼신을 잡을 때마다 한세희의 힘은 더욱 커진다. 그가 왜 뫼신을 사냥하고 다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를 도와주고 있는 큰아버지가 누구인지도 밝혀지지 않았다. 뫼신 사냥꾼은 한세희 뿐이 아니다. 동혜 나라 제일의 검술관이라 알려진 당천관과 나라의 제사를 주관하는 무당들의 당굴처도 힘을 합해 뫼신들을 사냥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 뫼신 사냥꾼을 쫓는 떠돌이 박수 버들 도령. 그는 부적을 사용하는 동혜 최고의 박수 무당이다. 뫼신들이 사라지면 산에 이상이 생긴다. 동혜 전체가 이상해지는 것을 느낀 버들은 모든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뫼신 사냥꾼을 뒤쫓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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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머리속의 괴물이 쓰는 것이고, 나는 그저 그 괴물에게 수월한 손을 빌려주기 위한 노력을 할 수 밖에 없다.]



제가 글에 있어서 믿고 있는 문장입니다. 누구나 머리속에 글 쓰는 괴물을 한 마리쯤 키우고, 그 괴물이 글을 써내면 나라는 사람은 그저 그 괴물의 이야기를 잘 전달할 수 있게 노력하는 사람일 수 밖에 없다는 것. 그래서 어떤 작가든 그 작가의 최고로 치는 작품이란 '매일 반복된 글쓰기'의 사이에서 누구도 모르게 어느새 튀어나온다는 생각을 믿는 것이죠. 요즘처럼 '문예창작'이 하나의 학문으로 작성 기법을 분해해서 가르치는 시대에는 맞지 않는 이야기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만.




윤현승 이라는 작가는 다크문,하얀늑대들 로 유명한 작가입니다. 제가 몇 안되게 손에 꼽는 장르문학 작가지요. 정작 본인은 장르문학에 대한 컴플렉스가 있나 싶을 만큼 기존의 정형화된 장르문학을 거부하는 작품의 연속입니다만,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꺼낸 이야기중 가장 재밌었던 것은 나온지 1달도 되지 않은 뫼신사냥꾼을 포함하여 '하얀늑대들'이 정점이었습니다. 그의 대표작이고, 여전히 제가 그에게 기대하는 수준이 하얀늑대들이죠.




윤현승은 하얀늑대들 이후 다양한 책을 집필했습니다. 점점 문장은 다듬어지고, 글의 구성과 기승전결에 있어서도 점점 깔끔해졌죠. 그는 여전히 뛰어난 이야기꾼이었습니다. 저는 순수문학과 장르문학에 경계를 두는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순수문학이 '사건과 서사'보다는 '인물과 상황에 대한 관찰'에 힘을 주는 편이라면, 장르문학은 반대로  '사건과 서사'를 통해 '인물과 상황'을 맞추어내는 차이가 있지않나. 그 정도로만 생각을 하는 편입니다. 물론 대체로 그러다보니 순수문학은 문장과 표현법에 상당히 공을 들이는 편이고, 장르문학은 사건의 내용과 극의 전개에 힘을 주는 편이지요. 어쨌거나 윤현승은 그런면에서 순수문학 스타일보다는 장르문학 스타일이 참 잘 맞는 사람입니다.




어쨌거나 이 책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윤현승은 여전히 뛰어난 이야기꾼으로 책을 읽게 만들었습니다. 6권이나 되는 책을 3일만에 득달같이 붙잡고 읽었으니까요. 그 사이에 롤을 한판도 하지 않게 한 흡입력이라면 충분한 설명이 될지도 모르겠군요. 하지만 여전히 이 책의 마지막을 읽고 난 뒤에 느끼는것은 '내가 이것을 두번 읽을까'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얀늑대들은 3번을 읽었죠.




장르문학에서 흔히 '비장르문학, 혹은 좀 더 고급스런 장르문학'을 노리는 작가들은 꽤 전형적인 장치들로 글을 꾸밉니다. 가령 영미소설이 소설 내의 언어를 영어와 라틴어 등을 혼용해서 그럴싸하게 만드는 점처럼 사장된 고어나 사투리, 방언을 적절히 이용하는 것. 그리고 기존의 dnd//톨킨세계관 으로 귀결되는 판타지의 세계관에대한 거부 같은게 대표적입니다. 그러다보니 역으로 '동양설화'는 또 다른 전형적인 세계관으로 정립되어 가지요. 이걸 이우혁의 세계관이라고 해야할지, 그저 동양전체의 세계관이라고 해야할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윤현승은 이 책에서 그런 모습을 스스럼없이 드러냅니다. 1권을 읽을때 까지만해도 이 작가가 대체 이런 겉멋을 부리는 이유가 뭘까 하고 실망감에 가득찼지요.




결과적으로 말하면, 그의 그런시도는 성공도 실패도 아니었습니다. 위에서 말했듯이 그는 여전히 뛰어난 이야기꾼이었거든요. 그의 이야기는 충분히 매력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만족스러운 것도 아니었죠. 그가 내세운 책의 세계관은 훨씬 더 방대한 이야기의 배경이 될 수 있었고, 그가 만들어낸 인물들은 여전히 더 많은 정리될 것을 남겨놓았습니다. '결말의 아쉬움'으로 마무리하기에는, 그럼 뭐하러 이렇게 판을 크게, 그리고 겉 멋을 잔뜩 들여 공을 부었나 하는 것이지요. 뫼신사냥꾼의 이야기는 분명히 적절한 얼개와 흐름으로, 그리고 적절한 구성과 개연성으로 '좋은 소설'로 쓰였습니다만, 적어도 제가 이 작가에게 기대한것은 그저 재밌고 좋은 소설은 아니었습니다. 제가 느끼고 싶었던건 하얀늑대들에서 보여준 것 처럼, 그 세상에 살 수 없는 우리들이 '그 세상'에 대해 간절히 바라게 될 만큼 매력적인 인물들과, 그 인물들 하나하나의 완결성이 사건과 어울려 하나의 완성된 세상으로서 남는 것이었죠. 그게 진짜로 훌륭한 장르문학이 가질 수 있는 커다란 매력이자 가치니까요. 




안타깝게도 이번 작품은 제게 있어서 역시 '하얀늑대들'이상의 것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그의 또 다른 장편소설인 더스크워치를 보았을때의 느낌과 비슷하죠. 한 번은 재미있게 읽었다. 소재는 '참신'하지는 않아도 '신선한 편' 이었고, 발상은 '새롭지'는 않지만 '고전적인 장점'을 뚜렷이 잘 살렸으며, 인물과 스토리는 '깊고 복합적이며 완결성까지 지닌' 정도는 아니지만 '잘 짜여지고 개연성이 어색치 않은' 상태를 극 내내 유지했습니다. 그러다보니 두번 읽고싶은 마음은 들지 않는 것이지요. 워낙 밸런스는 잘 맞았지만 대신에 그만큼 옅었습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건방진 평점을 매겨보자면, 스토리와 재미에 4점, 인물에도 4점. 발상과 완결성에는 3.5점 정도.  도합 4점이 약간 안되는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하얀늑대들이 제 마음속에서 5점 만점에 4.5점 정도인데, 윤현승씨가 언제 자신의 대표작인 하얀늑대들을 뛰어넘을 이야기를 옮겨 줄지 기대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그는 뛰어난 이야기꾼 이니까요. 다만 그의 머리속에있는 괴물이 지친게 아니기를 바랄 뿐이지요.




제가 장르소설에 '엄청' 깐깐하게 군다는 것을 생각하면, 장르소설에 거부감이 없으신 분들은 꼭 읽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이렇게 말해도 뫼신사냥꾼 만큼 재밌다고 인정하는 장르소설은 10 작품이 채 안되거든요. 하얀늑대들, 드래곤라자, 마시는 새 시리즈, 퇴마록, 월야환담과 더 로그 정도. 해외 판타지소설은 해리포터와 반지의 제왕정도 밖에 안 읽어봐서 모르겠군요. 이 작품들마저 최근에 다시 읽은건 하얀늑대들/드래곤라자/월야환담 정도이니 실상은 다섯 작품도 안되는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더로그 나 마시는 새 시리즈, 퇴마록은 지금 다시 읽었을 때 그만큼 좋아할 지 모르겠네요.



아, 감상을 쓰다 깨달은건데 뫼신사냥꾼은 '눈마새/피마새'시리즈와 상당히 닮은 구석이 많습니다. 혹시 눈마새 피마새 시리즈를 재밌게 보셨다면 뫼신사냥꾼도 충분히 재밌게 읽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만 줄입니다. 다음 책은 정유정씨의 '내 심장을 쏴라' 혹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작.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중 하나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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