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독들은 저마다 선호하는 배우가 있다.
그게 주연이든, 조연이든
작품의 싸인처럼 쓰곤 하는데, 장 피에르 주네 (델리카트슨 사람들) 감독은 도미니크 피뇽을 선호하고,
김기덕은 조재현을,
마틴 스콜세지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단골로 쓴다.
JJ.에이브람스 감독을 선호해서 그의 작품들을 거의 다 찾아보다 보니
단골로 등장하는 조연급 배우가 몇 명 눈에 띄는데,
그중 하나가 이번 스타워즈에 나와서 반가웠다.
켄 렁.
아시아인 배역으로는 거의 유일했고,
또 비중 높다고 생각되는 저항군 제독역에 잠깐 나왔다.
켄렁은 로스트와 퍼슨 오브 인터레스트에 나오는데,
주로 기민하고, 영리한 캐릭터를 맡는다.
특히, 시니컬한 유머가 매우 돋보인다.
그건 숨길 수도 없는, 배우 성격의 일부로 보일 정도다.
헐리우드 영화에 나오는 동양인은, 주로 아시아인 전형을 연기하게 된다.
아시아인이라면 그랬을 법한, 예상되는 캐릭터.
가령, 와타나베 켄이나 주윤발, 루시 리우 같은 인물 말이다.
도덕적이거나 신념이 강한, 혹은 믿음직한.
하지만, 켄렁은 그들과는 전혀 다른 캐릭터다.
수다쟁이고, 머리회전이 빠르다.
시니컬한 유머를 우디 앨런 식으로 쏟아내는데,
뉴요커보다 더 뉴요커 같은 느낌을 준다.
그가 아시아인의 전형을 연기한다는 것은 꽤 상상하기 어렵다.
짧게 나온 스타워즈에서의 그가 매력을 충분히 보여줬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에이브람스 작품의 싸인 같은 느낌으로 등장해서 반가웠다.
배역을 제안받았을 때 그는 마치 이렇게 말했을 듯하다.
"헤이, 에이브람스.
중국인들 대상으로 하는 스타워즈 마켓에서, 마치 중국인처럼 보이라는 거잖아.
알았어. 나 혼자면 충분하니 다른 아시아인은 모두 빼는 걸로 하자구."
아시아인이 한 명 나온 건, 아마 이래서이지 않을까.
그의 다음 작품을 기대해 본다.ㅎ
P.S 사진 설명 :
사진1 - 저항군 제독역, 스타워즈
사진 2 - 로스트에서 달마 이니셔티브 잠바를 입고.
사진3 - 퍼슨 오브 인터레스트에서 제임스 카비젤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