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860일을 맞이하는 8월 22일 오늘은 단원고등학교 2학년 3반 박예슬 학생과 2학년 10반 장수정 학생의 생일입니다. 반 순서대로 소개합니다.
2학년 3반 박예슬 학생입니다.
예슬이는 디자이너가 되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입고 싶은 옷, 신고 싶은 신발, 그리고 어른이 되면 살고 싶은 집까지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들을 모두 차곡차곡 그림으로 그렸습니다. 예슬이를 잃은 뒤에 부모님은 예슬이가 공책과 스케치북에 남긴 디자인과 그림들을 모아 전문가에게 보여드렸습니다. 그리고 예슬이의 재능과 잃어버린 꿈을 기억하기 위해 2014년 7월 4일부터 10월까지 종로구 서촌갤러리에서 박예슬 전시회가 개최되었습니다.
세월호가 가라앉기 시작했을 때 예슬이는 휴대전화로 동영상을 촬영하여 상황을 기록했습니다. 아래 영상은 예슬이 휴대전화에서 복원한 참사 당시 영상입니다. 416가족협의회 홈페이지에 공개되어 있습니다.
2014년 7월 세월호 아버님들이 광화문에서 처음 단식농성을 시작하셨을 때, 7월 말에 학생들의 휴대폰 동영상이 광화문에서 처음 공개되었습니다. 서명대 옆에 대형화면이 설치되어 박예슬 학생과 김동협 학생의 휴대폰 동영상이 계속 상영되었습니다. 땡볕보다 어버이연합보다 하루종일 옆에서 들려오는 학생들 목소리, "살아서 보자"던 예슬이 목소리와 "난! 꿈이 있는데! 난! 살고 싶은데!"라고 외치는 동협이 목소리가 가장 미안하고 괴로웠습니다.
그리고 8월 20일 단원고 교실이송식에 참여했을 때, 안산교육지원청 마당에 설치된 텐트 구석의 의자 위에 놓인 3반 유품상자 중 예슬이 상자가 유독 눈에 띄었습니다. 며칠 뒤에 생일인데, 라고 생각해서 그랬을지도 모릅니다. "2학년 3반 박예슬"이라고 적힌 상자가 계속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아 다시 한 번 괴롭습니다. 학생들을 창고 안에 버려두고 뒤돌아 저만 도망친 것 같은 기분입니다.
함께 생일을 맞이한 2학년 10반 장수정 학생입니다.
수정이는 연년생 오빠가 하나 있는 1남 1녀의 막내입니다. 집에서 수정이는 똑부러지고 자기 의견을 명확하게 표현하는 아이였고 오빠가 수정이 말을 잘 들어주는 사이였다고 합니다. 수정이랑 오빠는 집안일을 반반씩 나눠서 했는데, 예를 들면 수정이가 요리를 하면 오빠가 설거지를 하고, 수정이가 빨래를 맡으면 오빠가 청소를 하는 식이었습니다. 물론 일을 나눠서 오빠한테 일을 맡기는 역할은 수정이가 했습니다.
수정이는 오빠랑 생일이 같다고 합니다. 오늘 수정이 생일은 수정이 오빠의 생일이기도 합니다. 수정이 없이 벌써 두 번째 맞이하는 생일에 오빠가 어떤 심경이실지... 짐작이 되지 않습니다.
수정이는 똘똘한 막내였지만 엄마한테는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좋다"고 애교를 부리는 "엄마 껌딱지"이기도 했습니다. 토요일이면 엄마랑 같이 마트 가서 장도 보고 짐도 들어드리는 효녀이기도 했습니다.
수정이의 꿈은 간단한 식사와 커피를 함께 판매하는 음식점을 경영하는 것이었습니다. 직접 만든 볶음밥이나 샌드위치 등 가벼운 식사와 음료를 함께 즐기면서 회의도 할 수 있고 작업도 할 수 있는 마음 편한 공간을 만드는 것이 수정이의 장래희망이었습니다. 꿈을 이루기 위해서 수정이는 수학여행을 다녀오면 여름방학에 바리스타 학원에 다닐 계획이었습니다.
이제 다시는 가볼 수 없는 단원고 기억교실 2학년 10반에 있었던 수정이 책상입니다.
안산 합동분향소 전광판 #1111로 문자 보내 예슬이와 수정이 생일을 축하해 주세요. 단원고에 남아 있던 기억교실도 사라지고, 교실과 희생학생들, 선생님들 유품 보관 계획은 불투명하고, 3반 예은 아버님 (416가족협의회 유경근 집행위원장님)과 엊그저께 생일이었던 8반 장준형 학생 아버님께서는 폭염 속에 광화문에서 무기한 "사생결단 단식"을 하고 계십니다. 세월호 가족분들께 여러 모로 힘들고 어려운 시기입니다. #1111로 문자 보내 함께 한다고, 잊지 않는다고 말씀해 주시면 가족분들께 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