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 토요일, '푸르른 날에' 라는 연극을 보러 갑니다. 5월의 광주에서 군홧발에 짓밟혀 못 다 핀 사랑 이야기를 처절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해마다 5월이면 보러 가는데요. 작품 속, 시민군들이 김남주 시인의 학살 이란 시를 처절하게 외치는 장면이 있습니다. 비록 하루 지났지만... 문득 그 장면이 생각나서 시를 올립니다.
오월 어느 날이었다. 80년 5월 어느 날이었다. 광주 80년 오월 어느 날 밤이었다.
밤 12시 나는 보았다. 경찰이 전투경찰로 교체되는 것을 밤 12시 나는 보았다. 미국 민간인들이 도시를 빠져나가는 것을 밤 12시 나는 보았다. 도시로 들어오는 모든 차량들이 차단되는 것을
아 얼마나 음산한 밤 12시였던가. 아 얼마나 계획적인 밤 12시였던가.
오월 어느 날이었다. 1980년 오월 어느 날이었다. 광주 1980년 오월 어느 날 밤이었다.
밤 12시 나는 보았다. 총검으로 무장한 일당의 군인들을 밤 12시 나는 보았다. 야만족의 침략과도 같은 일단의 군인들을 밤 12시 나는 보았다. 야만족의 약탈과도 같은 일군의 군인들을 밤 12시 나는 보았다. 악마의 화신과도 같은 일단의 군인들을
아 얼마나 무서운 밤 12시였던가. 아 얼마나 노골적인 밤 12시였던가.
오월 어느날이었다. 1980년 오월 어느 날이었다. 광주 1980년 오월 어느 날 밤이었다.
밤 12시 도시는 벌집처럼 쑤셔 놓은 심장이었다. 밤 12시 거리는 용암처럼 흐르는 피의 강이었다. 밤 12시 바람은 살해된 처녀의 피 묻은 머리카락을 날리고 밤 12시 밤은 총알처럼 튀어나온 아이의 눈동자를 파먹고 밤 12시 학살자들은 끊임없이 어디론가 시체의 산을 옮기고 있었다.
아 얼마나 끔찍한 밤 12시였던가. 아 얼마나 조직적인 학살의 밤 12시였던가.
오월 어느 날이었다. 1980년 오월 어느 날이었다. 광주 1980년 오월 어느 날 밤이었다.
밤 12시 하늘은 핏빛 붉은 천이었다. 밤 12시 거리는 한 집 건너 울지 않는 집이 없었고 무등산은 그 옷자락을 말아 올려 얼굴을 가려버렸다. 밤 12시 영산강은 그 호흡을 멈추고 숨을 거둬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