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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간 동생으로부터 입영 장정 소포가 왔습니다
게시물ID : humordata_27271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볼롱엉덩이
추천 : 14
조회수 : 1496회
댓글수 : 16개
등록시간 : 2005/09/09 00:40:15
동생이 1일에 훈련소 입소하고, 입고 갔던 옷이 어제 소포로 왔습니다. 엄마가 소포 받고, 속에 들어있던 편지 읽고 펑펑 우셨어요. 어제 학교 갔다 와보니 엄마가 막 울고 있는데, 왜 우냐고 물어봐도 대답도 않고, 사실 지금 할머니가 건강이 안 좋으셔서 중환자실에 계신 중이라.. 그래서 할머니 돌아가신 줄 알고 전 혼자 시껍했었지요; 제 동생이 평소 어떤 애였냐면.. 입대 바로 전 날까지도 가족끼리 모여서 식사나 한 끼 하자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부탁을 외면하고 친구들이랑만 놀러댕겼던-_- 그런 앱니다. (결국은 바로 전 날 밤 9시 넘어서 기어이 밥 먹었음) 훈련소 입소 할 때 그 앞에서 손목시계랑 뭐 그런거 산다면서요 (저는 안 따라가서 잘 모르겠습니다) 거기에 있는 물건중에 밤에 침상에서 편지 쓸 수 있도록 볼펜에 후레쉬가 달린 뭐 그런게 있었대요. 옆에서 친구들이 저런 볼펜 있어야 된다고 그랬는데 엄마 아버지가 생각하시기에 '이 자식은 절대로 편지란걸 쓸 놈이 아니다...' 싶으셔서 안 사주셨댑니다.;; 무뚝뚝하고...정 없고...엄마랑 누나가 쏟아붓는 애정도 탁탁 튕겨내버리는 것 같았던, 그래서 제가 맨날 인정머리 없고 개념 없고 가족 소중한거 모른다고 혼냈던 그런 애가, 가족 중 그 누구도 편지 한 장 기대하지 않았던-_-; 그런 애가 자긴 너무 잘 있으니까 걱정 말고 부디 울지 말라는 이야기로 편지 한 장을 가득 채우고, 불침번 교대 끝내고 자려고 누운 이불 속에서 갑자기 가족 생각이 나서 잠 안자고 몰래 쓴 편지를 바지 주머니 속에 숨겨넣고, 입고 온 옷 상자에 다 넣고 난 마지막까지도 울지 말라고 적으려고 했다는게, 참 가슴이 시립디다. 전 오빠 군대 갔을 때는 세상 끝난듯이 울었는데..한 번 보내봐서인가 이번엔 좀 덤덤하네요. 근데 엄마가 걱정입니다. 어제 한참 울고는..밤에 어여쁜 당신(드라마) 보면서 잘 웃길래-_-;;;;;; 자식 군대 보낸 어머니의 심정이 어지간하겠나..하면서 오늘은 괜찮아졌겠거니 했건만 웬걸, 옷 얘기만 꺼내도 울어요-_-;; 우째야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저도 물론 누나로서 걱정이 되고 슬프지만 되도록 좋은 쪽으로 생각하고 있거든요. 가서 고생도 하고 그러겠지만 분명 좋은 사람들도 만날거고 나름 재미도 있을거라고... 그래서 엄마한테 "OO이는 워낙 붙임성 좋고 넉살 좋고 능청스러운 구석이 있어서 어딜가나 인기가 좋으니까 분명 거기서도 적응 잘 하고 잘 지낼거야" 라고 말하고 싶은데 뭐 애 이름만 나와도 울기 시작하니..; 아예 애 얘기를 못 꺼내겠어요-_-; 심지어 어제 온 옷들....빨지 않고 그대로 동생 책상에 올려놓으셨습니다..팬티와 양말까지. 옷 왜 안 빠냐고 물어봤다간 '넌 누나가 되갖고 어찌 그리 정이 없니!' 이럼서 조낸 두들겨 맞을 것 같지 말입니다...-_-; 뭐 딴 얘기 할 땐 잘 웃고 그러다가 갑자기 울고 그러니까... 아까는 또 육군훈련소 싸이트를 한참 보더니 나한테 "군인들은 밥을 참 많이 먹네..화장실에서 먹는 초코파이가 그렇게 꿀맛이랜다." 웃으시며 조곤조곤 말씀 잘 하시던데...그치만 내가 먼저 얘기 꺼내면 또 화내면서 울 것 같음-_);;;;; 에... 아들을 군대에 보낸 어머니 눈물 그치게 하는 법 있으면 좀 알려주세요-_-; 아버지와 저는 엄마가 저러다 병 날까봐 걱정입니다. ↓소포 상자 뚜껑 안 쪽 귀퉁입니다. '걱정마세요 건강히 잘있어요 보고울' 까지 적혀있죠.(제 동생이 천하의 악필입니다;) 보고 울지 마세요 라고 적으려다가 끊겼나봐요. 그냥 상자 빨리 봉하라고 해서 마저 쓸 시간이 없었던걸까요..아니면...막 몰래 쓰다가 걸려서 한 대 맞거나 한건 아니겠죠ㅜ_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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