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 때문에 모내기를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 강바닥을 파내면서 수위가 낮아져 농수로 물이 말라버린 탓이다.
8일 오후 본보 취재진이 찾은 경남 함안군 대산면 장포들녘은 모내기철을 맞아 물이 가득해야 할 논이 쩍쩍 갈라져 있었다.
"강가에서 농사를 짓는데 물이 없어 모내기를 못 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40년 넘게 농사 지었지만 이런 일은 정말 처음이에요." 장포들녘에서 만난 농민 김 모(62) 씨는 "수박농사를 끝내고 곧바로 모내기에 들어가야 하지만, 농수로에 물 한 방울 들어오지 않아 일손을 놓고 있다"며 연방 한숨만 내쉬었다.
남강과 낙동강이 만나는 지점에 위치한 장포들녘은 강둑을 따라 폭 200~300m 크기로 펼쳐진 100만㎡ 넓이의 '문전옥답'이다. 그런데 이곳이 말라버린 것은 10㎞ 하류에서 진행되고 있는 함안보 공사 때문이다. 보를 만들며 강바닥을 준설했는데 이 때문에 강물의 수위가 장포양수장의 물 흡입구보다 낮아져 물을 퍼 올릴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장포들녘의 논 80~90%가 바짝 마른 상태고, 일부 모내기를 한 논도 더 이상 물이 없어 제대로 농사를 지을 수 있을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농민들은 궁여지책으로 지하수를 끌어올려 농업용수로 이용하려 했지만 그마저도 거의 마른 상태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4대강 사업이 있기 전에는 물이 매우 풍부했던 곳이라 지하수 관정을 지하 3m 정도까지만 설치해 두었는데 강물이 낮아지면서 지하수 수위도 함께 떨어졌다는 게 농민들의 주장이다.
장포들녘에서 2㎞가량 상류에 위치한 대산들녘은 면적이 330만㎡로 매우 넓어 물 부족으로 인한 피해도 더욱 심각했다. 일부 모내기를 한 논도 있었지만 겨우 논바닥을 적시는 정도였고, 논 대부분은 써레질이나 쟁기질을 한 자국만 남은 채 먼지를 날리고 있었다.
대산들녘에 물을 공급하는 구혜양수장의 가동률은 현재 18%에 불과하다. 농민 조 모(59·여) 씨는 "물이 없어 모내기를 못하기는 난생 처음"이라며 "아래쪽에서 보 공사를 하면서 강바닥의 모래를 걷어내는 바람에 이런 일이 생겼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본보의 현장취재에 동행한 조현기 함안보피해대책위원장은 "함안보 공사가 시작된 이후 비가 오면 물이 역류해 농지가 침수되고, 반대로 가뭄이 들면 상류 지천이 말라버리는 현상이 되풀이 돼 농민들이 큰 피해를 입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농어촌공사 함안지사 관계자는 "구혜양수장의 경우는 현재 18~20% 가동하고 있으나 24시간 가동 중이고, 장포양수장도 물막이 공사를 서둘러 조만간 가동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면서 "보 공사가 마무리되면 이런 현상은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백남경 기자 nkb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