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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보면 무시무시한 그림동화, 백설공주.[19금]
게시물ID : humorbest_5153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좆타
추천 : 52
조회수 : 7507회
댓글수 : 10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04/08/02 11:55:49
원본글 작성시간 : 2004/08/02 11:28:51
역시나 유머베스트 51503글을 안보신분들은 먼저 보시고 읽으세요. 감상평..백설공주 그녀가 마녀였다. - _-; ------------------------------------------------------------------------------------- 백설공주 사.악.한.마.녀.가.공.주.의.친.어.머.니.였.다      왕비는 복도 모퉁이에 몸을 숨기고 기다리고 있었다. 촛대의 희미한 불빛이 길게 이어져 있는 복도를 어렴풋이 비추고 있다.  그때 복도를 스치는 듯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망토로 얼굴을 가린 남자가 걸어오고 있었다. 왕비는 즉시 그가 왕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왕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어느 방 앞에 멈추었다. 그리고 문을 열자마자 마치 빨려들어가듯 안으로 들어갔다. 왕비는 그 방을 주시하며 복도 그늘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방 안을 들여다보고 싶지만 그런 행동은 용서받을 수 없는 죄였다. 왕비는 잠시 동안 마음속의 죄의식과 싸웠다. 그러나 결국 초조한 마음과 호기심이 죄의식을 억눌러버렸다.  왕비는 무서운 악마에게 이끌리듯, 왕이 발소리를 죽이고 들어간 방 앞으로 다가가 허리를 구부리고 열쇠구멍을 통해서 실내를 들여다보았다.  희미한 달빛을 받아 드러난 실내에는 침대가 놓여있고, 침대 위에는 한 소녀가 앉아 있었다. 침대 옆에 서 있던 왕이 소녀의 몸을 끌어안더니 뜨거운 키스를 퍼부었다. 아직 어린 소녀의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가 감돌았고, 절반쯤 벌어진 입술 사이로 다람쥐처럼 귀여운 이가 흘긋 드러나 보였다.  왕은 왼팔로 소녀를 끌어안으며 오른손으로 소녀의 잠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이윽고 소녀의 하얀 나체가 조금씩 드러나면서 달빛을 받아 희미하게 부각되었다. 보일 듯 말 듯 부풀어오른 가슴, 아직 숲이 이루어지지 않은 둥근 둔덕, 그 아래로 이어져 잇는 인형처럼 늘씬한 두 다리...  왕비는 더 이상 지켜볼 수가 없어 열쇠구멍에서 눈을 떼었다. 그때까지의 긴장감이 풀린 탓인지, 아니면 절망감 때문인지, 갑자기 온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면서 맥없이 바닥으로 무너져내렸다. 남편이 바람피우는 모습을 본 아내의 슬픔... 누구라도 그렇게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비극적인 것은 남편의 바람 상대가 두 사람 사이의 친딸이라는 점이었다.    눈이 내리고 있었다. 왕비는 흑단나무 창틀이 끼워져 있는 창가에 앉아 바느질을 하고 있었다.  이 나라로 시집을 온 지 벌써 10년, 왕비는 높은 신분은 아니었지만 그 미모에 매료된 왕의 끈질긴 요청으로 결혼해 왕비가 되었다.  결혼한 이후 한동안 왕은 마치 제정신을 잃은 사람처럼 왕비를 사랑했다. 왕비가 시종에게 눈길을 주거나 신하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심하게 질투를 했다. 결혼 전에 어떤 귀족이 왕비를 짝사랑했던 문제로 밤새도록 왕비를 추궁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행복은 오래 가지 않았다. 그 시대에는 다른나라와의 전쟁이 일상적인 일이었기 때문에 왕은 성을 비우고 전쟁터에 나가 있는 경우가 더 많았다. 성에 혼자 남겨진 왕비는 고독했다.  시녀들에게 둘러싸여 하는 일 없이 지내는 나날이 이어졌다.  사람들의 소문이나 험담, 화장과 드레스에 관한 이야기... 여자끼리의 화제는 시시한 것들뿐이었다. 그런 대화의 중심에서 왕비는 밝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마음은 늘 고독했다.  그러다 보니 왕비의 유일한 즐거움은 자기 방에 혼자 틀어박혀 시집 올 때 가져온 마법의 거울을 꺼내어 들여다보는 것이었다. 왕비는 때로 그 거울을 보며 이런 질문을 했다.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은 누구니?"  "그건 왕비님 당신이에요.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은.."  거울의 대답을 들을 때마다 왕비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풍부한 갈색 머리카락, 오똑하고 단정한 이목구비, 대리석 같은 하얀 피부... 하얀피부를 소중히 여긴 왕비는 프랑스에서 수입한 처방에 따라 여러 종류의 약초로 만든 파프(연고처럼 생긴 찜질약)로 매일 아침 마사지를 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름에 따라 왕비의 미모에도 그늘이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피부가 늘어지고 눈가에 주름이 잡혔다. 왕과의 사랑에도 점차 정열이 사그라져갔다. 왕은 그런 왕비에게 조금씩 싫증을 내기 시작했다.  왕이 어느 귀족의 딸을 총애한다는 소문이 왕비의 귀에 들려왔다. 왕이 성을 자주 비우는 이유는 전쟁 때문만이 아니었다.종종 그 아가씨를 만나러 가기도 했던 것이다.  왕은 소녀를 좋아했다. 왕비도 그 나라로 시집 올 때 열다섯 살의 젊은 소녀였다. 왕은 비녀라기보다는 미소녀라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리는 왕비의 미숙한 아름다움에 도취되었다.  왕은 풍만한 가슴이나 히프에 별로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소년처럼 늘씬하고 매끄러운 다리, 군살이 붙어 있지 않은 탄력 있는 히프, 갸름하고 단아한 얼굴... 왕비의 그런 중성적인 아름다움의 왕을 매료시켰던 것이다.  그 당시에 나이 어린 소녀의 결혼은 보기 드문 일이 아니었다. 열 살 정도의 나이에 다른 나라로 시집 간 공주가 얼마든지 있었다. 또한 남편으로서의 왕자도 성적으로 미숙해서, 부부 관계에는 관심도 없이 둘이서 장난만 쳤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그러고 보니 지금 왕이 총애하고 있는 귀족의 딸도 열네 살이 되지 않은 소녀라는 소문이었다.  왕비에게는 커다란 약점이 하나 있었다. 결혼한 지 10년째인데도 아직 아이가 없다는 것이다.  왕비는 한숨을 내쉬며 창 밖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그 순간 바늘에 손가락이 찔리면서 새빨간 피가 눈 위로 떨어졌다. 새하얀 눈을 물들이는 선혈의 붉은빛의 눈부실 정도로 선명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왕비의 뺨이 붉게 달라올라 여느 때보다도 더 아름답게 보였다.  "아이를 낳고 싶어. 이 눈처럼 새하얀 피부, 피처럼 새빨간 입술, 그리고 흑단나무처럼 새까만 머리카락을 가진 아이를..."  아이가 태어나면 왕의 마음을 다시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다. 아니, 그렇게까지는 되지 않더라도 후계자의 어머니로서 왕비의 자리에서 쫓겨나지는 않을 것이다.        왕비의 소원이 신에게 전해졌는지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왕비는 임신을 했고, 마침내 아이를 낳았다.  왕비가 원한 대로 눈처럼 하얀 피부와 피처럼 새빨간 입술, 흑단나무처럼 새까만 머리카락을 가진 여자아이였다. 아이는 백설공주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왕도 기분이 좋아 왕비의 '공적'을 칭찬하여 화려한 보석과 드레스를 선물했다. 왕비의 출산을 학수고대했던 왕은 이왕이면 사내아이를 낳았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불평을 하기도 했지만, 왕비는 못들은 척했다.  아이는 무럭무럭 자랐으며, 아이를 좋아하는 왕은 틈만 나면 함께 놀아주었다. 애인을 찾아가는 횟수도 줄어들었고 아이를 보기 위해 왕비를 찾아오는 일이 많아졌다. 왕비는 만족했다. 아이로 인하여 왕이 다시 자기에게 돌아왔다고 생각했다.  아기가 성장함에 따라 왕비는 아이의 머리를 묶어주고 옷을 만들어주는 것을 즐거움으로 삼았다.  백설공주는 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아무런 탈없이 잘 자랐다. 그리고 나이를 먹을수록 왕비를 닮은 미모를 갖추었다. 왕비는 그런 공주가 자랑거리였다. 사람들이 공주의 아름다움을 칭찬할 때마다 자기가 칭찬받는 것처럼 기뻐했다.  그러던 어느 날, 왕비는 묘한 기분을 느꼈다. 공주를 바라보는 왕의 눈이 남자가 여자를 보는 눈처럼 이상하게 느껴졌다. 공주의 드레스 위로 드러난 새하얀 피부를 바라볼 때, 스커트 아래의 맨발을 바라볼 때, 왕의 눈에 욕망의 빛이 반짝이는 듯했다.  일찍이 근친상간은 현대인이 생각하는 것만큼 특이한 행위가 아니었다. 이집트의 여왕 클레오파트라도 동생과 결혼했고, 16세기 이탈리아의 귀족 프란체스코첸치도 미모의 딸을 방에 가두어두고 강간했다.  그리고 며칠 후, 왕비는 우연히 공주의 침실로 들어가는 왕의 모습을 발견했고, 열쇠구멍을 통해 그들의 정사 장면을 목격한 것이다.     왕은 거의 매일 밤 공주의 침실을 드나들었다. 당연히 왕비의 방에는 발걸음이 끊어졌다. 예전처럼 다시 고독에 빠진 왕비는 딸에 대한 연민과 질투 사이에서 고민했다. 사랑하는 딸의 육체가 남편의 짐승 같은 욕망에 더렵혀진다는 연민과 남편의 애무에 음란한 신음소리를 내뱉는 여자가 딸이 아닌 자기이기를 바라는 질투...  그러나 그 고민은 오래 가지 않았다. "남자를 아는여자.." 그렇게 생각하자 지금까지 사랑스럽기만 했떤 딸이 갑자기 불결한 동물처럼 느껴졌다. 지금까지 백옥처럼 아름다웠떤 매끄러운 피부가 갑자기 손도 대기 싫은 더러운 것으로 느껴졌다.  "복장이 그게 뭐니? 몸을 훤히 드러내고."  언제부터인가 왕비는 공주에게 쓸데없는 잔소리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몸가짐을 조심해야지. 너는 이 나라의 공주야."  몸매를 강조하는 드레스를 입거나 부드러운 비단양말을 신고 기뻐하는 공주를 바라보면서 왕비는 인상을 찡그리며 꾸짖었다. 그러자 지금까지는 어머니에게 순종만 했던 공주가 갑자기 반항적인 태도를 보였다.  "엄마는 보는 눈이 없어요. 엄마 같은 생각을 갖고 있으면 시녀들과 대화를 할 수 없다구요. 지금 파리에서 어떤옷이 유행하고 있는지 아세요? 왕족이나 귀부인들뿐만 아니라 일반 서민들까지도 이런 스타일로 거리를 돌아다닌다구요."  도톰한 입술을 움직이며 깜찍한 말투로 이야기하는 공주의 얼굴이 전에는 사랑스러워서 견딜 수 없을 정도였는데, 이제는 얄미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이런 식으로 공주는 빠르게 변해갔다. 공주의 몸에서 남자와 함께 밤을 보낸 여자들 특유의 불결한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공주의 몸이 남자의 애무에 익숙해짐에 따라 점차 사랑의 기술이 늘고 있다는 사실을 왕비는 분명하게 간파할 수 있었다.  어느날, 무엇이 원인이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왕비와 공주가 말다툼을 하게 되었는데, 그때 공주는 건방진 말투로 이렇게 말했다.  "여자는 남자에게 사랑을 받아야 해요. 남자에게 사랑도 받지 못하는 사람이 뭘 알겠어요?"  "사랑받지 못한다고?"  왕비의 얼굴색이 변했다.  "그래요. 아빠는 엄마를 사랑하지 않아요. 엄마 같은 여자는 이제 질렸대요."  남자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는 여자의 강인함. 왕비는 반박할 말이 없었다. 예전에는 그녀도 그런 강인함을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예전의 젊은 미모를 잃어버리고 자신감을 잃어가는 초라한 여자일 뿐이었다.  왕비는 공주에게 여자로서의 질투를 느끼고 있는 자신을 알고 있었다. 백옥 같은 피부, 도톰한 장밋빛 입술, 군살이 전혀 없는 날씬한 몸매...그것은 모두 왕비가 이미 잃어버린 것들이었다.  그와는 달리 그 모든 것을 갖추고 있는 공주는 남자의 사랑을 받는다는 자신감에 차 있는 여자로서 당당히 왕비 앞에 서 있었다.    이제 왕은 체면도 잊은 채 백설공주에게 빠져 있었다. 극장이나 음악회등 어떤곳에 가더라도 백설공주를 데리고 다녔다. 원래는 왕비가 있어야 할 자리에 어린 백설공주가 있었다.  백설공주는 공단 리본으로 테를 두른 드레스와 고래뼈로 부풀린 스커트를 차려입고서 왕 옆에 어른처럼 앉아 있곤 했다. 그 광경은 당연히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예를 들어 왕이 극장에 도착하면 사람들이 모두 일어나서 왕을 맞이하는데, 왕과 백설공주가 아주 태연한 모습으로 들어서서 이층 정면의 좌석에 앉으면, 사람들이 정중하게 머리 숙여 인사를 하면서 서로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소문을 교환했다.  하지만 당사자인 왕과 백설공주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각국의 대사들이 왕을 알현하는 자리에서도 왕 옆에는 언제나 백설공주가 앉아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대사들은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사가 어쩔 줄 몰라 망설이고 있으면 왕이 공주에게 눈짓을 보냈다. 그러면 공주는 그에 답하여 한쪽 눈을 찡긋 감아 보이고 미소를 지으면서 천천히 자리를 피해주었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는 각국의 대사들은 두 사람의 눈짓 교환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때부터 왕에게 부탁할 일이 있으면 우선 백설공주를 찾아가는 것이 대사들 사이에 상식이 되었다. 보통 사람들에게는 존경의 대상이자 두려움의 대상인 왕을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어린 백설공주라는 사실을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인식하게 되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오만해진 백설공주는 왕까지도 자기 뜻대로 다루기 시작했다.  어느 날 밤늦게 음악회에서 돌아온 백설공주가 지친 몸으로 침대에 걸터앉자 왕이 즉시 무릎을 꿇고 공주의 다리에서 비단 양말을 벗겨냈다.  얇은 비단양말이 벗겨지자 마치 껍질을 벗긴 삶은 달걀처럼 매끄러운 다리가 드러났다. 왕은 재빨리 그 발끝을 입에 물고 정성스럽게 애무한 다음 점점 대퇴부 쪽으로 입을 옮겨갔다.  "이제 그만 하세요. 귀찮아요. 졸립다구요."  백설공주는 싫증을 느끼는 듯 하품을 하면서 왕의 애무를 거부했다.  "부탁이다. 조금만 더. 어제도 그냥 잤으니까 오늘은..."  "싫어요. 정말 졸립다니까요. 내일해요."  공주는 냉정하게 잘라 말하고서 몸을 돌려 누워버렸다. 왕도 공주 앞에서는 특별한 존개가 아니었다. 그는 이제 충족시킬수 없는 욕망을 끌어안고 어린 딸에게 농락당하는 초라한 늙은이에 지나지 않았다.  "제발 그러지 말고 한쪽 다리만이라도..."  애원하는 왕에게 공주는 한쪽 다리를 내밀었다. 왕은 필사적으로 그 다리를 애무했다.  "이번에는 이쪽."  왕의 요구에 백설공주는 다른 쪽 다리를 내밀었다. 왕은 미친듯이 그 다리를 끌어안고 애무를 되풀이하였다. 그야말로 비참한 모습 그대로였다.  공주의 오만함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이번에는 마음에 들지 않는 시종과 시녀들에 대한 험담을 늘어 놓았다.  "프랜츠는 저를 보는 눈빛이 마음에 들지 않아요. 전에도 한번 주의를 준 적이 있는데, 제 말에는 귀도 기울이지 않아요."  "클라라는 다림질을 제대로 할 줄 몰라요. 스커트 뒤쪽이 주름투성이여서 귀부인들 앞에서 얼마나 창피했는지 몰라요."  "헬레나는 모든 일이 서툴러요. 신발을 신길 때 뒤꿈치가 벗겨진 적도 있어요. 한번 혼 좀 내주세요."  공주가 그렇게 험담할 때마다 왕은 그 시종이나 시녀를 해고시키거나 벌을 주었다. 때로는 백설공주 앞에서 그들에게 채찍질을 하기도 했다.  한번은 밧줄에 묶인 시종이 왕과 백설공주 앞으로 끌려나왔다. 왕의 명령에 의해 시종의 옷이 벗겨지고 등이 훤히 드러났다. 채찍이 사정없이 그 등을 내리치자 새하얀 피부에 검붉은 상처가 나타났다. 백설공주는 그 모습을 즐거운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어떤 시종은 백설공주의 기분을 나쁘게 만들었다는 이유로 발가벗고서 성 안을 돌아야 했다. 또 어떤 시종은 벌거벗긴 채 밧줄에 묶여 깃털로 온몸을 간지럽히는 벌을 받아야 했다. 또 어떤 시녀는 신발을 제대로 신기지 못했다는 이유로 발바닥을 인두로 지지는 벌을 받아야 했다.  어린아이처럼 백설공주의 오만은 한계가 없었지만, 왕은 그런 변화를 오히려 즐겁게 받아들였다. 어쩌면 사라져가는 자신의 젊음을 백설공주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느끼고 싶었는지도 몰랐다. 아니면 애완동물을 키우듯 어린 공주를 키우는 것에서 즐거움을 느끼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오늘도 시종 한스가 사람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벌거숭이가 되어 채찍질을 당했다고 합니다. 불쌍하게도 등이 새빨갛게 부어올랐는데, 한동안은 엎드려서 지내야 하는 중상이라고 합니다."  한 시녀가 여느 때처럼 거울 앞에서 왕비의 머리를 손질하면서 성 안의 동정을 전해주었다.  "세상에. 어떻게 한스까지.."  왕비는 어이가 없었다.  "대체 전하는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시는 것이지? 어린아이가 하자는 대로 다 들어주시다니."  어떻게든 손을 써야 한다. 이대로 두면 이 성은 엉망이 되어버린다. 왕과 백설공주의 관계를 이제 이 성의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다. 관리들의 인사 문제까지 공주의 뜻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죙벗는 사람들이 공주의 기분에 따라 이유도 없이 고문을 당하고 있다.  모든 것이 공주의 뜻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고, 아직 어른들의 세계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어린아이의 장난기에 의해 모든것이 결정되고 있다. 더 이상 내버려둘 수가 없다. 이대로 내버려두면 왕비로서의 지위까지 위험해진다.  시종이 나가자 왕비는 여느 때처럼 거울에 비친 자기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눈과 코 그리고 입술. 그녀는 눈동자를 천천히 이동하면서 어느 한 부분도 빠트리지 않고 하나하나 확인해갔다. 눈가에 깊이 파인 주름. 탄력을 잃은 피부. 보기 싫게 드러나 있는 갈색 반점들 나이가 확실히 그녀의 미모를 갉아먹고 있었다.  모든 방법을 시도해보았다. 요술사가 권하는 약초. 향유. 온천과 진흙목욕. 그리고 살아있는 동물의 피... 그러나 그 어떤것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마치 고행을 하듯 정성스럽게 다듬어온 아름다움. 아직은 완전히 시들지 않았찌만. 만약 그렇게 된다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  왕비는 절망 속에서 뭔가 탐색하듯 거울에 질문을 던졌다.  "거울아.거울아.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은 누구니?"  그러자 거울은 이렇게 대답했다.  "이곳에서는 왕비님 당신이 가장 아름다워요. 하지만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은 백설공주.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은 백설공주예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백설공주만 없어진다면 모든것이 다시 보장된다. 제정신을 잃은 왕비는 그런 무서운 생각에 사로잡혔다.  마음을 먹었으면 즉시 실행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어떻게 죽여야 할까. 독약을 먹이면 간단한데 구하기가 어렵다. 목을 졸라 죽일 수도 있지만 마지막 순간에 모성애 때문에 손에서 힘이 빠져버릴 우려가 있다.  왕비는 여러모로 망설인 끝에 실력이 아주 뛰어난 사냥꾼 한 명을 불러 들였다.  "공주를 숲 속으로 데려가서 없애버려라. 그리고 그 간과 폐를 꺼내와라."  그 당시 사람들은 숲을 매우 신비한 느낌을 주는 곳으로 생각했다. 무서운 괴수와 짐승들이 살고 있으며. 한번 들어가면 다시는 나올 수 없는 곳이라고 알고 있었다.  "숲으로 놀러 가시는게 어떻겠습니까. 공주님. 재미있는 것들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사냥꾼이 달콤한 말로 유혹했지만 공주는 뭔가 눈치를 챈듯 싫다고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사냥꾼은 강제로 공주의 손을 잡고 숲으로 향했다. 하지만 숲으로 가는 도중에 사냥꾼은 문득 공주가 불쌍하다는 생각을 하였다.  "이렇게 귀엽고 순진한 아이를 어떻게..."  신분이 높은 사람들의 생각은 전혀 짐작할 수가 없었다. 딩시엔 태어나자마자 병에 걸려 죽어가는 아이들이 많았기 때문에 아이가 태어나면 보물처럼 소중히 키웠다. 그런데 왜 신분이 높은 사람들은 그렇게 귀한 자식을 단순히 성가신 존재로 여기는 것일까? 사냥꾼은 왕비의 뜻을 이해할수 없었다.  "저를 원망하지 마십시오. 왕비님의 명령이기 때문에 저는 어쩔 수 없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칼을 뽑아드는 사냥꾼을 향해 백설공주는 무릎을 꿇고 목숨을 구걸했다.  "제발 살려주세요. 목숨만은..."  공주의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을 보자 사냥꾼의 손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공주는 아직 어린아이야. 굳이 내가 죽이지 않더라도 이 깊은 숲 속에서 살아날 수는 없어. 아마 무서운 짐승에게 목숨을 잃을 거야. 그래, 굳이 내 손으로 죽일 필요는 없지.'  마음을 바꾼 사냥꾼은 칼을 거두고 공주를 숲 속에 풀어준 다음, 공주 대신 산돼지 한 마리를 죽여 간과 폐를 꺼내들고 성으로 돌아왔다. 기다리고 있떤 왕비는 사냥꾼이 내미는 싱싱한 장기들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비틀거렸지만, 애써 마음을 가라앉히고 냉정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잘했다. 공주는 저항하지 않았느냐?"  "네. 공포에 질려서 울음소리도 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단칼에..."  "그래,수고했다. 내 너에게 상을 내려주마."  그렇게 말하고서 왕비는 심복을 불러 사냥꿈을 그자리에서 죽여버렸다. 물론 입을 막기 위해서였다.  왕비는 사냥꾼이 가져온 장기들을 새삼스런 눈길로 바라보았다. 붉은색을 띠고 있는 그 장기에서 아직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  '이것이 바로 그토록 나를 괴롭혔던 젊고 아름다운 백설공주의...'  당시에는 젊은 여자의 간을 먹으면 그 젊음을 자기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소문이 있었다. 왕비는 잠시 주저했지만, 그 장기들을 숲 속에서 붙잡은 동물의 장기라고 속이고 요리사에게 소금을 무쳐오라고 명령했다.  그땐 인육을 먹는 것이 드문일이 아니었다. 중세 유럽에서는 기근이 자주 발생했는데, 특히 13-14세기 동안에는 날씨에 의한 대규모의 기근이 자주 발생했다. 그 결과 사람들이 마을을 버림으로써 많은 마을이 폐허가 되었다.  식량이 부족하여 빵을 구하려는 사람들이 농촌에서 도시로 밀려들었다. 그러나 그 많은 사람들이 먹을 수 있을 만큼 빵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에. 처참한 모습으로 야윈 사람들은 길이나 광장에서 힘없이 죽어갔다. 그리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그 시체를 먹었다.  잠시 후 시녀가 음식을 가져왔다. 왕비는 잠깐 동안 머뭇거리다가 조심스럽게 그 음식을 입으로 가져갔다. 새빨간 피가 흘러내리자 눈을 가늘게 뜨며 그것을 혀로 핥았다. 음식을 깨물면서 왕비는 문득 백설공주의 모든 것을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는 기묘한 만족감을 느꼈다.      백설공주는 두려움에 젖어 흐느끼면서 필사적으로 숲 속을 헤맸다.  아, 그 동안 얼마나 어리석었던가. 아버지의 사랑과 귀여움에 도취되어 어머너의 마음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설마 어머니가 친딸인 나를, 여자가 여자를 보는 눈으로 지켜보고 있었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어. 아, 어머니가 나를 그토록 죽이고 싶을 정도로 증오하고 있었을 줄이야... 모든 것은 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는 이유에서 마음놓고 응석을 부린 나 때문에 발생한 거야.'  어딘선가 짐승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바람이 지나가면서 나뭇가지들을 흔들었다. 밤이 깊어가자 나뭇가지가 유령의 얼굴처럼 눈앞을 가로막았다.  너무 무서워서 공주는 졸도할 것 같았다. 그저 정신없이 눈물을 흘리며 산을 넘고 또 산을 넘었다. 그렇게 초인적인 힘으로 공주는 어느새 일곱 개의 산을 넘었다.  그때 눈앞에 한 줄기 빛이 들어왔다. 남은 힘을 모두 쥐어짜서 그곳으로 다가가자 돌로 지어진 작은 집 한채가 나타났다.  사실 그곳에는 일곱 명의 난쟁이들이 살고 있었다. 그곳에서 그들은 땅 속에 묻혀 있는 금과 구리 등의 광물을 캐내어 무기를 만드는 일을 하였다.  백설공주가 문을 열고 들어가자 방에는 작은 식탁이 있고, 그 위에는 작은 접시 일곱 개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귀여운 나이프와 포크, 스푼, 글라스를 이 각각 일곱 개씩 정리되어 있었다. 벽쪽에 있는 일곱개의 작은 침대는 하얀 시트로 덮여 있었다.  배가 고팠떤 백설공주는 일곱 개의 접시에 담겨 있는 빵과 고기를 먹고 글라스 안에 들어 있는 와인을 마셨다. 그리고 어느 정도 배가 부르자 잠이 몰려왔다. 피곤했던 공주는 침대에 눕자마자 곧바로 잠이 들어버렸다. 침대는 백설공주의 키와 딱 맞는 크기였다.  밤이 깊어지자 집주인인 일곱 명의 난쟁이들이 돌아왔다. 그런데 웬 귀여운 소녀가 침대에서 잠을 자고 있는 게 아닌가. 식탁 위의 빵과 고기에도 손을 댄 흔적이 있었다.  "이런, 귀여운 소녀잖아!"  난쟁이 한 명이 소리쳤다.  "쉿, 그냥 자게 내버려둬. 깊이 잠든 것 같은데."  아침이 되어 잠에서 깨어난 백설공주는 일곱 명의 난쟁이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 키는 자기와 비슷하지만 머리에는 하얀 머리카락이 섞여 있고 피부도 중년 특유의 메마른 느낌을 주었다. 그러나 부드러운 눈빛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어떻게 해서든 이 사람들의 마음에 들어 이곳에서 머물러야 한다.  재빨리 지혜를 짜낸 공주는 사정을 설명했다. 마음이 고약한 어머니가 자기를 죽이려 했지만, 그 명령을 맡은 사냥꾼이 자기를 불쌍하게 여겨 목숨을 구해주었다는 내용이었다.  공주의 이야기를 들은 난쟁이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친딸을 죽이려는 어머니가 있을 리 없다. 그러나 이렇게 귀여운 소녀가 거짓말을 할 리도 없다는 점을 생각할 때 뭔가 사정이 있는 듯했다.  "마음놓고 이곳에 머물러도 돼."  난쟁이들은 입을 모아 백설공주에게 말했다.  지금까지 여자라고는 구경도 할 수 없는 세상에 살고 있던 난쟁이들은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귀여운 소녀를 보고 하릴없이 늙어만가는 자기들의 미래가 순식간에 밝아지는 듯한 느낌을 가졌다. 그때까지 체념 속에서 살아온 난쟁이들은 이 행복이 언제까지나 이어지기를 마음속으로 기도했다.  "그 대신 너는 집안일을 해야 돼. 청소, 빨래, 바느질, 요리, 방정리등등. 우리는 남자이기 때문에 집을 깨끗이 정리할 줄 모르지만, 너는 여자이니까 틀림없이 잘 해낼 수 있을 거야."  백설공주는 기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부터 그녀와 난쟁이들의 기묘한 동거 생활이 시작되었따. 당시에는 밖에서 일하는 남자의 역할과 집안을 돌보는 여자의 역할이 분명하게 구분되어 있었기 때문에 백설공주는 자연스럽게 집안일을 담당했다.  지금까지 최고의 대우만 받으며 살아온 공주의 입장에서 볼 때 청소나 빨래, 요리 등은 쉬운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공주는 열심히 노력하며 조금씩 배워나갔다. 그 결과가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지만 난쟁이들은 특별히 불평하지 않았다.  집에 사랑스런 소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활기를 느낄 수 있었다. 각자 말로는 표현하지 않았지만 그들에게는 이 아이를 영원히 잃고 싶지 않다는, 누구 한테도 빼앗기고 싶지 않다는, 반드시 자기들이 지켜주어야겠다는 묵시적인 양해가 있었다.  "우리가 집을 비운 동안에는 문단속을 잘해야한다. 누가 찾아도느 절대로 문을 열어주면 안돼."  난쟁이들은 순진한 백설공주에게 단단히 주의를 주었다. 어느 틈엔가 난쟁이들은 공주의 아버지가 된 듯 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백설공주도 아버지와의 관계를 통해서 남자들에게 그런 대접을 받는 일에는 익숙해져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공주는 번갈아가며 난쟁이들의 잠자리 상대도 하게 되었다. 보통 소녀라면 당연히 싫어할 메마른 피부와 짙은 노인 냄새에 익숙해 있었기 때문에 백설공주는 특별히 싫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문득 아버지가 생각났다. 그날도 공주는 난쟁이와 잠자리를 함께했는데, 그의 껄끄러운 수염이 아버지를 생각나게 했던 것이다.  첫날밤은 두려움에 떨기만 했다. 겉옷이 벗겨지고 속옷이 벗겨질 때도, 거친 아버지의 손에 가슴과 하복부를 내맡겼을 때도 백설공주는 말없이 떨고만 있었다.  "싫어요. 아빠, 그만해요"  보통 때라면 이렇게 말했을 테지만 그때는 그런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무엇인가 두렵고 부끄러운 일을 당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처녀막이 파열될 때의 공포와 통증....  그러나 그 후 아버지는 부드럽게 피를 닦아주고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그날 밤은 아버지의 팔에 안겨 잠들었다. 수염의 거친 감촉과 어른 특유의 체취... 모든 것이 이제는 그리운 추억이었다.  "아,아빠..."  절정에 이르자 백설공주는 자기도 모르게 교성을 질렀다.  그 순간 난쟁이는 흠칫 동작을 멈추었다. 그 동안 궁금하게 여긴 의문이 비로소 해결된 느낌이었다. 공주가 어째서 어머니의 미움을 받아 살해될 상황에 몰린 것인지, 어째서 이렇게 귀여운 소녀에게 그 나이에 어울리는 순수함보다 어른에게서나 느낄 수 있는 불건전한 색기가 흐르고 있는 것인지...      성에서는 왕비의 새로운 생활이 시작되었다.  자기 딸을 죽였다는 사실 때문에 죄의식에 시달리기는 했지만, 그보다는 마침내 라이벌을 제거했다는 안도감이 더 강했다.  '이제 나에게서 왕을 빼앗아갈 사람은 아무도 없다. 왕은 다시 나만을 사랑할 것이다.'  원정에서 돌아온 왕은 공주가 없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더니 이내 슬픔에 잠겼다. 왕비는 눈물을 흘리며 왕에게 매달렸다.  "숲 속을 산책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커다란 짐승이 덤벼들어서 도망쳤어요. 하지만 공주는 돌부리에 옷자락이 걸려 넘어지는 바람에 그 짐승에게 잡아먹혔어요."  왕비는 바닥을 치며 통곡했다. 자기 딸의 불행을 바라는 어머니가 어디에 있을까. 왕은 왕비의 말을 믿었다.  혼자 방에 있을 때면 왕비의 머리 속에서 백설공주의 귀여운 얼굴이 되살아났다. 왕비는 그때마다 고개를 흔들어 그런 생각을 떨쳐버렸다.  '나에게는 왕과의 생활이 있다. 여자로서 왕에게 사랑받는것. 내가 바라는것은 그것뿐이다. 그리고 이제 바라던 대로 뜻을 이루지 않았는가...'  왕비는 밤마다 왕의 애무에 탐욕스럽게 몸을 맡겼다. 육욕에 심취하는 것으로 자신이 범한 죄의 공포를 잊으려 했다. 왕은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왕비의 격렬한 행동에 놀라기는 했지만 그 점에 대해서는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았다. 그런 행동은 딸을 잃은 슬픔 때문이라고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런 왕비가 가련하게 느껴져 자기도 최선을 다해 그 격렬한 욕망에 응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 다시 왕에게 새로운 애인이 생겼다는 소문이 왕비의 귀에 들어왔다. 자기 자식을 해치면서까지 되찾은 왕의 사랑. 그것을 되찾았다는 생각은 오판이었는가? 결국은 아무런 이익도 없는 살인을 저질렀을 뿐인가?  어느 날 밤, 왕이 찾아오지 않아 무료한 시간을 보내던 왕비는 문득 거울 앞에 서서 질문을 던졌다.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은 누구니?"  "왕비님, 이곳에서는 당신이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예요. 하지만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은 일곱개의 산 너머에 살고 있는 백설공주예여."  왕비는 새파랗게 질려 거울을 떨어트렸다. 죽었다고 생각한 달이 아직 살아 있다니...  왕비는 공포에 몸을 떨었다.  "딸은 언젠가 이곳으로 찾아와 자기를 죽이려 했던 나를 고발할 것이다. 그러면 왕이 나를 절대로 용서해 줄 리가 없다."  이제 살인은 왕비의 강박관념이 되어버렸다. 지금까지는 오직 왕에 대한 질투가 원인이었지만, 이제부터는 생가가 달린 문제였다. 누가 이 싸움에서 살아남느냐... 그것은 남자를 둘러싼 어머니와 딸의 영원한 투쟁이었다.  '더 이상 다른 사람에게 부탁할 수 없다. 내 손으로 직접 해결해야 한다.'  그렇게 결심한 왕비는 얼굴에 안료를 바르고 누더기를 걸쳐입고서 비단으로 만든 선명한 색깔의 가슴끈 몇 개를 바구니에 담아 성을 빠져나왔다.  가슴끈은 옷 위에서 가슴 아래를 묶어 가슴을 풍만하게 보이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다. 당시 견직물을 베네치아나 밀라노 등이 주산지였는데, 비단 제품은 값이 매우 비쌌다.  성에 있을 때 아름답고 값비싼 물건에 관심이 많았던 공주는 틀림없이 이 가슴끈에 흥미를 느낄 것이다. 깊은 산 속에서 살고 있다고 결코 자유로운 생활을 하고 있을 리가 없다. 아름다움에 강한 집착을 보이고 있는 왕비는 여자의 허영심을 자극하는 도구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아직 어린 공주는 유혹에 간단히 넘어 올 것이다.  잡화를 파는 노파로 변장한 왕비는 일곱 개의 산을 넘어 마침내 난쟁이들의 집에 도착했다.왕비는 문을 두르리면서 큰 소리로 외쳤다.  "가슴끈 사세요. 여자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멋진 가슴끈이에요."  사람들이 거의 찾아오지 않는 산 속에 대체 무슨 일로 왔을까. 백설공주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늘 혼자 집을 지키고 있던 공주는 사람들과의 대화에 굶주려 있었다. 그리고 가슴끈이라니... 호기심을 느낀 공주는 상대를 경계하지도 않고 서둘러 문을 열었다.  그 모습을 본 순간 왕비의 머리 속은 복잡한 상념에 사로 잡혔다. 성에 있을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초라한 옷을 입고 있었지만, 얼굴은 아직도 젊음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러나 눈앞에 있는 이 아이가 바로 남편의 사랑을 빼앗고 자기의 행복한 나날을 빼앗아간 얄미운 딸이라는 생각이 들자 왕비의 가슴에 다시 불 같은 증오심이 끓어올랐다. 그리고 빛나는 이 얼굴이 왕비로서의 자신의 지위를, 아니 자신의 목숨을 위협하고 있다고 생각이 스쳐갔다.  "어머, 귀여운 아이구나. 어떤 색깔이 마음에 드니? 그래, 이 색깔이 잘 어울릴 것 같다. 내가 묶어주마."  왕비가 그렇게 말하자 백설공주는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고 왕비에게로 다가갔다. 왕비는 재빨리 백설공주의 가슴에 끈을 돌려 뒤에서 힘껏 조였다. 끈을 조이는 순간 문득 모성애가 느껴졌지만 그것을 떨쳐버리기 위해 두 손에 더욱 힘을 주었다. 백설공주는 고통스런 신음소리를 내며 그 자리에 힘없이 쓰러졌다. 그것을 확인한 왕비는 즉시 모습을 감추었다. 날이 완전히 어두워지자 난쟁이들이 집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문 밖에서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대답이 없었다. 무슨 일인가 하여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보니 백설공주가 입구에 쓰러져 있었다.  아무리 몸을 흔들고 이름을 불러도 반응이 없었다. 난쟁이들은 급히 공주의 몸을 살펴보았다. 가슴이 끈으로 강하게 묶여 있었다. 서둘러 그것을 풀어주자 공주가 숨을 몰아쉬며 정신을 차렸다. 난쟁이들은 탄성을 지르고 눈물을 흘리며 기뻐했다.  그날 일어난 일을 전해들은 난쟁이들은 기가 막혔다.  "세상에 그럴 수가. 그 노파는 왕비가 틀림없어. 그건 그렇고 목숨을 건져서 다행이다. 앞으로는 누가 찾아와도 절대로 문을 열어주지 말아라."  난쟁이들은 번갈아가며 마치 아버지가 어린 딸을 타이르듯 주의를 주었다.  한편, 왕비는 새파랗게 질린 표정으로 숨을 헐떡이며 성에 도착했다. 확실하게 일을 처리했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있는 힘을 다해 끈을 조일 때 분명 그런 느낌이 전해졌다. 이제 공주는 두 번 다시 살아날 수 없을 것이다. 왕비는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그렇게 생각하였지만, 한편으로는 불안감이 가시지 않았다.  왕비는 다시 거울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기도하는 듯 한 마음으로 질문을 던졌다.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은 누구니?"  그러자 거울이 대답했다.  "이곳에서는 왕비님 당신이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에요. 하지만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은 백설공주. 일곱개의 산 너머에 살고 있는 백설공주예여."  이럴 수가. 확실하게 처리했다고 생각했는데 공주가 아직도 살아 있다니. 혹시 마지막 순간에 딸에 대한 모성애가 작용하여 팔에서 힘이 빠져버린것은 아니었을까?  왕비는 이번에야말로 확실하게 처리하겠다고 결심했다.  '어떻게 해서든 죽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 지위가 위험하다. 아니, 목숨이 위험하다.'  왕비는 독약을 선택했다. 중세 사회의 서유럽에서 독약은 평범하게 사용되던 살인 수단이었다. 성 안에서도 왕이나 귀족이 독살이 자주 발생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식사를 하기 전에 시종에게 먼저 음식을 먹여보게 했다. 또한 손님에게 술을 권할 때에는 주인이 먼저 술잔을 비워 독이 없다는 사실을 손님에게 확인시켰다.  이곳 저곳을 수소문한 끝에 마침내 즉효가 있는 독약을 구한 왕비는 그것을 달여 멋진 빗에 바르고, 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분장하여 성을 빠져나왔다.  일곱 개의 산을 넘어 난쟁이들의 집에 도착하자 왕비는 큰 소리로 외치기 시작했다.  "빗이에요. 아름답고 멋진 빗이 있어요."  "할머니, 그게 뭐예여?"  백설공주가 절반쯤 문을 열고 물었다.  "빗이란다. 멋진 빗을 가져왔어. 한번 구경해볼래?"  "하지만 아무도 들여보내지 말라고 했어요."  "잠깐이면 되는데 뭐, 자. 이렇게 멋진 빗은 본 적이 없을걸."  왕비는 빗 한개를 꺼내 보였다. 수없이 박혀 있는 보석이 햇빛을 받아 번쩍번쩍 빛났다. 원래 아름다운 물건에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공주였다. 구경만 하는건 괜찮을 것이라는 생각에 공주는 다시 문을 열어주었다.  "어머, 예뻐라!"  공주가 황홀한 눈빛으로 빗을 들여다보자 왕비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머리카락이 정말 아름답구나. 내가 빗겨주마."  왕비가 공주의 머리카락에 빗을 댄 순간 독이 퍼지면서 공주는 그 자리에 쓰러졌다. 왕비는 난쟁이들이 돌아오기 전에 즉시 그 자리를 떠났다.  저녁 늦게 집으로 돌아온 난쟁이들은 또 바닥에 쓰러져 있는 공주의 모습을 보았다. 정신없이 몸을 살펴보았지만 이번에는 가슴끈도 보이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머리카락을 살펴보니 거기에 눈에 익지 않은 빗이 끼워져 있었다. 그것을 뽑아내자 공주는 정신을 차렸고, 난쟁이들은 다시 눈물을 흘리며 기뻐했다.  그건 그렇고 두 번씩이나 그런 일을 당하다니 얼마나 어리석은 소녀인가.  난쟁이들은 한숨을 내쉬었다. 궁궐에서 귀한 공주로 자랐기 때문에 사람을 의심할 줄 모르며, 가난한 생활을 하다 보니 아름다운 물건에 굶주려 있을 것이다. 그 마음을 남자인 난쟁이들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지만,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주의를 주는 것뿐이었다.  "두 번 다시 낯선 사람을 집에 들여놓으면 안 된다. 이번에야말로 목숨을 잃게 될 거야. 그러니까 조심해야돼. 알았지?"      간신히 성으로 돌아온 왕비는 거칠게 숨을 몰아 쉬었다. 이번에야말로 틀림없이 성공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거울을 꺼내어 질문을 하였다. 그러자 거울이 이렇게 대답했다.  "이곳에서는 왕비님 당신이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에요. 하지만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은 백설공주. 일곱 개의 산 너머에 살고 있는 백설공주예요."  왕비는 어이가 없었다. 이제 왕비에게는 몇 번을 죽여도 되살아나는 끈질긴 생명에 대한 증오심밖에 없었다.  아무리 죽여도 되살아나는 공주는 악마일까. 생각해보면 성에 있었을 때부터 공주는 악마였다. 왕과 왕비사이에 끼어들어 왕비의 행복을 위협했던 악마. 그 때문에 괴로워하는 왕비의 모습을 보고도 태연히 미소를 지어 보였던 악마. 악마가 틀림없었다.  왕비의 마음에 약간이나마 남아 있던 딸에 대한 연민도 이제는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어떻게 해서든 죽여야 돼. 설사 내가 목숨을 잃는다 해도 반드시...'  그렇다. 사과에 독을 묻히면 된다. 공주는 사과를 좋아했다. 사과를 보면 틀림없이 먹고 싶어 견딜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산 속에 맛있는 사과가 있을 리 없다.  즉시 사과를 구해 한쪽에 독을 바른 왕비는 또 다른 변장을 하고 일곱개의 산을 넘어 난쟁이들의 집을 찾아갔다. 그리고 문을 두르리며 큰 소리로 외쳤다.  "사과예여. 사과. 엄청나게 맛있는 사과예여."  "모르는 사람한테서는 절대 물건을 사지 말라고 했어요."  백설공주는 문을 절반쯤 열고 그 틈으로 밖을 내다보며 말했다.  "그래. 문은 열지 않아도 된다. 어차피 집으로 돌아가려던 참이었는데. 팔다 남은 것이니까 네게 선물로 주마. 네가 너무 예뻐서 주는 선물이야."  그렇게 말하고서 왕비는 문 틈으로 사과를 내밀었다. 백설공주가 뒷걸음질을 쳤다.  "독이라도 묻어 있을 것 같아서 그러니? 알았다. 그렇게 믿지 못하겠다면 내가 절반을 먹어보마."  왕비는 사과를 절반으로 쪼개어 한쪽을 공주에게 건네주고 나머지 한쪽을 먹어 보였다.  맛있게 먹는 왕비의 모습을 본 백설공주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사과를 입으로 가져갔다. 그리고 한입 베어무는 순간. 나지막한 신음소리를 내뱉으며 그 자리에 쓰러졌다.  "이번에는 지난번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맹독이야. 설마 또 살아날 리는 없겠지."  왕비는 재빨리 그곳을 떠났다.ᄀ  서둘러 성으로 돌아온 왕비가 거울을 꺼내어 질문을 하자 거울은 이렇게 대답했다.  "그건 왕비님 당신이예요.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은 왕비님..."  왕비는 힘없이 의자에 주저 앉았다.  마침내 해냈다. 마친내 백설공주를 죽인 것이다. 아무리 죽여도 되살아났던 그 악마가 이제 이 세상에서 영원히 사라졌다.  왕비는 왕과의 평화로운 나날을 되찾았다. 왕의 팔에 안겨 있을 때 문득 백설공주의 귀여운 얼굴이 머리 속에 되살아나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고개를 흔들어 그런 생각을 떨쳐버렸다.  그 후에도 죄의식이 왕비를 괴롭힐 때마다 왕비는 스스로 이렇게 타일렀다.  "그때 죽이지 않았으면 내가 죽었을 거야."     그날 자녁. 여느 때처럼 집으로 돌아온 난쟁이들은 또 바닥에 쓰러져 있는 백설공주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역시 온몸을 뒤져보았지만 아무것도 발견할 수가 없었다. 옷을 벗기고 물과 포도주로 몸을 씻어주었다. 그러나 아무런 효과도 일어나지 않았다.  난쟁이들은 소리내어 통곡했다. 얼마나 어리석은 소녀인가. 두 번도 아니고 세 번씩이나 당하다니. 그렇게 주의를 주었건만.... 난쟁이들은 사흘 밤낮을 시체 옆에서 눈물을 흘리면서 백설공주의 이름을 불렀지만 공주는 깨어나지 않았다.  공주의 얼굴은 마치 잠이 든 것 같았다. 뺨에는 여전히 홍조가 감돌고 있었고 피부도 깨끗하고 매끄러웠다.  난쟁이들은 장작을 쌓아 공주의 시체를 화장할까 생각했지만 선뜻 결심이 서지 않았다.  "그래. 유리관에 넣기로 하자."  난쟁이들 중 한 명이 그런 제안을 했다. 당시에 유리는 매우 값비싼 고급품이었다. 유리 자체는 고대부터 존재했지만 장식품이나 글라스 같은 작은 물건뿐이었고. 교회나 성당의 창문에 사용하는 판유리는 중세 말기에야 간신히 제조되었다. 프로이센에서는 숲 속의 나무들을 태워 만든 탄산칼륨을 용매제로 삼아 유리를 제조했는데. 난쟁이들도 숲 속에서 그 방식을 이용하여 공주를 넣을 유리관을 만들었다.  공주를 유리관 안에 눕힌 난쟁이들은 황금으로 이름을 쓴 다음 그녀가 왕실의 공주라는 사실을 기록했다. 그리고 한 명씩 돌아가며 그 옆에서 밤을 새웠다.  그러자 새들이 날아왔다. 숲을 대표하는 올빼미. 까마귀. 산비둘기들이었다. 당시 사람들은 사후의 영혼이 새에게 인도되어 신에게로 날아간다고 믿고 있었기 때문에 난쟁이들은 새들을 환영했다.  유리관에 넣어진 뒤에도 공주는 마치 살아 있는 것 같았다. 장밋빛의 뺨. 백옥처럼 생기 있는 피주. 새까만 머리카락... 그러나 이 아름다운 육체도 언제가는 부식되어 악취를 풍기는 추악한 물건으로 변할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자 난쟁이들은 슬퍼서 견딜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생활은 해나갔지만 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와도 맞이해줄 사람이 없어 허전했다.      그러던 어느날. 젊은 청년이 일행과 함께 산에 나타났다. 허리에 칼을 차고 비단으로 몸을 감싼 멋진 모습이었다. 난쟁이들이 물어보니 예상대로 이웃 나라의 왕자였다. 사냥을 하는 동안에 길을 잃어 우연히 이곳에 도착하게 되었다는 설명이었다. 난쟁이들은 왕자에게 식사를 대접하고 집에서 묵게 해주었다.  집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백설공주의 유리관을 본 왕자는 깜짝 놀랐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 꼬치꼬치 캐물었다. 난쟁이들은 그간의 사정을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공주가 있다니. 이 관을 내게 줄 수 없겠습니까. 돈은 얼마든지 지불하겠습니다."  그 말에 난쟁이들은 버럭 화를 냈다.  "당치 않습니다. 아무리 많은 돈을 주신다 해도 절대로 드릴 수 없습니다."  그래도 왕자는 포기하지 않았다. 새하얀 피부. 장밋꽃 봉오리 같은 입술. 풍만한 머리카락. 그리고 봉곳 부풀어오른 가슴과 늘씬하게 뻗은 두 다리... 얼마나 사랑스런 소녀인가. 이렇게 아름다운 소녀는 성에서도 본 적이 없었다.  "그렇다면 선물로 주십시오. 평생 소중히 보관하겠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공주를 늘 곁에 두고 바라 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할 겁니다."  너무나 열성적인 왕자의 태도에 마침내 난쟁이들이 마음을 바꾸었다. 사실 백설공주는 왕의 딸이다. 이렇게 험한 산 속에 묻힐 사람이 아니다. 그보다는 같은 신분인 왕자의 손에 넘겨져 그곳에서 장례를 치르는 것이 공주에게도 행복한 일이다...  왕자는 난쟁이들에게 후한 사례를 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떠날 준비를 했다. 왕자가 백마에 올라타자 유리관을 짊어진 신하들이 그 뒤를 따랐다. 일곱 명의 난쟁이들은 왕자 일행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하염없이 손을 흔들었다.      관을 성까지 갖고 온 왕자는 일반적인 상식의 궤도를 벗어난 행동을 보였다. 왕자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관 옆에만 붙어 있었다. 외출할 때에는 시종들이 관을 짊어지고 왕자의 뒤를 따랐다.  그것도 불가능할 때에는 아무도 관에 손을 대지 못하도록 방에 자물쇠를 걸고 외출했다. 그러나 외출을 해도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게다가 매일 아침과 저녁 식사도 관 옆에서 했다.  사실 왕자는 병적인 시체 애호가였다. 그는 살아 있는 여자를 사랑할 수 없었다.  지금까지 왕자는 젊은 여자의 신선한 시체를 손에 넣기 위해 여러가지로 손을 썼다. 그러다 시체가 손에 들어오면 기다렸다는 듯이 그것을 끌어안았다. 죽은 사람은 그의 애무에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그저 차갑게 식은 몸으로 누워만 있을 뿐이었다. 왕자는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  왕자는 성적 불능자였다. 어린 시절부터 그의 주변에는 그를 통해 왕비의 지위를 차지하려는 여자들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왕자는 여자들에게는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그런 왕자를 걱정한 부왕이 어디에선가 여자 한 명을 데려온 적이 있었다. 신하들의 배려로 왕자와 그 여자의 우연한 만남이 이루어졌다. 처음에는 왕자의 소중한 부분이 힘껏 발기했지만. 막상 여자의 음부테 닿는 순간에는 맥없이 위축되고 말았다. 여자는 왕자가 한심하다는 듯 비웃었고.두 사람 주위에는 어색한 공기가 감돌았다.  그 이후 왕자는 여자에 대한 증오심만 키우게 되었다. 그래도 부왕은 어떻게든 왕자를 정상으로 되돌리기 위해 계속해서 여자들을 보내주었다. 하지만 육체를 이용해서 그를 유혹하려는 여자들. 왕자를 중심으로 신경질적인 질투와 증오를 앞세워 서로 반목하는 여자들의 태도는 왕자의 혐오감만 증폭시킬 뿐이었다.      그날 밤도 왕자는 방에 틀어박혀 백설공주의 관뚜껑을 살며시 열고 아름답게 화장된 얼굴을 손으로 쓰다듬었다. 그리고 몸을 끌어안고서 얼음처럼 차가운 유방을 애무한 뒤 점점 하복부로 손을 뻗었다. 그때마다 그의 입에서 나지막한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이런 밤이 벌써 며칠째 이어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왕자를 수상히 여긴 한 시종이 왕자가 없는 틈을 타 관이 숨겨져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자물쇠를 비틀어 열고 안으로 들어간 시종은 유리관안에 누워있는 공주의 시체를 바라보았다. 섬뜩함과 함께 황홀감이 느껴지는 공주의 모습. 시종은 자기도 모르게 관 뚜껑을 열고 그녀의 몸을 들어올렸다.  그러나 그 순간 등 뒤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놀란 시종은 당황하여 시체를 떨어트렸고. 공주의 시체는 세찬 소리를 내며 관에 부딪혔다. 바로 그때 공주의 목에 걸려 있던 사과 조각이 톡 튀어나왔다.  "여기가 어디예요? 내가 왜 여기에 있지요?"  소식을 듣고 달려온 왕자는 유리관 안에 앉아 있는 백설공주를 보고 깜짝 놀랐다. 시체가 살아나다니... 왕자는 기쁨보다 실망이 더 컸지만 간신히 마음을 진정시키고 백설공주에게 말을 걸었다.  "내가 당신을 이 성으로 데려왔소. 당신이 죽은 것으로 알고 있었소."  그때까지의 사정을 설명한 왕자는 그 자리에서 즉시 공주에게 청혼을 했다. 공주는 당연히 그 청혼을 받아들였다. 이제 다시 성 안의 화려한 생활로 돌아올 수 있게 되었고. 왕자도 마음에 들었다. 지금까지 나이 든 남자밖에 몰랐던 공주가 잘생기고 젊은 남자에게서 신선한 느낌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렇게 해서 공주와 왕자는 성대한 결혼식을 올리게 되었다. 이웃 나라의 왕후와 귀족들이 결혼식에 모여들었고. 마치 그림을 그린듯이 현란하고 화려한 축하연이 베풀어졌다.  공주는 두 번 다시 가난한 생활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금과 보석. 화려한 자수를 놓은 비단 드레스. 그리고 고양이 발을 본떠서 만든 가구... 그런 물건들에 둘러싸여 매일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싶었다.  그날 이후 공주는 성을 드나드는 보석 상인들과 재봉사들에게 둘러싸여 긴 시간을 보냈다. 시녀들과 쓸데없는 잡담을 나누기도 했다.  그런 단조로운 나날이 이어졌지만 백설공주는 지루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적어도 숲 속에서 난쟁이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말동무도 없이 생활하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왕자는 그런 백설공주를 경멸했지만 그것은 미리 예견된 결과였다.  여자는 머리가 좀 뒤떨어지더라도 쓸데없는 잔소리를 하지 않고 자기가 원할 때에만 옆에 있어 주는 것이 좋다고 왕자는 생각했다. 그것도 신선한 시체로서...     백설공주는 모든 생활에 만족할 수 있었지만 단 한가지. 어떻게 해서든 처리하고 싶은 문제가 있었다. 자기를 죽이려 했던 어머니에 대한 복수였다.  그리고 사실 매일 거듭되는 무도회에도 어느정도 싫증난 상태였다. 뭔가 특별한 사건을 만들고 싶었다.  "어떻게 해서든 복수를 하지 않으면 잠을 잘 수 없어요. 언젠가 어머니가 이곳으로 찾아와 저를 죽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무서워서..."  백설공주가 잔뜩 겁먹은 표정으로 눈썹을 찌푸리며 호소하자 왕자는 두말없이 그 의견에 동의했다.  "그렇다면 즉시 처리합시다."  마침 유럽에서는 마녀사냥이 한창이었기 때문에. 마녀라는 누명만 씌운다면 자기 인생에 방해가 되는 사람이나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을 얼마든지 없애버릴수 있었다.  얼마후. 성에서는 예정에도 없었던 성대한 연회가 개최되었다.  백설공주의 어머니에게도 초대장이 도착했다. 왕비는 그 나라의 왕자를 본 적도 없는데 웬 초대장일까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원래 화려한 장소를 좋아하는 성격이었기 때문에 즉시 초대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날. 보라색 빌로드 드레스와 다이아몬드가 박힌 일곱 줄의 목걸이로 아름답게 장식한 왕비는 출발전에 거울을 꺼내 자기의 모습을 비추어보았다.  확실하게 주름이 잡힌 눈가. 늘어진 뺨. 짙은 반점이 더욱 두드러진 피부.... 그러나 아직도 왕비는 젊음과 아름다움에 대한 꿈을 포기하지 않았고. 실제로 젊은 여자에게 뒤지지 않을 만큼의 아름다움을 갖추고 있었다. 왕비가 거울에게 물었다.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은 누구니?"  그러자 거울은 왕비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대답을 했다.  "왕비님. 이곳에서는 당신이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에요. 하지만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은 일곱개의 산 너머에 있는 성에서 왕자와 결혼한 새로운 왕비예여."  그 대답을 듣고 왕비는 깜짝 놀랐다. 대체 누구일까. 마침내 강적을 없앴다고 생각했는데 또 새로운 강적이 나타나다니... 괘씸한 마음이 들어 연회에 참석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호기심을 이길 수 없는 왕비는 결국 성을 나섰다.  백설공주가 사는 성에는 수많은 손님들이 모여들었다. 악대가 밝은 음악을 연주하여 손님들을 맞았다.  연회장으로 들어가 아름답게 장식한 여자 앞에 서는 순간. 왕비는 그 여자가 다름 아닌 백설공주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왕비의 온몸이 얼어붙었다.  왕비는 즉시 붙잡혀 재판을 받게 되었다. 죄명은 백설공주를 살해하려 한 죄였다.  왕비는 필사적으로 목숨을 구걸했다.  "공주야. 나 좀 살려주렴. 내가 잘못했다. 우리가 함께 지냈던 왕궁에서의 생활을 잊지는 않았겠지? 내가 너를 얼마나 귀여워했는지 너도 잘 알잖아. 너는 사랑스런 딸이었다. 내 배로 낳은 자식이 어떻게 사랑스럽지 않겠니. 마가 끼었던 거야. 용서해주렴. 그때 나는 악마에게 사로잡혀 있었던 거야."  왕비의 그 애절한 모습이 주위 사람들의 눈시울을 적시었다. 기분이 우울해진 왕바는 공주에게 용서해주자고 말했지만 공주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왕비를 고문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즉시 쇠구두가 숯불 위에 올려졌다.  잠시 후 집행관이 두 개의 부젓가락으로 쇠구두를 집어들고 왕비 앞으로 다가갔다. 왕비가 울면서 사정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왕비의 발에는 새빨갛게 달구어진 쇠구두가 강제로 신겨졌다.  쇠구두는 중세 유럽에서 마녀를 고문할 때 자주 사용하던 도구였다. 죄수에게 새빨갛게 달구어진 쇠구두를 신기고 해머로 그 구두를 찌그러트리는 지옥같은 처참한 장면이 연출되었다고 한다. 특히 16세기 말에 스코틀랜드의 왕 제임스6세가 이 기구를 이용해서 마녀사냥을 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살이 타는 냄새가 진동하는 가운데 왕비는 마치 춤을 추듯 정신없이 뛰었다. 그리고 마침내 지친 듯 그 자리에 힘없이 쓰러지고 말았다.  백설공주는 테이블 위에 진열된 음식을 먹으며 불에 달구어진 쇠구두를 신고 정신없이 뛰는 어머니를 냉정한 눈길로 바라보았다.     이렇게 왕비로 상징되는 악(惡)이 사라지면서 이야기는 해피엔딩으로 끝나는데. 그 후 왕자와 백설공주가 어떤 인생을 보냈는지는 알 수 없다. 잔혹한 면에서 비슷한 사람끼리 만났으니까 뜻이 맞아 나름대로 행복하게 살았는지도 모른다.  '시체 애호가'인 왕자와 '사치병'을 앓는 백설공주. 어쩌면 두 사람은 생활의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제2. 제3의 희생자를 끌어내어 '쇠구두'나 '꼬치꿰기'같은 고문을 했을지도 모른다.  중세 유렵에 불었던 '마녀사냥'이라는 태풍을 부도한 것은 바로 이런 사람들이 아니었을까? ------------------------------------------------------------------------------------- 반응이 별로 않좆네요. 반대도 많고;; 백설공주 반응 봐서 올려야겠네요.. 다들 보고싶다고 그런거 같은데! 막상 올리니깐... 왜이래~! 여하튼 짤방. 사진 제공. 에로백설공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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