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상견례마치고 확인차 반지건네며 프로포즈 한다는데
저는 그걸... 딴에는 요식행위라고 생각했던 시절이라
차여도! 반지가 쓰레기가 돼도! 결혼 정해지기 전에 프로포즈 해야지! 했습니다.
워낙 사귄지 오래되기도 하고(2003년 스타트)
이제 슬슬 해야지~ 그럴 때 됐지~ 하면서 결혼 이야기 가볍게 나누긴 했던 터라
'에이 설마 거절하겠어?'라고 다소 안이하게 생각한 점도 있지만요...(흐)
어쨌든, 때는 09년 크리스마스.
참치회 맛나게 하는 곳에 작은 룸 하나 예약한 뒤 분위기 무르익을 때 쯤
반지 꺼내면서 용기를 내 서프라이즈 프로포즈했습니다.
근데...영 시큰둥.. 뭐야 이새퀴 하는 반응.. ㅜㅜ
당황... 개당황... 살면서 겪어본 적 없는 패닉...
내가 워낙에 뻘쭘해하면서 얼굴 굳으니까
아냐 괜찮았어 좋았어 하는데 이미 내가 상상했던 [눈물과 축복의 행복한 프로포즈]는 굿바이.
그게...목구멍에서 '결혼해줘' 한마디가 진짜 안 나와서...
엄청 찌질하게 간신히 말했거든요... 반지 건네자.. '이거 뭐야?' '이거 뭐야?'하는데
거기서 대답도 못하고 버벅대다가 "결혼... 해줘..." 했어요.
역시 인생은 실전임 ㅡㅜ
어쨌든 그렇게 끝나고 2010년에는 결혼하나 싶어서 이런 저런 준비 하려는데
집안사정에 이리 미루고 저리 미루다 간신히 11월쯤 상견례했습니다.
그리고 상견례 1개월 뒤, 2010년 크리스마스.
딱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여자친구가 반지를 준비해서 저한테 프로포즈 해줬어요.
.... 아... 놀라움과... 감동과.. 뭐랄까 막 가슴이 더워지는 그런 기분...
반지를 받고 감격해서 여친을 쳐다보니 그제야 입을 떼며 해주는 얘기가...
너무 떨린다고, 떨렸다고. 작년에 따뜻하게 못 받아준게 너무 미안해지더랍니다.
그 얼굴이 진짜... 아.. 뭐랄까.. 사귀어온 8년 중에 가장 귀엽고 안아주고 싶고...
그렇게 생각하면서 나도 '뭐야 이게, 흥' 한마디 날려줬음 ㅋㅋㅋ
지금요?
결혼 5년차로 오손도손 살고있습니다. ^^
날이 쌀쌀해지니 문득 생각나서 썰 풀어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