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개냥이 썰.txt
게시물ID : humorbest_51561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개냥22
추천 : 78
조회수 : 10162회
댓글수 : 1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2/08/20 14:34:21
원본글 작성시간 : 2012/08/20 13:24:36


어릴 때 키운 노랗고 유독 눈이큰 고양이가 있었는데 
정말 말그대로 개냥이었다.
마당에 개를 키우려다 어쩌다 당시 만원도 안되는 돈에 얻어온 잡종새끼고양이었는데 
냄새나는 걸 싫어하던 결벽증 꼬맹이 맘에도 쏙드는 인형같은 아이었다.
개같은 그 녀석은 심지어 사는 곳도 개처럼 마당의 한 평 정도되는 진짜 견사에 살았는데  맘만 먹으면 그 
작은 몸으로 틈 사이를 빠져나가 마당의 나무를 타든 담을 타든
충분히 도망갈수 있는데, 내가 보는한 그 흔한 외출도 하지 않고 나갔다 들어오면 야옹 ㅎㅏ면서  대문앞으로 마중나오던가 집에서 나오는 나를 야옹하면서 쫓아 다니던 모습.. 아 그리고 낮잠자는 모습 뿐이었다.
초딩이던 나의 방과후 일과는 마당 잔디에 앉아 따땃한 햇살 아래 누워 일광욕하는 고놈 옆에서  책을 읽는 것이었다.
 
그 녀석 과의 추억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건    
가끔 혼자 아이들이 거의 오지않는 오래된 놀이터에 가곤했는데 어느 추운 겨울에 가장 좋아하던 두껍고 빨간 집업 스웨터를 입고  그 녀석을 데리고 나와
스웨터 안 통통하던 내 배 사이에 놓고 하루 종일 그네를 탄 일인데,
처음에는 귀찮은지 안에서 꼬물락 거리더니 따뜻해서 맘에 들었는지
지퍼를 반쯤 내려보니 녀석이 스웨터 안에서 잠들어 있었다.

그런데 그 살가운 고양이는 어느날 사라져 버렸다.
냉장고를 새로 들인다고 대문을 활짝 열어둔날
학교에 갔다와 보니 그 녀석은 없어졌다.
엄마는 열어두지 않았다던 견사의 잠금도 풀려있었고
외출도 거의 않던 애가 사라져 영원히 돌아오지 않았다.
평소 그놈을 눈독들이던 무서운 아저씨가 있었던걸 알았지만
10살도 안된 나는 이상한 몰골로 혼자 중얼거리며 동네를 돌아다니는 아저씨가 너무 무서워서 가만히 있었다
그냥 잠깐 외출한 거라 생각하며 오래오래 기다렸다.

결국 나중에 엄마는 견사에 어울리는 진돗개 한마리를 사오시고 그 강아지가 큰 성견이 되도록 그 녀석은 다시 볼 수 없었다. (미안하게도 돌이켜보면 그 강아지는 너무 외로웠다..)

지금도 생각해보면 어디서 그런 고양이를 다시 찾을 수 있을까 싶다.
이름도 잊어버린 지금이지만 아직도 놀이터의 그네를 보면 그녀석이 떠오르고
 가끔씩은 눈부신 날 따뜻한 잔디어 누워 눈을 뜨면 그녀석이 옆에있어 함께 노는 꿈을 꾼다.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