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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번째 소개]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게시물ID : readers_704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nickyo
추천 : 3
조회수 : 620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3/04/22 10:03:34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




[강렬한 질투심]


이 책을 읽고 나서 느낀 한 줄의 감상은, 저 여섯글자 이외의 것은 생각할 수 없었다. 단연컨대, 내가 최근 본 그 어떤 소설책 보다도 나를 빠르게 집중하게 만들었고, 페이지 한 장 한 장을 넘기가 아쉽게, 그러나 넘기고 싶게 만들었다. 뒷 내용이 너무나 읽고 싶어서 문단을 건너 뛸 듯이 속독을 하다가도, 앞에 흘려넘긴 이야기가 그리워 같은 책장을 다시 앞으로, 뒤로 넘기게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은 몇 권 읽었었다. <비밀> <용의자 X의 헌신> <백야행> <신참자> <가가형사시리즈> 같은. 내게 있어서 이 작가는 '미스테리/추리'작가이자 때때로 묘한 장르의 섞음을 시도하는 작가였다. 가끔 청춘소설 같은 느낌도, 비극 같은 느낌도 주는 그는 정말 놀랄만큼 빠르게 많은 글들을 써내었다. 지금에야 히가시노 게이고가 일본을 대표하는 대중소설 작가로 손 꼽히고 있지만, 귿쎄 사실 그의 모든 작품이 그의 이름값을 채워줄 만큼의 퀄리티는 갖지 못했다. 그의 유명세는 그의 '습작'수준도 되지 못할 것 같은 책들을 죄다 출판해 버린느낌이었고, 히가시노게이고의 팬들이라는 사람들도 가끔 '태작'을 내놓는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나 또한 히가시노 게이고에게 갖던 평가는 딱 그정도였다. 그는 대단한 작가였으나, 질투심이 생기는 작가는 아니었다. 물론, <용의자 X의 헌신>을 읽었을때는 질투를 느꼈지만 그 작품 하나 정도였으니까. 물론 그만한 연작속도로 그 정도의 퀼리티를 유지할 수 있는 작가라는것도 '천재'가 아니고서야 불가능한 일이기는 하다. 대체로 '오쿠다 히데오' '온다 리쿠'와 더불어 그는 '연작'하면 빠질 수 없는 작가이다.




그런 나의 평가는 이 책이 완전히 뒤집어 주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 이 소개글을 클릭한 당신은 행운아라고 지칭하고 싶다. 책 소개글이 별로 인기를 못 얻는 오유에서 굳이 이 글을 클릭했다면 평소에 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거나, 관심은 없지만 베오베고 베스트고 더 클릭할 글이 없어 여기저기 두리번대다 여기까지 온 하드 오유인일것이다. 어떤 부류의 오유인이건 좋다! 나는 그 모두에게 이 책을 선물하고 싶다. 물론 돈이 없기 때문에 책은 직접 사 보시거나 근처 도서관을 방문해 보시기를 바라지만.




이 책은 매우 가독성이 뛰어나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특징이기도 한데, 이 친구는 쓸데없이 묘사를 길게 늘여뜨리지 않는다. 물론 묘사를 길게, 비유를 적절하게 할 경우 표현은 풍부해지고 읽는 사람은 더 풍요로운 느낌을 받는다. 만화도 그렇지만 섬세하고 촘촘히 그려진 그림은 더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준다. 그러나 히가시노 게이고는 굳이 그런것에 얽매이지 않는다. 그는 필요한 만큼 표현하고, 적절한 만큼 뽐낸다. 그런데 그 적절함이 이루 말할 수 없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읽으면서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 나는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라는 표현이 이토록 잘 어울리는 책을 근 몇 년간 읽은 적이 없다. 그래. 이 책은 '쉽다'. 그리고 '정석적'이다. 예전에 내 글에 리플로 달아준 말이 여전히 깊게 자리잡고있는데, 이 말도 이 책에 잘 어울린다. '진부하지만 클래식은 언제나 옳죠.' 흔하고 자주 쓰이는 소재와 이야기는 그만큼 검증된 고전이라는 이야기이고, 이 작가는 그것을 너무나 부드럽게 '자신만의 것'으로 다시 표현해 냈다.




내용에 대해서 쓰고 싶어서 손이 근질거린다. 솔직히 말하면 이 책을 비판의 여지로 노려보자면 꼬집고 들어갈 공간이 없는 건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러고 싶지도 않고 아마 그럴 수도 없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흔하디 흔한 소재'를 '기가막힌 구성'과 '너무나 매력적인 제제'들을 이용해 아주 부드럽게 잘 풀어나간 이 작가의 능력에 있다. 나는 히가시노 게이고가 구사하는 문장력은 하나도 탐이 나지 않지만, 그의 구성능력과 발상, 재치, 그리고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따스함'은 샘이나고 질투한다. 그를 천재라고 부를 수 있다면, 나는 그가 문장을 잘 써서 글을 잘 써서 천재가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줄 알아서 천재라고 표현하고 싶다.




이 책은 굳이 따지자면 '힐링'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그리고 안에 쓰여진 이야기들은 참 흔하고, 우리가 삶에서 언제든지 마주할 수 있는 이야기이다. 소설 등에서 전통적으로 사랑받던 이야기와 흐름을 그대로 갖고 있는데, 그럼에도 전혀 진부하지 않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참신한 등장인물의 성격과 표현, 그리고 그들의 솔직하고 진솔함을 표현할 수 있는 인간에 대한 뛰어난 통찰일 것이다. 개연성은 나무랄 데 없이 뛰어나며, 소소한 반전과 구성은 책을 읽다가도 '이 자식봐라?'하는 마음이 들게 했다. 책 한 권이 꽉 짜여진, 그러나 너무나 부드럽고 여유있는 한 편의 극과 같았다. 독자로서 이토록 충만한 기분을 느껴본게 얼마만일까? 남겨진 여운은 너무나 괜찮은 맛이었고, 읽는 동안은 재미와 재치, 감동과 안타까움 그리고 그 모든것이 함축되어 마음을 움직였다.




5점만점을 따지자면 4.7점을 줄 것이다. 0.3점의 부족함 중 0.1점은 '질투심'에서 주기 싫은 것이고, 0.2점은 히가시노 게이고는 더 좋은 작품을 내놓을 것이란 기대에서 뺐다. 결국 소설 자체로 보자면 내게는 만점짜리 소설이다. 400페이지가 넘는 책을 이토록 쉽고 빠르게 읽게 하면서도 내용이 마치 영화처럼 머리속에서 부드럽게 이어졌고, 그 중간중간 생기는 장면의 전환과 이야기의 짜임새, 그리고 그 이야기 자체가 가져다 주는 감동은 책을 읽는 내내 심심하지 않게 만들어 주었다. 책 값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나는 글을 잘 쓰고 싶은 사람인데, 히가시노 게이고를 볼 때마다 문장이 좀 덜 세련되면 어떠냐.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내 생각에는 저 표지의 홍보문구처럼, 히가시노 게이고의 '대표작'이라고 불릴만한 책이 또 한 권 나왔다고 생각한다. 다른 나라 소설보다도 일본의 대중소설에서 느낄 수 있는 매력을, 정말 부담스럽지 않고 자연스럽게 녹아낸 소설이 아닐까. '힐링'에 지친 사람들조차, 이 책에 '힐링'받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힐링열풍이 싫은 나 조차 이토록 책을 덮었을 때 아쉬움과 후련함, 따스함과 감동이 여운으로 남겨져 있었으니 말이다.





이렇게 길게 썼지만, 사실 하고 싶은 말은 한 마디었다. 독서를 싫어하는 사람도, 독서에 취미가 없는 사람도, 둘 다 아닌 사람도 이 책은 즐겁게 읽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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