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도 선거지만 세월호 여파가 빨리 끝나야 우리 상인들도 먹고살지 않겠습니까." 전통시장 상인들은 선거에 대한 관심보다 '세월호 침몰'에 따른 경기 악화를 먼저 걱정했다. 지방선거에 대해서는 여전히 '여당'이 지역을 맡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강했다.
20일 오후 서문시장 상가연합회 사무실. 김영오(60) 연합회장과 류성재(58) 부회장, 박재홍(55) 동산상가번영회장이 마주 앉아 선거판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세월호 이야기가 먼저였다. 박 회장은 "세월호가 안타깝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 없지만 장사꾼으로서는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경기뿐 아니라 당연히 곧 선거에도 여파가 이어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류 부회장은 "세월호가 경기도 그렇고 정치에도 큰 영향을 끼쳤지"라며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이 세월호 사고 이후 20%나 떨어지지 않았느냐"고 했다.
지지율 하락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최근 박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통해 해양경찰청 해체를 깜짝 선언한 것에 대한 옹호 이야기가 나왔다. 류 부회장은 "잘못되면 책임을 묻겠다는 단호한 의지"라고 언급했고, 이에 김 회장은 "세월호가 원래 비리로 얼룩져 있었던 건데 모든 책임을 대통령에게 떠넘기고 선거와 정치에 이용하려는 게 잘못됐다"고 동의했다.
이야기는 자연스레 '안전'으로 흘러갔다. 대구시장 후보자들의 안전 공약에 대한 분석도 내놨다. 류 부회장은 "새누리당 권영진 후보는 안전을 신중하게 접근하려는 진정성이 보이더라"고 했다. 김 회장은 "이번 기회에 제대로 안전 의식을 가진 사람이 뽑혀야 한다"고 맞장구쳤다.
특히 세 사람은 새정치민주연합 김부겸 후보에 대해 '스킨십'이 없다며 비난했다. 류 부회장은 "김부겸 후보의 자질에 대해 뭐라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마음에 안 드는 것은 18대 대통령선거에서 김 후보는 박 대통령을 비난했던 사람"이라며 "그런데 지금 대구시장을 하고 싶어서 박정희 컨벤션센터를 세우자고 한다. 너무 속이 들여다보이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박 회장은 "김 후보는 전통시장에 대해 활성화를 언급했지만 우리 상가연합회에 와서 진실성 있는 토론회를 한 적도 없다. 말만 번지르르한 것처럼 보인다"며 "대선 때에도 야당의 문재인 후보는 서문시장에 안 왔지 않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류 부회장이 옆에서 "사모님이 왔었지"라고 말하자 박 회장은 "후보가 온 게 아니지. 참모습을 보여줘야 우리의 마음도 바뀔 것 아니냐, 그런 시도조차 안 한 것이 문제다"며 과거 야당의 모습도 꼬집었다.
김 회장은 "22일 권 후보가 서문시장에서 출정식을 했다. 예비후보 때 전통시장을 지키겠다는 말도 많이 했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 같아 마음에 든다"고 했다. 박 회장도 "진실성이 있어 보이지"라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어찌 됐든 새로운 시장은 전통시장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고 과열되는 분위기를 가라앉혔다.
◆금융가 근무 '넥타이 부대'…"野시장 되면 정권 흔들" "새누리=당선 공식 깨야"
한낮을 달군 이른 더위가 잠시 수그러든 22일 오후 대구시 중구 덕산동 삼성금융플라자 앞 광장. 넥타이를 맨 직장인들이 주거니받거니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며칠 전만 해도 지역 금융권에 불어닥친 구조조정 이야기가 주된 화두였지만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달라졌다. 주로 금융회사에 근무하는 이들은 선거와 대구경제의 상관관계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화두는 단연 대구시장 선거. 특히 금융권 전체가 구조조정 바람에 휩싸인 터라 새로운 대구시장이 어떻게 지역경제를 살릴지, 누가 유리한지에 대해 설전이 오갔다.
삼성생명에 다니는 신호영(26) 씨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 경제를 성장시키고 일자리를 만드는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고 했고, 같은 직장 김현수(31)씨는 "아직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지만 정책공약을 평가해 투표장에 가겠다"고 했다. 김헌식(28) 씨도 "무상급식`반값등록금 등 실현 불가능한 공약들도 많다. 실질적이고 실현 가능한 공약이 필요하다"고 했다.
지지후보와 이유도 다양했다. NH농협에 다니는 김영춘(43) 씨는 "김부겸 후보는 다른 후보에 비해 다양한 연령별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다. 권영진 후보가 양로원 등에 올인하는 인상인 데 비해 김 후보는 젊은 층까지 아우르고 있다"고 했고, SK증권에 근무하는 지병근(55) 씨는 "대구가 진정 변화할 시점이 바로 이때다. 더 이상 전라도`경상도 당으로 나눠 싸울 필요가 없다. '새누리당 공천=당선'이라는 공식은 대구 발전을 위해 반드시 깨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권영진 후보를 지지한다는 한 직장인은 "김부겸 후보가 당선되면 새누리당 아성이 무너진다. 결국 힘들게 만든 정권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더구나 아무리 그래도 여당 쪽 인사인 권영진 후보가 시장이 되면 대구에 득이 되면 됐지 손해는 안된다"고 했다.
사무실에서도 선거가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대부분 직장인은 휴게실 등에 삼삼오오 모여 코앞으로 바짝 다가온 선거 결과를 점치며, 가끔은 열띤 설전도 벌인다. 틈날 때마다 신문을 펼쳐들고 지지율 변화 등을 분석하면서 막판 판세를 예측해 보기도 한다.
대구은행에 근무하는 40대 중반 직원은 "회의석상에서도 선거가 언급되고, 식사나 회식자리에서 선거 토론회가 진행되는 모습이다. 김부겸이라는 인지도 높은 야권 후보가 나와 관심이 더 커졌다"고 했다. 농협에 다니는 최창석(28) 씨는 "두 후보가 설전을 벌이며 엎치락뒤치락하는 바람에 흥미를 배가시키고 있다. 직원 동료끼리도 지지하는 후보자와 정당이 다르고, 접전이 예상되다 보니 모이기만 하면 후보자별 자질 등을 놓고 설전을 벌인다"고 했다.
한 금융권 인사는 "여론조사 결과 두 후보의 차이가 크지 않아 직장 내 모든 일상이 선거와 연관되고 있다. 일부 직원들은 마치 후보라도 된 듯 표를 호소하기도 한다"고 했다.
◆택시 기사들 "바꿔보자, 손님들 많아" "야당은 믿을 수 없다"
21일 오후 1시 대구 서구 비산동 한 기사식당. 택시기사들은 점심식사를 하며 정치와 선거 이야기를 끄집어냈다. 동료와 식사 중인 기사 신모(49) 씨는 "택시에 타는 손님들 얘기를 들어봐도 이번엔 바꿔보자는 분위기가 어느 때보다 강해요. 우는 아이 젖 준다는 말처럼 이제는 충격요법을 써야죠."
식당 밖 휴게실에서는 '이번엔 야당 후보가 선출돼야 한다'는 의견과 '야당은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 팽팽하게 맞섰다.
박모(66) 씨는 박근혜 대통령 지지자라고 소개했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의 김부겸 대구시장 후보에 대한 호감을 드러냈다.
"지난 대선 때만 해도 구미에 있는 아들에게 주소지인 대구까지 오라고 해서 박 대통령(당시 후보자)을 찍으라고 했어. 그런데 이번엔 달라. 야당 대구시장 후보인 김부겸은 인물이 괜찮고 경북고 출신에다 정통 대구 사람이기도 하고. 새누리당 권영진 후보가 행정력에 우위가 있다고 하지만 서울과 대구는 사정이 다르잖아. 정치는 추진력이 중요해."
박 씨의 말에 5, 6명의 택시기사들이 수긍하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이야기를 듣고 있던 나모(58) 씨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말을 되받아쳤다.
"그러다 야당이 대구 다 잡아먹으면 어떡하려고 그럽니까. 왜 현 정권을 안 좋게만 보나. 이번 세월호 침몰 참사 때도 그래. 과거 정권부터 부정부패가 쌓여 그런 거지 왜 지금 대통령에게 책임을 다 돌려."
오후 3시, 늦은 점심을 마친 택시기사 3명도 커피를 마시며 대구시장 후보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다. 이곳에서도 '바꾸자'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정모(71) 씨는 "대통령은 새누리당 후보를 찍어야겠지만 시장을 야당 출신으로 뽑는다고 대구가 다 넘어가는 건 아니다"고 했다.
옆에 있던 오모(68) 씨도 비슷한 의견이었다. "매번 선거 때마다 '바뀌어야 된다'는 분위기는 있었지. 그런데 투표장만 들어가면 마음이 똑같아지는지 매번 결과는 그대로야. 이번에도 물론 여당에서 시장이 나오겠지만 야당 후보가 득표율이 얼마나 나오느냐가 중요하다고 봐. 득표율이 30% 중반 이상만 넘어가도 전국 정치권이 난리가 날 거야."
오 씨는 "매번 '바꾸자'는 말 나오는 것 자체가 조금씩 변해가고 있다는 뜻이다. 희망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웃음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