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884일을 맞이하는 9월 15일, 추석인 오늘은 단원고등학교 2학년 7반 김수빈 학생의 생일입니다.
* 단원고 세월호 희생자 중에 "수빈"이라는 이름의 학생들이 많습니다. 7반에만 김수빈 이수빈 두 명이고, 8반에도 동명이인 남학생이 하나 있고 여학생반인 2반에는 "남수빈"이라는 여학생이 있습니다. 오늘 생일인 학생은 7반 김수빈입니다.
김수빈 학생입니다.
수빈이는 세 살 터울 여동생이 하나 있는 두 남매의 맏이입니다. 수빈이의 특기는 수학이었습니다. 칠판 앞에 나와서 반 전체가 지켜보는 가운데 어려운 수학문제를 풀며 친구들에게 설명해주는 것이 신나고 짜릿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수빈이의 꿈은 수학 선생님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집에서 수빈이는 동생에게 다정한 오빠였습니다. 수빈이가 항상 많이 참고 배려해주는 사이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수빈이는 동갑내기 외사촌하고 친해서 서로 이모댁에 놀러가서 주말에 자고 오고 방학때면 2주씩 같이 지내곤 했습니다.
수빈이는 호기심이 많고 활달한 성격에 뭐든지 직접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적극적인 아이였습니다. 어머님이 수빈이를 가지셨을 때 치킨을 많이 드셨는데, 그 때문인지 수빈이도 닭고기를 매일 먹는 "치킨 킬러"였다고 합니다. 수빈이는 "먹을 때가 제일 행복하다"고 했습니다.
이제는 사라져버린 단원고 기억교실 2학년 7반 칠판 왼편 아래쪽에 "김수빈, 이진형 빨리 오라고" 누군가 큼지막한 글씨로 써 놓았습니다.
수빈이를 잃고 나서 어머님은 충격으로 쓰러져서 입원을 세 번이나 하셨습니다. 마지막으로 퇴원하셨을 때 수빈이 여동생이 엄마한테 "오빠 일도 많이 아프고 힘들지만 지금은 엄마가 잘못될까 제일 무섭다"고 털어놓았습니다. 그래서 어머님은 수빈이 여동생을 지켜주기 위해서 일상을 택하셨습니다. 진실규명 활동은 대신 수빈이를 친아들처럼 귀여워하셨던 수빈이 이모부님께서 나섰습니다. 이모부님은 국회와 광화문에서 농성도 하시고 도보순례도 하셨고 작년 1주기에는 광화문 현판 아래 농성도 하시며 몸이 부서져라 뛰어다니셨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김관홍 잠수사님 추모식에서 뵈었습니다.
추석인 오늘 오후 4시 16분 광화문 광장 세월호 농성장에서 세월호 희생자분들을 위한 합동 차례가 있습니다. 연휴 내내 오후 4시 16분에 광화문 광장에서는 명절 행사가 계속됩니다. 여유 되시는 분들은 한 번씩 들러주시고, 안산 합동분향소 전광판 #1111로 문자 보내 수빈이 생일도 축하해 주세요. 여동생에게 언제나 먼저 양보하고 배려해주었던 수빈이, 수학 선생님을 꿈꾸었던 수빈이를 잊지 말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