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친구 지민아.

17 우리 가장 꽃다운 나이에 만나서 좋은 친구들과 재밌게 신나게 놀던거 기억하니?

우리지민이 귀에 익을수 밖에 없는 하이톤 목소리, 쉬지 않고 떠들어 대던 너의 모습이 아직 눈에 선하네.

지민아 몸이 안좋아서 병원에 입원해서도 너의 그 밝은 생기 넘치는 목소리에 우리 같이 웃고 떠들고 신나게 놀았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더이상 못만날 수도 있다는 너의 말에 따지고 승질 내기도 했지만 아프다는 너의 말에 그냥 싱겁게 돌아서던 나를 반성한다.

정말 연락이 안될지 몰랐어.

언제나 좋은 친구로써 시간되면 만나고 같이 놀이터에 앉아서 친구들이랑 웃고 학교에서 있었던일 조잘대고 

독서실 간다고 뻥치고 나와서 맨날 너희집 아파트 놀이터나 국민은행 주차장 소파에 앉아서 우리 겁나 놀았잖아.

폴라로이드 사진을 좋아해서 필름값 아깝다고 징징 대면서도 내친구들 한명도 안찍어주고 나만 사진 찍어주고

내가 연애상담해도 잘 받아주던 너가 그립다.

왜 하필 내가 가장 뚱뚱하고 못생길때 떠났어.

맨날 나보고 깍두기 같다고 머리좀 길르라고 수염좀 깎으라고 잔소리 해대고

김치볶음밥 세상에서 지가 제일 잘만든다고 김치볶음밥이 짱이라고 말하고

아버지가 경상도분이셔서 무뚝뚝해서 한번도 자기 이름 불러준적 없다고 항상 야야 거린다고 그러고

아버지가 많이 우셨데 지민아. 

지민아 아프진 않니?

그러게 기집애야 왜 희귀성 암을 가진거야.

그렇게 튀는거 좋아하더니 그런거 까지 희귀해야 되냐?

그리고 왜 연락못한다고 한거야.

순협이가 그냥 나는 지나가는 인연일 수도 있었다고 하는데 진짜냐?

1년 남짓한 우정일지라도 나는 너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지? 그냥 우리한테 아픈모습 보이기 싫어서 우리 정리한거지?

4. 21일 너의 2번째 생일이네 그래도 가장 꽃다운 나이에가서 꽃들이 필때 가서 가는데 아름답게 갈수 있겠다. 그치?

항상 벚꽃이 필때쯤이면 너생각이 나겠다.

우리 쭈그렁 할아방탱이되서 하늘 나라가면 너는 그모습 그대로 우리한테 왜이렇게 늙었냐고 

그 하이톤 목소리로 우리 놀려댈꺼지?

남은 우리는 언제나 너 생각할꺼야.

기집애야 왜이렇게 빨리갔어

미안해 연락 못한 친구라서

까맣게 잊고 살아서 미안해.

너 소식을 듣고도 연락 못해서 미안해.

난 내친구들이 나이 60먹고 70먹고 죽을줄 알았다?

근데 장례식 전광판에 왜 너이름이 써있냐?

왜이렇게 빨리갔어..

한번만 연락할껄.. 한번만 얼굴 볼껄..

왜이렇게 후회가 될까?

그 1년 남짓한 우리의 우정이, 우리가 어릴때의 우리의 모습이 너무나 생각이 난다.

정말 재밌었는데 정말 좋았었는데 

우리 정말 재밌게 놀았었는데..

정말 미안해.. 잊고 살아서.. 가끔씩 생각이 날때가 있었는데 그것마져도 잊어서 미안해..

지민아.. 이젠 더이상 아프지마..

내여자친구도 너랑 같은 암이다?

내 여자친구도 희귀성 암이야ㅋㅋ 너랑 똑같지?

어제 너소식 듣고 여자친구 생각이 나더라..

얘도 되게 특이한 애거든?ㅋㅋㅋㅋ 

나랑 혼생연분이래 

혼까지 이어져있다구 

미안해 우리 지민이는 모태쏠로잖아ㅋㅋ 어떡하냐 처녀귀신은 되지마라?

하늘나라가서 좋은 남친 사귀란 말이야 좋은 사람들은 하느님이 빨리 대려간데잖아.

하느님이 우리 지민이 많이 힘들어하니깐 그만 아프게 할려고 데려갔나보다 ㅋㅋ 

친구로써 별로 해준것도 없는데

오늘도 부조금 하나없이 찾아가서 미안해 

우리가 너 곁으로 갈때까지 잊이 않을께.

지민아 편한곳 갔으니 이젠 쉬어 좋은 곳에서 편히 쉬렴.

더이상 아프지 말구 

내여친두 좀 잘봐줘라! 

아프지 말라구 잘좀 봐줘!

지민아 미안해 그리고 편히 쉬어 그곳은 아프지 않을꺼야.

언제나 웃는 얼굴로 지내고 먼저 올라간 김에

우리가 갈때까지 자리좀 잡아놔 알겠지?

지민아 잘가 그리고 아프지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