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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의경을 욕해야 하는가?
게시물ID : sisa_51652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원조개새끼
추천 : 6/4
조회수 : 585회
댓글수 : 12개
등록시간 : 2014/05/25 12:07:25




방금전 누군가 물었습니다.

왜 의경을 욕해야 하는가?

그들은 주어진 임무를 수행한 것 뿐이 아닌가?

거기에 대한 대답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예전에 써놨던 글을 가져옵니다.

답변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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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다시피 전체주의 국가 독일은 국가권력을 이용해서,

유대인을 학살할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시행했습니다.

 

물론 그 당시 히틀러가 정권을 잡고 있었으니까

히틀러를 중심으로 유대인 학살을 실행했던 사람들이 많았죠.

 

그중에 아이히만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최고위공직자는 아니었지만,

유대인학살전문가로 활동합니다.

 

상부에서 내려오는 지시를

체계적이고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

아이히만은 최선의 노력을 다했고.

 

그래서 자신에게 부여된 임무를

가장 적절하게 잘 수행했던 사람이었죠.

 

히틀러가 학살한 유대인 수는

지금 서울인구의 절반이 넘습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죽이려니

얼마나 철저한 계획을 세웠어야 했겠어요?

그러한 계획과 체계적인 일처리를 담당했던 사람이

바로 아이히만입니다.

 

어쨌든 2차세계대전이 끝나고 독일이 패망하자

아이히만은 독일을 피해 아르헨티나로 가지요.

15년을 숨어지내다가 결국 비밀 조직에 의해 체포되고

이스라엘에 강제압송되어 재판을 받게 됩니다.

 

아이히만이 아주 성격이 괴팍하고 괴물같고

잔인한 사람일 거라고 그 당시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런데, 아렌트라는 유대인이 아이히만의 재판과정을 지켜보게 되었는데

놀랍게도 그는 흉악하게 생기지도 않았고

오히려 약하고 온순하게 생긴 사람이었어요

 

여러 증언에 따르면 예의도 바르고,

또 집에서는 아주 가정적인 평범하며 온화한 가장의 모습이었다는 거예요

 

그렇지 않아도 자신은 직장인으로서 충실했다고 믿는 아이히만에게

검사는 “당신은 양심의 소리도 들리지 않았는가?”하고 물었대요.

 

그랬더니, 아이히만은 이렇게 대답했답니다.

‘만일 내가 나에게 주어진 일을 성실하게 수행하지 않았다면

오히려 양심의 가책을 받았을 것이다‘라고요.

 

정신과 의사들이 아이히만의 정신상태를 점검해 보았어요.

그런데 여섯명의 정신과 의사들이

그를 진단한 결과는 모두 정상이었다는 거예요.

 

그 중 한 의사의 말은 유명해요

‘적어도 그 사람들 진찰한 후에 내 상태보다도 더 정상이다’

 

그러니까 그 의사는 그런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니까

아주 비정상적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진찰해보니 아이히만은 아주 정상적이어서

그 사실을 알고 아니 오히려 의사 자신이

미쳐버릴 지경이었다는 거죠.

 

뿐만 아니라, 아이히만의 아내와 아이들,

그의 부모, 형제자매,

그리고 친구들에 대한

그의 모든 정신적 견해가 정상일 뿐만 아니라

바람직하기까지 하며,

매우 긍정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검사들은 집단수용소에서

살아남은 몇 명의 유대인들을 증인으로 소환했습니다.

체구가 작은 디누어는 그 중 한 사람이었죠.

그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기적적으로 죽음을 모면한 사람이었어요.

 

증언하는 날, 재판정. 디누어는 방탄 유리가 설치된

작은 방 안에 앉아 있는 아이히만을 뚫어지게 쳐다보았어요.

 

자신의 친구들을 잔인하게 살해하고,

수많은 유대인을 직접 죽였으며,

수백만의 유대인 학살을 지휘했던 바로 그 남자였어요.

 

희생자와 살인마의 눈이 마주치자 법정에 일순 침묵이 흐르며 긴장감이 돌았습니다.

그러나 그 다음 순간 발생한 일은 아무도 예상치 못한 일었어요.

 

디누어가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쓰러진 채 흐느꼈던 거죠.

 

증오를 억누를 수 없었을까요?

소름끼치는 기억들이 되살아났을까요?

아니면 아이히만의 얼굴에 나타난 악마의 모습에 압도당했을까요?

 

결코 그렇지 않았어요.

나중에 디누어는 말했어요.

아이히만이 자신이 항상 상상해 왔던

사악한 악마의 화신이 아니었다는 사실 때문에 울었다고요.

 

아이히만은 보통 사람이었다는거죠.

다른 사람과 하나도 다른 점이 없었다는 거죠.

오히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훌륭한 사람이었다는 거예요.

 

“그 순간 나는 나 자신이 두려워지기 시작했습니다.

나도 그와 똑같이 그런 잔인한 짓을 충분히 저지를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여서

그런 일을 저지르고도 죄책감이 없었을까요?

 

자기가 한 일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보았다면,

그런 일을 저지르지 않았을텐데요?

 

이런 아이히만에 대해 한나 아렌트는 ‘무사유’, ‘생각없음’이라고 얘기했어요.

아이히만이 그런 흉악한 일을 저지를 수 있었던 것은

“생각하지 않음” 때문이라는 거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악은 악일 수 밖에 없죠?

이처럼 큰 악의 원인이 아주 평범한 개인에게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아렌트는 ‘악의 평범성’이라는 유명한 표현을 씁니다.

 

 

 

 

 

아이히만은 우리나라에서도 자주 볼 수 있어요.

학자들은 고문전문가 “이근안”이

아이히만과 아주 흡사한 경우라고 지적하죠.

 

생각보다 자주,

정말 이외의 장소에서,

아이히만을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

 

“인권은 나에게 무엇인가?”

정답은 없죠.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존중과 배려”라고 말하는 걸 보고..

정말로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어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존중과 배려”

그게 바로 아이히만과 이근안이 주장하는 핑계였거든요.

 

아이히만과 이근안은

자신이 사랑하는 가족들을 위해서

성실히 자기에게 주어진 임무를 수행했다는 거죠.

 

아이히만은 우리 모든 인간들 속에 있습니다.

누구나 아이히만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생각없이 사는 것은 죄”입니다.

 

인권은

생각없이 사는 죄로부터

인간을 보호하려는 노력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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