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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전문점에서는 화분을 팔고 있습니다.
게시물ID : readers_706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nickyo
추천 : 0
조회수 : 53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3/04/23 12:46:45



설 즈음에 써본 짤막한 이야기입니다.

원전은 라쿠고 고전 이야기- 네코노사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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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입니다. 설연휴 덕분에 일하는 날이 하루 줄어 시간이 잘 간다고 생각하신 분들도 있으실테고, 설 연휴에 가족들 등살에 괴로워하며 오히려 한 주가 더 길었을 분도 있으실 겁니다. 어쨌거나 내일은 다들 기다리시던 주말이니 오늘은 왠지 기분이 좀 으쓱해집니다. 저녁에 불금이신 분들도 있을테고, 뭐 그냥 푹 쉬시는 분들도 있을테고, 피지알에는 어제 발렌타인데이라고 오늘부터 1일 뭐 이런 분들은 없으실테니 안심입니다. 뭐? 예? 아, 어제부터 1일이라고요? 당장 나가. 겟아웃히어.




어제가 발렌타인데이 라고해서, 좋아하는 사람에게 초콜렛을 주는날. 뭐 이런핑계로 많은 사람들이 그동안 품어왔던 연심을 팟-하고 보여주어도 누가 되지 않는 날이기도 했습니다. 평소에 혼자 지켜만보던 사람들이 이 날만큼은 조금 더 용기를 낼 수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좋은 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치만 많은 사람들은, 네 뭐 저를 비롯하여. 굳이 저라고 찝어주시지 않으셔도 되지만. 네. 못 받았습니다. 거 눈치 너무주시네 그냥 넘어가지 좀. 흠흠, 아무튼 이게 초콜렛을 받는 사람들은 다 다른사람들이고 나는 없으니, 집에가는 길에 가나초콜렛이라도 하나 사서 와그작와그작 먹노라면 이게 발렌타인데이가 아니라 발렌'본인'데이가 되었구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좀 처량하군요..




뭐 어쨌거나, 발렌타인데이가 지났고 저는 그저 인터넷 중고장터를 돌아보며 플레이스테이션 비타 라는 게임기를 열심히 찾고 있습니다. 3월에 원피스 게임이나오는데 제가 원피스 덕후라서.. 흠흠.  그런데 이 어린학생들이 새뱃돈으로 주머니가 풍족해져서 그런지 죄다 '삽니다 삽니다 삽니다' 가격은 껑충 껑충. 심지어 이 때를 맞춰서 '되팔이'를 하는 사람들도 종종 보이니 허- 이거 참 타이밍이 좋지 않구나 싶었습니다. 가끔 다니던 매장에도 중고제품은 동이 났다고하니 '세벳돈 인플레이션'이 굉장하기는 합니다. 





오늘은 이런 '되팔이'를 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로,




지금에야 중고시장이 인터넷을 통해 누구나 다 사용할 수 있고 활발하게 움직이지만, 옛날에는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수십년 전까지만 해도 '고물상' 같은 사람들은 이집 저집다니며 쓰던 물건을 값싸게 사서 필요한 사람에게 좀 더 값을 받아 파는 일종의 중개인 역할을 했었는데 이게 바로 지금의 중고시장 같은 것이었죠. 그리고 그보다 더 이전에는 '도구상'이라는 사람들이 있어서, 값어치를 모르고 쓰는 귀한 물건들을 알아보고는 주인을 감언이설로 꾀어 싼 값에 사서 저 멀리 도망가 비싸게 파는 장사치도 있었습니다.




하루는 이 '도구상'을 하는 김씨가, 별 수입도 올리지 못하고 짜증나는 마음에 술을 한잔 하러 주막으로 나섭니다. 주막에는 손님은 없고 주인장과 고양이 몇 마리만이 있었죠. 간단한 술 상좀 내오라고 하고는 고양이들을 보며 '축생들은 참으로 살 맛 나겠구나. 잘 곳 주지 밥 주지 일 안하지..'하는 생각을 하고 있을 즈음, 어느 한 고양이의 밥그릇이 눈에 들어옵니다. 요상시러운 느낌이 들어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보니, 아니 이럴수가! 무려 고려시대 자기로 만든 종지그릇 중 하나로 족히 300냥은 받을 물건이었던 것이죠. 비록 바닥에서 고양이 밥그릇으로 쓰다보니 좀 낡아보였지만 원래 자기라는것이 그런 세월을 겪는 흔적 또한 멋으로 여겨지는 법. 그는 쿵쾅대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자리에 앉습니다. '분명 이 집 주인장은 어디서 운 좋게 저런걸 줏어서는 뭔지도 모르고 고양이 밥그릇으로 쓰는구나!'




그는 곰곰히 머리를 굴립니다. 어느새 주모가 술상을 내오고 그는 술을 한잔 두잔 마시다가 좋은 꾀를 생각해 내지요. '고양이를 산다고 하면서 밥그릇을 좀 덤으로 달라고 해야겠다!'



"이보게 주모!"


"예 나리~ 더 필요하신게 있으신가유?"


"아니아니, 다름이아니고 저 고양이 말인데.."


주모는 쓰윽 고양이들을 둘러보더니

"고양이가 원체 많아서.. 어떤.."

"거 밥그릇이 좀 특이...한게 아니고 그 뭐야 저 왜 무늬가 등이 줄이 좍좍 그어진.."

"아 저녀석 말씀인가요?"

김씨는 침착하자며 헛기침을 두어번 하고 말을꺼냅니다.


"내 자식이 없어서 부부가 고양이를 기르는 낙에 살았건만, 얼마 전에 그 고양이가 그만 생을 다했다네. 그래서 부인도 마음이 크게 상해  식사도 제대로 못 하고 있지. 그러니 말일세? 내 저 고양이가 참 맘에 들기도하고, 부인도 새 고양이를 데려가면 아무래도 금방 마음을 추스릴 수 있지 않겠나 싶어서그런데, 혹시 저 고양이를 내게 팔 생각이 없는가?"


그러자 주모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합니다.


"저 고양이야 도둑고양이같은 녀석들에게 밥을 주다보니 모인 것이라, 파는건 상관이 없습니다만 제가 고양이의 값어치를 모르니.."


김씨는 옳다꾸나! 하고 속으로 무릎을 탁 치며 말합니다.


"그건 걱정말게! 내 고양이를 아주 귀여워하기도하고, 저 아이를 보니 이 집에서 주모 나름대로 참 잘 돌봐준 티가나니.. 음.. 그래! 3냥정도면 어떻겠는가?"


주모는 그 말에 짐짓 놀라며 손사래를 칩니다.

"아이고 어르신 저런 고양이에 어찌 석냥이나..."


김씨는 점점 더 흥이나서 들뜬 목소리로 주모를 설득합니다.


"아닐세 아닐세. 이정도는 당연히 줘야지 암. 원래 이 축생도 함께 밥을 먹고 지내면 가족같이 느껴지고 그럴텐데 그 정도 돈도 주지 않으면 쓰겠는가?"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야.. 석냥에 데려 가시지요."


주모는 그리 말하고는 아까 말한 고양이를 품에 안아 데리고 옵니다. 김씨는 고양이를 받아들고는 환히 웃으며-


"하하, 정말 고맙네 주모. 그런데 말일세.. 이 집고양이도 아니고 아까 들고양이라고 했는데, 원래 이 들고양이라는 녀석들이 밥그릇이 바뀌면 밥을 잘 못 먹고 가린다고 하지 않나? 그러니 저 밥그릇을 좀 같이 챙겨주게나. 딱 보니 낡아빠졌는데 말이야. 원한다면 내 저 밥그릇까지 해서 1냥을 더 쳐줌세."


그러자 주모는 "아닙니다요. 제가 밥그릇 하나를 새로 챙겨드리지요. 들고양이 들은 아무데나 줘도 음식을 잘 먹는데다, 그녀석은 유독 먹성도 좋습니다요." 하고 웃으며 새 밥그릇 종지를 싸 주는 것이었다. 김씨는 당황하여 조금 언성을 높였다.


"주모, 자네가 몰라서 그러는데 내 고양이만 십여년을 키웠네. 거 낡은 밥그릇 하나에 생색을 내고 그러나. 내 두냥을 더 줄테니 저 밥그릇으로 주게."


"아닙니다요 어르신. 새걸로 가져가시지요."


그리고는 김씨의 품에 새 밥그릇을 내어주고는 낡은 비싼 밥그릇 종지를 치우는 것이었다. 김씨는 그만 울컥하여 주모에게 따졌다.


"아니! 이런 고양이 한마리를 무려 석냥에 사고, 저런 낡, 낡은 밥그릇도 두냥이나 쳐준다고 했건만 왜 그렇게 고집을 부리는가! 그랬다가 고양이가 밥이라도 가리면 우리 부인을 얼마나 마음이 불편할 것이며 나는 어떻겠는가! 대체 왜, 왜 싫다는건가?"


주모는 그 말에 웃으면서


"어르신께서는 잘 모르시겠지만.. 저건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청자기 로서, 지금 당장 장에 내놓으면 족히 300냥은 할 물건이라 그렇습니다."


김씨는 뒤통수를 꽝 하고 맞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니, 그걸 알면서도 고양이 밥그릇으로 쓴단 말인가? 그는 당황한 나머지 말을 더듬으며 물었다.

"거, 거, 거짓말 하지 말게. 그, 그런 비싼 그릇을 어,어,어찌 고고고고고 고양이 밥그릇으로 뒹굴게 내버려둔단 말인가?"


"그게말입니다요. 저걸 고양이 밥그릇으로 쓰면 참 재밌는 일이 생기지 뭡니까."


"무, 무슨 재밌는 일?"


"저 밥그릇에 고양이 밥을 주다보면, 가끔 어르신같은 분들께서 들고양이를 무려 석냥에 데려가시곤 한답니다."



얕은 꾀를 부리려다가 된통 당한 김씨. 이렇게 남의 뒤통수를 치려는 사람은 때때로 본인이 크게 당하기도 합니다. 이런 일은 비단 옛날에만 있는 것도 아니죠. 이러한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면 반성을 하고 그러지 말아야 하는데 사람이란 세월이 지나도 도무지 반성을 모르는지 똑같은 사람들이 세상여기저기에 있더라 이말입니다. 




한 커피전문점, 작은 가게에는 고풍스런 빈티지 물품들이 진열되어있고 나무로 된 인테리어가 한층 커피향을 더 풍성하게 만드는 느낌을 줍니다. 커피를 좋아하는 이씨는 지나가다 이 작은 가게를 보고 커피나 한잔 마셔볼까 하고 문을 열고 들어갑니다. 사실 커피를 잘 아느냐 하면 그저 '허세부리기'를 좋아하다보니 커피도 깐깐하게 따지면서 그럴싸하게 주변사람들을 상대로 으쓱하기 위해 마시는 이씨. 이 가게는 직접 로스팅을 한다고 하니 다음에 잘난체 하기 꽤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기 오늘의 커피 한잔."



짧게 주문을 마치고 가게를 휘 둘러보는데, 진열된 화분 옆에 물을 주는 주전자가 눈에 들어옵니다. 화분에 물 주는 주전자 치고는 아주 예쁜 동색인게, 이 가게는 작은 소품에도 신경을 잘 쓰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죠. 그런데 뭔가 묘하게 마음에 걸려서 계속 보다보니, 어라? 저건 분명 커피를 내리는데 쓰는 주전자입니다. 왜 커피를 내리는 주전자를 화분 물 주는데나 쓰나 싶어 가까이 가서 보니, 이럴수가. 이 주전자 보통 주전자가 아닙니다. 커피를 내리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갖고싶어할 칼리타 사의 고급형 동포트였던 것이죠. 조금 낡아보이기는 했지만 동색이 바래진 것이 한층 멋지게 보일만큼 관리상태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어디서 구하려면 족히 사오십만원은 호가할 물건이었지요. 그의 머리속에서 짧은 계산이 착착착 이뤄집니다. 저걸 사무실에 두고 드립커피라도 그럴싸하게 내리면, 주변 직원들이 오오오오오 하면서 역시 이씨는 풍류를알아. 멋있어. 하고 감탄할 모습이 그려지는거죠. 거기에 대고 저 주전자를 보여주며 이게 얼마나 그럴싸한 물건인지 까지 알려준다면... 어느새 헤실헤실 허공을 보며 웃고있는 스스로가 있는거죠.



"오늘의 커피십니다. 맛있게 드세요."



따뜻한 커피가 나오고, 그는 커피를 홀짝 홀짝 마시며 가게 주인의 눈치를 살핍니다. 주인은 내린 커피 찌꺼기를 버리더니, 이윽고 화분을 진열해 놓은 곳으로 가서 그 주전자를 들고 바 안으로 들어옵니다. 그리고는 수돗물을 받아 다시 나가서 화분에 물을 주기 시작하지요. 이씨는 속으로 '역시 동네 카페라 그런지 저 주전자의 값어치를 전혀 모르는구나. 어디서 눈 먼 선물이라도 받았나보다!'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주전자를 팔라고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저 주전자를 제 값을 쳐주기엔 이씨도 좀 부담스러웠습니다. 커피가 바닥을 보일때쯤, 머리를 굴리던 이씨는 한줄기 빛을 보았습니다. 이거다!



"사장님 커피가 아주 맛이 좋네요."



이씨의 칭찬에 카페의 사장은 머쓱한듯 수줍게 웃으며 '감사합니다. 한잔 더 드릴까요?'라고 묻습니다. 그는 '아이고 좋지요~'하며 사장과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물론 자신이 원하는대로요. 커피가 맛있네요, 직접볶으시나요? 인테리어가 괜찮네요. 나무색도 참 맘에들고 가게 분위기가 아주 좋아요. 저렇게 작은 화분들을 둔 것도 아주 좋구요. 제가 꽃을 참 좋아하거든요. 사실 저 화분들 중에 정말 맘에 드는 화분이 있는데..




커피 리필을 해준 사장님에게 이씨는 넌지시 거래를 제안합니다. "저기 저 작은 화분이요. 제가 저 화분이랑 꽃이 진짜 맘에 들어서 그런데 저한테 파실 생각 없으십니까? 물론 값은 제대로 쳐 드리겠습니다." 카페의 사장은 곤란한 듯이, "제가 저걸 팔려고 내놓은게 아니라.."하며 난처해 합니다. 그러나 이씨는 몇 번이고 카페 사장을 칭찬하며 저 화분을 탐내지요. "화분값을 5만원 드릴테니까 꼭 제게 파세요." 그제서 사장은 못 이기는 척 화분을 포장하기 시작합니다. 작은 화분에 5만원이나 받아도 되나 싶지만, 이씨의 목적은 그게 아니었지요.




"하하, 이것 참 정말 감사합니다. 커피도 맛있고 좋은 화분도 얻고 기분이 좋네요. 아! 그러고보니 집에 물을 줄 주전자도 하나 없구나. 제가 이쪽으로 이사온지 얼마 안되서...물을 뭘로 줘야하나.. 컵이요? 에이 그러면 물줄기가 굵어서 흙이 다 파이니까 안됩니다 그러면.. 어디보자.. 아! 그래, 사장님. 저기 저 낡은 주전자좀 같이 주세요. 돈은 제가 더 드릴테니까. 화분이랑 커피값, 주전자까지해서 한 7만원이면 되겠죠?"




카페 사장은 그 말에 고개를 저으며 "그러지 마시고, 제가 쬐끄만 플라스틱 분무기를 드릴테니 그걸 쓰세요."하고는 포장도 채 뜯지 않은 분무기를 같이 포장해 주는 겁니다. 이씨는 당황하여, "아.. 그... 분무기로 물을 주면 손이 아프지 않습니까? 물이 워낙 적..적게나오니까. 저 낡은 주전자에 애착이 있으신가봐요? 그러면 제가 돈을 좀 더 드려야지. 한 10만원정도?"




사장은 그 말에 난처한 듯 웃으며 말합니다. "손님 죄송하지만 저 주전자는 값이 좀 나가는 물건이기도 하고, 원래는 화분에 물을 주기 위해 쓰는 주전자가 아닙니다. 저 주전자는 커피를 핸드드립할때 주로 쓰는 주전자로, 새 제품이 3~40만원이상 하는 물건입니다. 게다가 제가 저 동색을 내기위해서 관리도 좀 열심히 했구요. 죄송합니다." 이씨는 그 말에 얼굴이 새빨개집니다. 자기의 꾀가 완전히 들킨 것만 같았거든요. 그는 그만 울컥하여 사장에게 따지기 시작합니다.




"아니! 그, 그런 좋은 물건으로 왜 커피는 안내리고 화분에 물이나 주나요? 거 팔기 싫으면 싫다고 하시지 그렇게 사람한테 무안을 주시나그래. 그럼 저걸로 커피를 내리셔야지 왜 , 왜 저렇게 막 굴리나요 귀한 거라면서!"



그러자 사장은 사람좋은 미소를 지으며 이씨에게 넌지시 이야기합니다.


"손님, 그게 말입니다. 참 재밌단 말이지요."

"뭐가 재밌어요 재밌어요 이게?"

이씨의 발끈하는 말에 사장은 고개를 저으며 


"저 주전자로 화분에 물을 주다보면, 손님처럼 작은 싸구려 화분을 무려 5만원에 사가시는 분들이 가끔 계시거든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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