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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참... 좌파야, 진짜."
게시물ID : sisa_51671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cygnus
추천 : 12
조회수 : 748회
댓글수 : 49개
등록시간 : 2014/05/25 21:55:54
오늘 우리 엄마가 제게 한 말씀입니다 ^^;

뭐 크게 언쟁이 있었던 건 아니고...

선거 공보물이 드디어(!) 집에 도착했길래, 요즘 말 많은 교육감 후보들부터 쭉 훑어봤어요. 정보가 워낙 없기도 했고 궁금하기도 해서요.

근데 참 재밌는 게, 그 말 많은 교학사 역사왜곡 문제를 공약에 언급한 후보가 한 사람밖에 없더라구요.

엄마는 뚱하게 지켜보고만 있다가, 제가 공보물을 다 훑어보고 나니 그러시데요. 너 찍을 후보들 리스트 만들어서 좀 가르쳐 달라고.

그걸 왜 물어보셩? 했더니 그냥 궁금하시답니다. 

반쯤 농담 섞어서 "어차피 서울시장 찍을 놈은 하나밖에 없잖여." 했더니 "그건 당연한 거고." 하십니다.

교육감을 관심 있게 봤던 게 신경쓰이셨던지 많이 물어보시길래, 마음에 드는 사람은 하나 찾긴 했다고 대답하니 "ooo이?" 하고 바로 반문하십니다.

그러면서 저 말씀을 하시더라구요. 넌 참 진짜 좌파라고. 니가 아무리 그래봐야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고.

가슴이 조금 철렁하긴 하더라구요. 이런 게 학습된 무기력일까 싶어서. 저희 부모님은 50대긴 하지만 20대인 저랑 정치 코드 문제로 갈등 생겼던 일은 거의 없었는데, 이런 분들마저 지치게 만들 정도로 정치 현실이 암담하긴 하구나, 그런 생각도 들고.

그래도 말씀드렸어요. 쉽게 바뀌진 않을 거지만 바꾸려는 노력은 해야 하지 않냐고. 

성수대교도 삼풍백화점도 내 일 아니라고, 내가 나서봐야 안 바뀐다고 손 놓고 있으면, 또다른 십 년 후에 세월호 삼백 명의 희생자들 중에 내 아이가 포함될 수도 있는 거 아니냐고. 이건 정말 남 얘기가 아니라고.

한동안 대답 없이 씁쓸하게 침묵만 지키시다가, 그래도 쉽게 안 바뀌더라, 나서봐야 니만 손해지, 그 말씀만 남기시는데, 마음이 참 무거워졌습니다.

비교적 사고가 유연하신 저희 부모님 같은 분들마저도 이런 생각을 갖게 하는 세상이 참 답답하지만, 그래도 우리마저 손 놓고 타협해 버리면, 정말 남은 시간은 지옥을 기다리는 것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것 같아요. 나 한 사람이 가진 힘은 정말 보잘것 없을지도 모르지만, 이나마도 보태지 않으면 깨알 같은 희망이나마 건질 수도 없을 테니까요.

저녁에 소주 한 잔 하고 나니 마음이 더 묵직해지는 기분이라...좀 위로받고 싶은 마음에 한 줄 남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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