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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농사일에 치가 떨리는 이유
게시물ID : humorbest_51771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별에게기도를
추천 : 69
조회수 : 12107회
댓글수 : 0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2/08/24 19:28:01
원본글 작성시간 : 2012/08/23 21:48:01

의무 부대 특성상, 그 부대에 원사가 있으면, 보통 퇴역 1~2년전, 주임원사보다 짬 쎈놈이에요.

 

근데 우리 부대는 그런 원사가 1명, 상사인데 주임원사보다 짬 더되는 상사가 행보관으로 딱!!

 

그리고 이 2명 + 여단장 원스타의 공통점은 농사를 무척 좋아한다.

그리고 의무부대를 보면서 환자들이 꽃을 보면 무척 정신적으로도 안정을 찾고 빨리 낫지 않을까라고 진지하게 생각함.

 

그 결과 부대내에서 조금이라도 자투리 공간에는 꽃, 과일, 야채 등을 무조건 심어야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처음 시작은 그래도 괜찮았습니다. 부대 진입로 기준으로 길 옆에 흙밭에 담장을 설치하고 꽃을 심습니다.

 

그리고 공터를 따라서 관상수, 과일나무를 심습니다.

 

전 여기까지하면 일이 끝날줄 알았어요. 더이상 남은 공터가 없었거든요.

 

갑자기 이 농덕후 원사가 부대옆 대공초소를 둘러보더니. 가시넝쿨이 우거진 거의 수직 경사의 그곳을 보고, 저기를 깍아서 계단식으로 뭣좀 심어보자.

 

그때부터 이제 낫과 곡괭이 동원해서 멀쩡한 야산의 가시넝쿨 다 걷어내고 곡괭으로 다 꺠가면서 토대 만들고 계단식으로 만들었죠.

 

그제서야 하는 말이 " 흙이 안좋네" 난 그냥 포기하려니 했습니다. 근데 부대내 유일한 별과, 주임원사보다 짬 쎈 2명의 부사관이 뭉치니까 정말 산이 움직이더라고요.

 

공병대가 2.5톤 트럭으로 3대분량을 어디서 구했는지 몰라도 질좋은 황토를 가져옵니다.

연병장 구석에 붇습니다.

가뜩이나 좁던 연병장의 20%가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이제 하는말이 질 좋은 흙이 생겼으니 리어카로 끌어서 산에다가 부어라.

어찌어찌 날랐습니다. 저희가 하루 작업하면 그 목표가 오전에 리어카 4번 끌어 올리고, 오후에 5번 끌어올리고, 이럼 하루일과 끝. 이런 느낌으로 작업했어요.

 

황토를 다 까니까 이제 돌을 걸르라네요. 어디서 구했는지 몰라도 갈퀴 가져와서 황토에서 자갈 다 건져내서 그건 또 그거대로 리어카로 연병장 다른 구석에 가져다 놓습니다. 진지공사할떄 씨멘에 넣는다고 버리지 말래요.

 

그렇게 어찌어찌 산 따라서 쭉 다 깔고 나니까. 니들이 뭐 먹고 싶은거 고르라고 해서 상추, 고구마, 고추를 거기에 심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어찌어찌 이제는 그냥 농작물 관리만 하면 되겠지 하는데, 이분이 초소 진입하는 산길을 유심히 살펴보더니, 흙이 남았으니 여기다 깔잡니다.

그냥 깔면 흙이 유실되니까. 저기 저 나무가 튼실해 보이는데, 베서, 주변에 흙을 담는 화단처럼 나무로 울타리를 만들고 거기에 흙을 퍼담아라.

 

아까 말한 계단식 밭 바로 아래 길이어서, 또 리어카에 흙푸다가 나릅니다.

 

그러다 보니 흙이 모자랍니다. 어중간하게.

갑자기 공병에 전화를 합니다. 그날 저녁 또 황토 3트럭이 옵니다.

 

이걸 보면서 환하게 웃으면서 하는 말이 이렇게 흙이 많으니 너희도 밭 어디다 만들지 생각좀 해봐라 허허허허-_-

 

어찌어찌 약 15톤 분량의 황토를 리어카에 싫고 산타고 밭은 다 만들고 한여름이 되었습니다.

 

이분이 부대 뒤를 한번 돌아보시더니 여기다 연못을 만들면 여름에 시원하고 좋지 않겠냐?

 

바로 작업개시. 배수로로 흐르는 물을 연못 부지로 돌려놓고, 삽으로 연못분량의 공간을 팝니다. 기존 배수로 정비한다고, 부대밖 철조망 밖까지 나가서 쭉 정비해서 물꼬를 틉니다.

그리고 역시 그 황토를 바닥에 깝니다. 그리고 연꽃을 심습니다.

 

여기까지는 좋았는데, 그해 겨울 그 연못 바로 위에 부대에서 쓰는 기름보관통이 있는데, 그게 터졌습니다.

순식간에 연꽃이 있는 우리가 피땀흘려 만든 그 곳에 기름이 범벅됬습니다.

의무부대라서 거즈가 좀 많이 남는데, 그 원사왈.

 

목숨보다 소중한 연꽃을 살리기 위해서 거즈로 연꽃잎에 붙은 기름을 하나하나 다 닦아내라.

한겨울에 맨발로 연못 투입.

 

하지만 기름이 아예 흙 깊숙히 침투해서 그 주변 땅은 다 농사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확인.

 

자 그럼 이제 여기서 내년 농사를 위해서 다시한번 기름범벅인 흙을 덜어내고,

공병부대가 2.5톤 출동해서 또 황토를 조달해옵니다.

또 황토 들고가서 들이붙습니다. 이래서 연못과 밭 다시 조달.

 

다음해 농사도 만들어둔 밭에 있는 흙이 줄고, 비에 쓸려내려갔다고, 또 공병부대 출동해서 황토 가져오면 그거 리어카로 실어다 나르고,

그러다보면 한여름오고,

 

그러면 거기에 거름주면서 잡초 뽑고, 실수로 농작물 뽑으면, 진짜 엄청난 욕을 들어가면서 작업 재개.

 

 

제가 산길을 리어카로 나른 황토만 군생활중 20톤은 넉넉히 될거 같아요.

 

이 모든 작업을 하기 위해서 의무병은 부대 안에 치과병 포함 22명이 있는데, 제초작업 2명 제외,

약짓는 1명 제외, 군의관님 2분 시중들 1명 제외. 치과병 1명 제외. 행정병 2명 제외

 

매일매일 15명이 강제적으로 끌려나가서 리어카에 흙담아서 산길타고 무한반복.

오죽하면 군의관님이 진료가 안된다고, 원사랑 싸워서 병사 2명정도 데려가고 이랬어요.

 

진짜 무슨 작업을 해도 군대에서 하긴 했겠지만, 아직도 뭐 주말농장 이런거 부모님이 한다고 하면 결사적으로 반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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