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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왼손잡이"였"습니다.
게시물ID : menbung_5178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인간성나쁜놈
추천 : 13
조회수 : 1531회
댓글수 : 130개
등록시간 : 2017/08/13 21:41:48
예,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는시겠지만 저는 왼손잡이였습니다. 오늘이 왼손잡이의 날이라서 한번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풀어보겠습니다.
 많지는 않고요 뭐... "이런 일이 있었어?"정도랄까요?

1. 왼손잡이"였"다
 왼손을 잘쓰던 기억이 5살 때인가? 의식하던 안하던 왼손으로 밥먹고, 왼손으로 글쓰기를 연습하고, 왼손으로 그림을 그리고, 왼손으로 가위쓰고 뭐... 이렇게 잘만 생활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까지만해도 부모님은 크게 생각 안하셨데요. 근데 2000년대만 해도 왼손잡이용이라던가 그런게 없으니 "좀 불편해하지 않을까" 정도로 생각하셨다 합니다. 어쨌든 그렇게 왼손잡이로 살던 중에...

2. 교정이라니! 내가 교정이라니!
 6살때부터 3년 정도 교정한거 같습니다.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더라고요... 
 첫 번째는 (이게 가장 멘붕) 할아버지께서 부모님에게 말씀하시더랍니다. "애가 왼손잡이인데 괜찮겠냐?"라고요;;; 뭐, 옛날에는 왼손잡이가 좀 터부시되던 사회였으니까요...저희 할아버지께서 천자문이라던가 소학을 사촌형, 누나들에게 가르쳤다는 얘기를 들어보면 꽤 전통을 중시하신 분이시랄까요? 아무튼 할아버지께서 말씀하시니 부모님께선 따를 수 밖에요...
 두 번째는 위에서 말했듯이 "불편할거 같아서"였습니다. 솔직히 우리 가족은 미래 예측 능력이 전무한 듯 합니다...아니면 2010년대를 간과했거나 ㅋㅋㅋㅋ.... 지금와서는 왼손잡이여도 별것 아닌데 예전에는 꽤 불편했죠. 가위라던가, 칼이라던가. 
뭐 이 외의 다른 이유들로 교정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3. 앙되잖아?
 제 어린 시절 사진을 보면 어떤 때에는 왼손으로 밥먹는 사진 옆에 바로 오른손으로 밥먹는 사진이 있다던가, 왼손으로 가위쓰는 사진 아래엔 울상이 된 채로(;;;) 오른손으로 가위를 쓰는 사진이 있습니다. 그리고 손잡이 교정으로 생긴 버릇이랄까요? 손톱 깨무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이게 꽤 심한게 지금도 안고쳐져서;;; 부모님 말씀에는 교정 이후로 주의력 결핍 증세도 보이기도 했었다네요. 잠깐이었지만...
 부모님께서는 결핍 증세 보인 이후로 아차!해서 바로 교정 훈련을 포기하셨는데...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죠.

4. 그래서 지금은?
 제가 오른손잡이인지, 왼손잡이인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 글은 왼손으로 전혀 못쓰고, 오른손으로 뭉게지듯이 쓰는데, 칠판에 글은 쓸 때는 오른손으로 전혀 못쓰고, 왼손으로씁니다... 더 멘붕인건 젓가락질은 오른손으로 밖에 못하고, 숟가락질은 왼손으로 밖에 못해서 밥을 먹으면 양손을 이용해 식사하는 서양식;;;인간이 되었습니다. 왼손으로 잘만하던 가위질은 지금 왼손 오른손 다 엉망으로 자르고 있네요....
가끔은 왼손으로 무언가를 하다가 사람들이 "왼손잡이였어?"하고 물으면 뭔가 난감해집니다. '내가 대체 무슨손잡이지?" 하고요. 그리고 뭔가 소외적인 느낌이 든다랄까요? 오른손도 잘 못쓰고, 왼손도 잘 못쓰니까, 오른손잡이도 아니고 왼손잡이도 아니니 그렇다고 양손잡이는 더더 아니고;;; 지금도
 어디에도 끼지 못하는 소외적인 느낌이 들더라고요...

마지막으로 왼손잡이를 아이로 둔 부모님들께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절대로 교정하지 마세요! 아이만 힘들어집니다! 걍 자기손 쓰고 싶은대로 살게 냅두면 알아서 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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