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밤을 새고 출근했다.
보통 밤을 새면 아침 6~7시사이에 쓰러지듯이 잠이 든다.
그리고 한두시간 자고 놀라서 일어나 고양이세수보다 못한 물칠을 하고 황급히 출근을 한다.
오늘은 그러지 않았다.
다리가 아프고 힘들었지만 우유에 인스턴트 스프가루를 풀어 따뜻하게 데우고
토스트를 굽고 계란을 구워서 나름 아침을 차려먹고 버텼다.
하기싫은 설거지를 겨우 마치고, 기분좋게 샤워를 하고
평소보다 15분 일찍 시동을 걸었다.
평소의 나는, 이제 누구도 찾지않는 나의 원룸에서
옷을 입는둥 마는둥하고 퇴근 후 부터 술을 홀짝이기 시작한다.
원래부터 술을 잘먹었고 즐겼던터라 왠만큼 마셔서는 술때문에 잠든다던가 하는 일은 없었다.
화장실 문턱에 걸터앉아 담배를 필때는 항상 술이 있어야 했고
맥주, 소주, 진, 와인등 가리는 술이 없었다.
원룸한켠에는 치우지 않은 쓰레기들과 소주병과 맥주캔, 페트병들이 나름 질서를 잡고 널부러져있다.
치워야지 치워야지 하면서도 좀처럼 손대고 싶지 않다.
설거지도 일주일 넘게 방치하기가 일수이며, 설거지하기 싫어서 배달음식을 먹는다.
오늘 출근전에 설거지를 한 것은 스스로 칭찬해주고 싶을 정도이다.
술을 퍼마시고 담배를 펴대면서 인생을 고뇌하며 고독을 즐기는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내가 그렇게 원룸에서 궁상을 떨면서 하는 짓들은 그렇게 대단하지도 않다.
오유를 하고 게임을 하거나 미드나 영화를 보거나 살색영상도 보고
화장실 문턱에 걸터앉아 담배를 피고 술을 홀짝이며 아이패드로 게임을 한다.
나도 한때는 꿈많고 열정적인 청년이었는데 이제는 그냥 말초적인 자극만을 원하는 동물이 된것만 같다.
이런 상황이 너무 싫고 여기서 벗어나지 못하는 내가 정말 못났게 느껴진다.
쓰레기를 치우고 방을 정리해야지 하면서도 아무것도 하지않는 내가 한심하고
밤에 자지 않고 한심한 짓만 하다가 다음날 허둥지둥 시작하는 내가 너무 밉다.
항상 그런 식이었다.
학교다닐때도 하는거 없이 빈둥거리다 새벽4시에 절에서 치는 종소리를 듣고 잠들었으며
다음날 허둥지둥 일어나서 지각을 하거나 1교시를 빼먹었다.
일하고 있는 지금도 아침에 일어나는 문제로 여러번 문제를 일으켰다.
뼛속 깊이 박혀있는 게으름과 나태함. 그리고 나만 알고 있는 나의 무기력함.
오늘 새벽 5시에 거울을 보고 담배를 피면서 깨닳았다.
3X살이 된 지금 깨닳았다.
나 우울증이구나... 오랫동안 나는 우울증이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