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907일을 맞이하는 10월 8일 오늘은 단원고등학교 2학년 4반 빈하용 학생의 생일입니다.
빈하용 학생입니다.
하용이는 예술가였습니다. 언제나 혼자서 말없이 조용히 그림만 그리는 아이였지만, 그 그림 속에는 하용이만이 볼 수 있는 독특하고 더없이 창의적인 세계가, 우주가 담겨 있었습니다.
부모님은 하용이가 내내 방에 혼자 틀어박혀 그림만 그리는 것이 걱정되어 하용이에게 운동을 시키셨습니다. 하용이는 착한 아들이라 부모님이 시키는 대로 태권도를 했는데, 체격도 좋고 운동도 잘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고등학교에 올라가서야 하용이는 한참 고민하다가 부모님께 사실은 미술을 하고 싶다고 털어놓았습니다.
하용이는 집안 사정과 부모님 의견을 먼저 생각해서 자기 주장을 하지 않았고, 그래서 미술학원에 마침내 다니게 된 것은 고등학교에 진학한 이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하용이가 미술학원을 실제로 다닌 기간은 1년 정도밖에 안 됩니다. 그 1년 기간 동안 하용이는 더없이 아름다운 세상들을 마음껏 그렸습니다.
하용이를 잃은 뒤에 부모님은 하용이의 남은 작품들을 모아서 서촌갤러리에서 전시회를 열어주셨습니다. 3반 박예슬 학생 전시회 이후 두 번째였습니다. 하용이 작품들은 국내 전문가들도 감탄할 만큼 창의적이었고, 해외에서도 관심을 보여 작년 세월호 1주기에는 미국 애틀랜타주 조지아텍의 러브빌딩에서도 전시회를 열었습니다.
전시회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하용이가 가정통신문과 유인물 뒤에 그린 그림들입니다. 연필로만 슥슥 그린 스케치들도 매혹적이었지만, 동시에 하용이가 가정통신문 뒷면에 그림을 그리는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상기하게 되어 너무나 가슴이 아팠습니다.
하용이가 생활했던 4반 교실입니다.
단원고 기억교실 칠판 아래에는 아래와 같이 국내 여러 곳은 물론 세계 여러 나라에서 공감해주시는 분들이 세월호를 추모하며 보내주신 편지들이 놓여 있었습니다. 하용이는 그림 그리는 사람이었으니 세계 곳곳에서 보내주신 이런 예쁜 편지들이 조금은 위안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8월 20일 단원고 이송식 전날에 찍은 4반 사진입니다. 슬라바와 윤수 뒤에 조그맣게 "빈하용"이라는 이름이 보입니다.
안산 합동분향소 전광판 #1111로 문자 보내 하용이 생일을 축하해 주세요. 머릿속에 자기만의 우주를 담고 있었던 아이, 누구보다도 다채롭고 매혹적인 세상을 보고 표현할 줄 알았던 예술가 하용이를 잊지 말아 주세요.
안산 화랑유원지 "엄마랑 함께하장" 오늘입니다!!! 세월호 가족분들이 416공방에서 직접 땀흘려 작업하신 작업물들이 출품됩니다. 많은 참여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