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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주대낮, 정체불명의 무장병력에 점령당한 대전광역시청!
게시물ID : sisa_51814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택시노동자
추천 : 13
조회수 : 960회
댓글수 : 140개
등록시간 : 2014/05/28 00:10:34
상황.

5월 27일 오후 1시 전후한 시각, 

10여 명의 완전무장 병력이 탑승한 1과 1/4톤 차량 한 대가

느닷없이 대전광역시청 민원인 전용 지상 주차장으로 들어왔습니다. 

이 군용차량은 M60으로 보이는 기관총을 거치한 상태로 주차장에 정차하였고, 

대위 계급의 지휘관으로 보이는 사람의 명령에 따라 병력들은 차량에서 내려 

시청 주차장 주변으로 산개하여 경계 태세를 취하였습니다.

짙은 위장으로 얼굴을 가린 그들의 개인화기에는 모두 탄창이 끼워져 있었으며, 

몇몇은 탄약통과 수류탄통을 들고 있었습니다. 

잠시 후 다시 지휘관으로 보이는 사람의 명령에 따라 차량에 탑승한 무장 병력은

황급히 시청 주차장을 벗어났습니다.

백주대낮, 사전에 고지된 바 없이 벌어진 이 군사 행동으로 인해

지하철 시청역으로 가던 시민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기 바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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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력이 눈 앞에 있을 땐 왠지 모를 위압감 때문에 촬영을 못하고, 빠져나가는 모습만 찍었다는...)



문제점 하나. 대전광역시는 이런 군사 행동(훈련이든 뭐든)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 

오후 5시 경 궁금증을 못 이긴 글쓴이가 시청의 120센터로 문의하자

역시 내용을 알 리 없는 상담원이 이리저리 수소문 끝에 한 사람을 연결해 줍니다. 

그는 몰랐다, 알아 보고 바로 연락드리겠다고 대답합니다.

잠시 후에 다시 연락이 와서 그에게서 들은 답변인즉슨,

지역의 모 여단 대대에서 시청 방어 훈련 나온 것이었다, 였습니다.

해당 부대에서 시청으로 사전에 훈련 계획을 통보하지 않은 채 진행한 훈련이었다는 것입니다.

아무래도 이건 아니다 싶어 시청 담당자를 찾아 올라갔습니다.

안전행정국 안전총괄과 비상계획 담당이 해당 부서였고, 글쓴이와 통화한 사람은 담당 계장이었습니다.

훈련계획을 시민들에게 사전에 고지하지 않은 책임은 해당 부대에 있는가, 아니면 시청 담당자에게 있는가?

사전에 해당 부대로부터 훈련 계획을 전달받은 바가 없으며, 글쓴이의 전화를 받은 직후

훈련 계획을 시청으로 제출해 줄 것을 해당 부대에 요구했다고 담당자가 답했습니다. 

참 대단히 빠른 업무 대처입니다. 쯧.



문제점 둘. 대전광역시는 자체적인 방어 매뉴얼을 작동하지 않았다.

그런 게 있기나 한가 싶습니다.

자, 일단 시청에서는 훈련 계획을 통보받지 못해 아예 몰랐다고 칩시다. 

전달받은 게 없으니 알 수 있는 것도 없겠죠. 좋습니다. 여기까지는 그렇다고 칩시다. 

그런데 말입니다, 농성 중인 노동자들이 두 명만 시청 안으로 들어가도

바로 청원경찰이 따라 붙습니다. 어디 가시냐고 물으면서 엘리베이터까지 같이 타고 따라옵니다.

상황이 이러한데 정체불명의 중무장 병력이 느닷없이 시청 안으로 진입했는데도 

그 누구도 이에 대해 궁금해하지도 않았고, 어떤 상황인지 파악하려 하지도 않았습니다.

그 병력이 만약 육군 복장으로 위장한 테러리스트라면? 무장 간첩이라면?

집단으로 무장탈영한 병력이라면? 쿠데타를 시도하는 군인이라면?

당시 상황에서 이 병력의 정체는 아무도 모르는 상태였습니다.

그런데도 시청의 그 누구도, 하다 못해 노동자 2명만 봐도 뒤따라 다니는 청원경찰도

그들의 신분을 확인하거나 제지하지 않았습니다.




문제점 셋. 해당 부대는 민간의 통제 따위 안중에도 없었나?

시청 방어 훈련을 나가는 판인데 굳이 알릴 필요가 뭐 있을까 싶었습니까?

아니면 어떤 멍청한 실무자의 실수로 훈련계획 통보 업무가 누락된 것입니까?

어떤 경우든 해당 부대의 관계자들과 지휘관들의 책임을 따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각종 훈련으로 부대 기동이 있을 때면 사전에 방송 등을 통해 알리는 게 상식인데,

이런 식의 부대 기동과 훈련이라면 '민관군 합동' 운운하는 말은 의미가 없겠습니다.

이건 뭐 몇몇이 작심하고 쿠데타를 일으켜도 손 쓸 길이 없겠다 싶습니다. 

박정희-전두환으로 이어지는 군사 쿠데타의 아픈 역사를 가진 우리가

아직도 이런 두려움과 우려를 느껴야만 합니까?

5월 27일이 어떤 날인지 아십니까?

80년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이 도청을 사수하던 시민군을 상대로 무자비한 진압작전을 벌인 날입니다.

그런 가슴 아픈 날에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이라니. 



정리.

다른 말 필요 없습니다.

이 요상한 백주대낮의 해프닝에 대해 관계자들 모두 어떤 형태로든 책임지시길.

당시 상황에서 정체불명 무장병력의 시청 점령(!)이 그저 해프닝에 그칠 일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는 것을 잊지 마시길.

지킬 것 제대로 안 지키면 나라꼴 요상해진다는 것을 이미 우리는 알고 있으니까

어물쩡 넘어가려 애쓰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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