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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당신은 나의 태양이십니다
게시물ID : lovestory_5406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방랑검객김군
추천 : 1
조회수 : 52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3/04/25 17:53:22

어렸을 적엔 나에게 아버지는 슈퍼맨이었다.

 

의료기기 세일즈맨이 직업이었던 아버지, 손님들에게 보청기에 대해 설명하시던 모습, 신문에 있는 가로세로 퍼즐을 잘 맞추시던 박학다식한 아버지,

 

건강엔 문제없다며 10km를 40분대로 완주하던 아버지

 

천식으로 고생하던 어린 시절, 약사가 의사가 처방해준 약이 없단 이유로 제멋대로 처방해준 약이란 것을 깨닫자 분노하고 대판 싸운 아버지

 

하지만, 조금씩 커가면서 아버지의 모자람을 서서히 깨달았을 때... 과시욕을 뽐내려고 무리하게 자동차와 오토바이를 구매했을 때

 

도덕성을 무시한 정치 가치관, 집안일엔 눈을 돌린 채 세일즈맨 시절 알던 사람들과 몰려 다닐 때

 

그 때부터였을까? 아버지와 나 사이엔 불통(不通)이란 장벽이 존재하고 있었다.

 

...어렸을 적 내가 알던 아버지는 이 모습이 아니었는데... 모든 나의 부족함을 채워줄 슈퍼맨이나 다름없었는데

 

지인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협잡꾼의 모사에 휘말려 문외한인 사업을 말아먹었을 때 난 아버지를 증오했었다.

 

하지만 지난 날을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러지 않았는데...

 

우리 가족은 어머니가 강제적으로 주관하는 아침식사를 제외하곤 온전히 모여있지 않다.

 

나 역시 아침식사 말곤 아버지와 겸상 식사했던 적이 10년 넘게 없었다.

 

그런데 왜 그런 생각이 든 건지 모르겠다. 아버지의 덩치가 굉장히 왜소해보였다. 머리는 듬성듬성 흰 머리 가득이었고

 

턱을 오므릴 때마다 주름이 잡히고 노인네마냥 찌개를 떠 잡수실 땐 후르릅 소리를 내고

 

어릴 적 10km를 40분대로 끊던 명품복근은 사라진 채 불뚝 솟은 배... 멋진 기러기눈썹도 희미한 흔적만 남았다.

 

옛날의 슈퍼맨은 온데간데 없고 나약한 아버지만 남았다.

 

인터넷에서 놀다가 예전에 봤던 게시물 중 어린아이가 용돈을 모아서 아버지의 시간을 샀다는 것이 기억났다.

 

나라사랑카드 잔고를 보니 이 정도면 충분하다 싶었다.

 

식사하던 도중 "아버지"... 진짜 어색했다. 아버지도 말을 건 적이 없고 식사하면서 DMB에만 초점을 뒀기 때문에...

 

"오늘은 택시기사 일 잠깐 쉬면 안 될까요?"

 

"얌마, 내가 쉬면 밥은 어떻게 해먹게?"

 

"저 돈 있어요. 10만원으로 아버지의 오늘 하루시간 사면 안 될까요? 오늘만은 가족하고 대화하고 같이 산책도 해요."

 

 순간 아버지의 눈시울에 눈물이 차는 걸 아주 잠깐 봤던 것 같다.

 

"됐어. 그 돈으로 엄마나 호강시켜드려."

 

게시물에서 봤던 것과 똑같이 엔딩이 나오진 않았다. 하지만 나는 두려워했던 건지 모르겠다. 해가 지지 않길 바랬을 뿐이다.

 

아버지 당신은 나의 태양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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