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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사랑 이야기
게시물ID : gomin_51835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추천 : 1
조회수 : 156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2/12/27 06:12:21

익명 되는 게시판이 여기 밖에 없나? 여하튼.

사실 그리 고민은 아니예요. 옛날 이야기기도 하거든요. 그래도 가끔씩 생각나면 좀 그립고 그래요.

 

처음 만난 건 대학 때 신입생을 받는 술자리에서에요. 물론 저도 신입생 때. 하지만 전 그 전부터 들어와있던 신입생이라 저도 받는 입장이었어요.

전 친하지 않으면 말을 잘 안 걸어요. 물론 친하면 입이 아예 틈.

그게 깨지는 자리가 있는데 바로 술자리. 술이 좀 들어가면 첨 보는 사람이랑도 얘기 잘 해요.

어쨌든 뭐 처음부터 딱히 눈에 띄는 애는 아니었어요. 제 주변에 앉아있던 것도 아니고요.

 

그런데 술자리가 시작 되고 좀 있으니 제 옆자리로 자리를 옮기더라고요.

사실 관심 없었어요. 제 이름을 물어보길래 제 옆에 있는 선배 이름 댔어요. 그 선배는 저랑 나이가 같아서 친했거든요.

머 재밌게 놀았어요.

그때는 그냥 붙임성 좋은 애구나 했어요.

 

나중에 다시 보기 전까지 제 이름을 선배 이름으로 알고 계속 부르다가 어디서 제 이름을 들었나 봐요.

살짝 따지긴 했었지만 그냥 그 뒤로 친하게 지냈어요.

같이 있으면서 느끼는 건 남자친구가 참 많다는 것, 드러내는 건 다르지만 나랑 닮은 구석이 많다는 것.

그때까지도 좋아하는 건 아니어서 단점도 많이 보였어요. 뭔가를 드러내길 좋아하고, 당찬 여자로 보여지길 원하는 것 같지만 어딘가 모르게 의존적이라는 것.

 

그러다 어느 눈 내리는 저녁 그 애와 둘이 만나 준비할 게 있어서 만났어요.

전 그때까지만 해도 아무리 추워도 목도리는 하지 않았어요. 목에 뭐가 걸리는 느낌이 너무 싫었거든요.

그래서 잠바 하나만 걸치고 나가니 그 애가 만나자마자 이래요.

 

목도리라도 하고 오지...

 

별 거 아닌 말이었을지 몰라도 그 말에 제 무언가가 왕창 무너졌어요.

하지만 여기까지 보면 알겠지만 전 소심했어요. 그리고 그 애가 다른 남자를 좋아한다는 소문이 있었거든요.

그냥 좋아하는 마음 그대로 안고 그 겨울을 그냥 넘겼어요. 예상대로 그 좋아한다는 남자랑 사귀지는 않았어요. 그 남자는 다른 여자랑 사귀기 시작했거든요.

그리고 다음 해 전 휴학을 하고 계획했던 여행을 떠났어요. 연락을 아예 끊고 한 학기를 통째로 날리는 여행이었어요.

여러가지 맘 속에 복잡한 게 많아 조용히 사라지고 싶었지만 여행 가기 며칠 전에 알았나봐요.

 

같이 밥을 먹었어요. 조용히 사진 하나를 찍었어요.

그리고 그 사진을 넣어두고 여행을 다녔어요. 혼자 가는 여행이라 재밌기도 하지만 아무 것도 할 게 없을 때는 사진이라도 보면 어떨까 했어요. 하지만 가서는 그냥 넣어두고 다니기로 했어요. 뭐 하는 짓인가 했거든요. 중간에 편지도 써봤지만 그냥 버렸어요.

그렇게 다니며 사람들도 만나고 재밌는 일도 생기고 그 애 일은 계속 잊어버렸어요.

 

그러다 제가 다시 돌아오니 이번엔 그 애가 외국으로 나간다고 하네요.

같이 밥을 먹었어요. 그리고 사진 하나를 찍었어요. 이번에는 선물도 줬어요.

주려고 산 선물이 아니라 원래 제가 가지고 있던 물건이었어요. 가지고 가고 싶다고 했어요.

잊었던 마음이 다시 요동쳤어요. 이번에도 전 소심했어요.

 

그렇게 그 애는 가고 계절이 지나고 언젠가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어요.

받으려 했지만 끊어졌어요. 국제전화 번호였거든요. 어쩔 줄 몰라 하다가 다시 전화를 거니 왠 외국인이 받아요. 그냥 끊었어요.

좀 생각하다가 편지를 부쳤어요. 이번에도 고백 편지는 아니었어요.

그리고 또 시간이 흘러 전화가 다시 오네요. 이번에는 발신자에 그 애 이름이 떠요. 한국이라네요.

 

같이 밥을 먹었어요. 하지만 이번엔 뭔가가 달랐어요. 오랜 시간 못 본 탓일까요. 그 애가 달라 보였어요.

변했다고 하면 맞는 말일 거에요. 나랑 닮았던 부분을 냉소적으로 부정하는 아이가 제 앞에 앉아 있었어요.

그러자 제가 너무 웃기게 보였어요. 혼자 생각만 하다가 결국엔 혼자 알아서 마음이 떠났네요.

마음이 편해지자 고백을 했어요. 이 고백은 사귀자는 고백이 아니었어요. 좋아했고 이제 날 자주 보지는 못 할 거라는 고백.

사실 계속 이렇게 얼굴 맞대고 보면 내가 내가 아닐 것 같았어요.

이기적이라고 생각은 했었지만 그 애 입에서도 제가 생각한대로 얘기가 나왔어요. 너무 이기적인 거 아니나고. 그 애는 화를 내며 돌아갔고 저도 붙잡지 않았어요.

 

어쨌든 그날 난 내 짝사랑이 끝나고 어떻게 될까 생각했지만 오히려 무섭게도 평상시처럼 돌아왔어요.

그리고 지금 이렇게 가끔 생각이 나네요.

 

지금 전 날이 조금 추워지기 시작하면 목도리를 하고 다녀요.

이것도 습관이네요. 없으면 허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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