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여자친구랑 같은 아파트에
그것도 같은 동, 같은 라인에 산다는 것...
아파트가 복도식이라 엘레베이터 앞에서 만날 확률이 매우 높다는 것
헤어진지 5년이 다 되어가지만
정작 마주친건 2번 밖에 없는,
어색하게 서로 안부를 묻고 번호 바뀌었다며
번호를 교환한 뒤
침대에 누워 한참을 고민하다 결국엔 번호를 지운다는 것
하지만 머릿속에 남아 무의식 중에 누르고 있는 나를 되돌아본다는 것
한동안 생각조차 안하고 의식조차 안하고 지내다가
택배를 찾으러 간 경비실에 있는
수령인 명부에서 너의 이름을 발견하는 것
미련이나 아쉬움이 아닌
너에게 잘해주지 못했던 것에 대한 후회와
그 후회를 너에게 사과하지 못한 채로 끝나버린 것에 대한 미안함만이 남는다는 것
하지만 너를 다시 잡고싶다는 게 아니라
그저 너가 잘 살길 바란다는 것
엣 여자친구랑 같은 아파트에 산다는 것
내가 한층 성숙해졌음을 새삼 느끼게 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