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남양연구소에서 진행된 올 뉴 쏘렌토 엔진룸 누수 시험/랄프로렌의 자동차 이야기 블로그
“자, 이제 물을 뿌려보겠습니다”
지난 4일 경기도 화성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에서는 최근 출시된 ‘올 뉴 쏘렌토’의 엔진룸 누수 시험이 진행됐다. 온라인 자동차 동호회 6개 대표 및 회원 등이 참여해 이 상황을 지켜봤다.
올 뉴 쏘렌토 엔진룸에 물이 샌다는 의혹과 함께 올라온 사진/올 뉴 쏘렌토 동호회
한 회원이 셀프 세차장에서 볼 수 있는 고압 물 분사기로 올 뉴 쏘렌토 앞부분에 물을 잔뜩 뿌렸고 이후 엔진룸을 열어 내부로 물이 스며드는지를 살펴봤다. BMW의 SUV X3, 폴크스바겐의 중형세단 파사트에도 같은 실험이 이어졌다. 결과는 3개 차종 모두 엔진룸에 물이 많이 들어가 있었다.
남양연구소의 한 연구원은 “올 뉴 쏘렌토 뿐만 아니라 다른 차에서도 엔진룸에는 물이 들어간다”며 “엔진룸에 물이 들어간다고 해서 결함이라고는 볼 수 없다”고 말했다.
◆ 올 뉴 쏘렌토 엔진룸 누수?…기아차 해명에도 소비자들 “불안”
기아차의 이번 시험은 일부 올 뉴 쏘렌토 온라인 동호회에서 제기된 엔진룸 누수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달 초 동호회 회원들은 세차 후 올 뉴 쏘렌토 엔진룸에 물이 흥건하게 젖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며 관련 사진을 찍어 올렸다. 일부는 엔진룸에 물이 들어가는 것은 차체 결함이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기아차는 남양 연구소에 의혹을 제기한 동호회 회원 등을 초청해 해명 시간을 가졌다.
기아차 연구소 관계자는 “4만km를 시운전하고 1주일에 한번 엔진룸에 직접 물을 뿌렸지만 물 유입이 많아 부식이 생기거나 시동이 꺼지거나 누전이 되는 문제는 없었다”며 “결함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올 뉴 쏘렌토 모습/조선일보 DB
또 “물이 엔진룸에 일부 유입되더라도 전자장비나 배선 등 여러 기능은 정상 작동했다”며 “유입된 물로 인해 올 뉴 쏘렌토 보닛 부분에 곰팡이가 피거나 배터리 단자 부분의 합금에 녹이 스는 문제 등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엔진룸에 물이 들어가는 것과 관련해 자동차 전문가들은 반드시 결함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김종훈 자동차품질연합 대표는 “엔진은 자동차 운행 시 뜨거워지기 때문에 열을 식혀줘야 한다”며 “이로 인해 완전히 밀폐 상태로는 제작될 수 없으며 물이 아래나 위로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 의혹 해명에 적극 나서고 있다지만…품질·서비스 불성실 대응이 소비자 불신 키워
올 뉴 쏘렌토 엔진룸 누수 의혹과 관련해 자동차 전문 사이트 보배드림에 올라온 네티즌들의 의견
현대·기아차는 최근 차량과 관련된 의혹을 동호회 회원을 연구소로 초청하고 연구 인력을 동원해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있다.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는 직접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지난 7월 현대차는 화성 남양연구소에 인터넷 자동차 동호회 회원, 현대차 고객 등 40여명을 모아 신형 제네시스의 충돌 시험을 진행했다. 신형 제네시스가 5월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의 안전도 평가 29개 전(全) 항목에서 최고 등급을 받자 일부 네티즌이 “미국 제네시스는 특수 재료를 사용해 안전하지만, 내수용은 품질이 형편없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을 해명하기 위해서였다.
현대·기아차는 2011년 4월부터 최근까지 고객을 초청해 강판 차별, 핸들 잠김, 결로·광도 등 현대차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를 해명하는 ‘이해 그리고 소통’ 행사를 총 32차례나 열기도 했다.
엔진룸 누수 현상이 생긴 아반떼 모습/조선일보 DB
하지만 여전히 소비자들은 올 뉴 쏘렌토 사례처럼 현대·기아차의 품질에 불만과 의혹을 제기한다. 전문가들은 현대·기아차가 그동안 국내 시장에서 발생한 각종 품질 문제와 관련해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은 것이 패착이라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지난해 8월 현대차는 준중형 세단 아반떼의 엔진룸 누수와 관련해 부품 부식 등 문제가 발생할 경우 폐차할 때까지 무상 보증한다고 밝혔다. 현대차가 자발적으로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이 아니었다. 현대차는 자동차 동호회 등에서 산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땐 1년 가까이 대응하지 않았으나 언론 보도가 쏟아지자 무상보증을 결정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세계적으로 연간 800만대를 판매하는 자동차 메이커로서 이제 양적 성장뿐만 아니라 질적 내실을 다지고 서비스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도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 같이 소비자 중심의 강력한 기구를 통해 보다 나은 품질의 자동차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