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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악몽
게시물ID : freeboard_519261짧은주소 복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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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 0
조회수 : 24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1/07/05 05:04:35
종수와 나는 여기를 지키는 경비원이다.

오늘 생각하니 이곳은 참 이상하다.

건물 천장이며 벽이며 바닥이며 온통 하얗다.

생각해보면 흰색은 참 싼 것 같다.

하얀 페인트나 하얀 민무늬 벽지는 저렴하다.

아마도 그래서 이곳도 온통 흰색이겠지.

온통 흰색이다 보니 조도 낮은 형광등을 쓴다.

형광등 빛이 밝지 않아도 건물 내부는 밝디 밝다.

온통 흰색이니 그럴 수밖에.

종수는 연차로 오늘 비번이라 혼자 지키고 있다.

뭘 지키는지는 신경쓰지 않았다.

외부 사람이 함부로 접근한 적도 없었다.

흰 벽을 떠올리다보니 내 유니폼도 흰색이게 떠올랐다.

경비원인데 왜 흰색 유니폼을 입어야 하는 지 모르겠다.

옷감도 흰색이 저렴한가?

말은 경비원인데, 접근하는 사람도 없다보니

아파트 경비원들 쓰는 플라스틱 검은 곤봉조차 없다.

그렇게 돈을 아낄꺼면 왜 경비원을 둘이나 두는 지.

이 새벽까지 지키면서 이 글을 쓰는 건

오늘 특별히 외부인이 접근했기 때문이다.

첫인상부터 강렬했는데, 하얗다 못해 투명한 피부를 가진 여자였다.

말하는 뽐새로는 임원이랑 아는 사이 같았는데,

그 여자도 이곳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았다.

그냥 지인 찾아 방문한 것 같기도 하고,

어쩌면 헤어진 남자에 대해 추적하다 이곳에 도달했는지도 모르겠다.

나와 몇 마디 안했지만 들어갈 수 없다는 말에

표정이 싹 변하는 걸로 봐서 단단히 실망한 모양이다.

들여보내주고 싶어도 내 권한 밖인걸 어쩌나.

오늘도 새벽이 하얗게 밝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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