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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30일 복직 6일째
게시물ID : today_5193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충전중이에요
추천 : 5
조회수 : 136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5/08/30 23:23:45
복직 6일째다.  

밤새 부채질하고 이리눕혔다가 저리눕혔다가 
옷갈아입혔다가 이래저래하다보니 아침이었다.  
지쳤던 나는 누군가 나랑 교대를 해줬으면 했는데  
큰누나빼고는 다들 바쁘신몸이라 왕래하기 힘드시다고.
 결국 오늘밤도 환자 옆에 내가 옆에있어야겠다는 결론에 도달하고 
밤새 한숨도 못잔 나는 예민했다.  
예민했던 내가 환자보기보다 바쁜일이 뭔지 혼자 궁금해하고  
혼자 빡쳐하고 하는것쯤은 있을 수 있는 일 아니겠어. 
그냥 속상했다. 

 누나가 2시쯤에온댔으니 
나는 1시쯤에 미리 집으로 가서 
출근할때 입을 옷이라던가 로션이라던가를 가지러 가려고 병실을 나서는데 
마침 병실로 들어서던 의사양반이  나에게 아빠 보호자냐고 물어보길래 그렇다고 했더니  
mri 검사결과가 나왔으니 설명좀 들으시겠냐고 해서 따라간 후에 
긴 대화를 나눴는데 

 솔직히 나는 이야기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현실적인 기분이 아니었다. 
대답은 존나잘했다. 
이상하게 내 마음이 침착하고 차분했던건 아직 그 당시에 현실감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일것이다. 

 요약을 하자면 
 아빠의 엉치뼈쪽 색깔이 확연하게 다른 색을 띄고있는데  
이것이 종양일 가능성은 지극히 높으며 
(당시 대화 > 의사 : 종양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 나 : 아 종양이요? / 의사 : 네... / 나 : 네... 그리고요? )  
이녀석이 아빠의 하반신 신경을 자극하고 있어서 현재 거동이 안되시는거고 
이녀석이 양성이냐 악성이냐는 추후 더욱 정밀한 검사로 확인을해야하며  
조형제를 사용한 후 mri를 다시 촬영할것이고  
ct도 다시 찍어야하는데  ct촬영은 아빠가 먹고있는 약이 너무 많아  약 이틀 후부터 진행이 가능할 것 같다고 했다. 

악성과 양성이 뭐가 다르냐고 물어봤는데 
양성은 그냥 종양 덩어리가 붙어있는거고  
악성은 흔히 말하는 암이라는 친구인데,  
이 경우 골육종이라는 병명이 붙게된다고 했다. 

 당시 내가 생각하기엔 잘 모르겠는게 더 많았지만 
일단 알았다고 하고 집으로 갔다. 

 집에 가는 도중에 아빠한테 전화가 와서 의사가 뭐라드냐고 물어보길래 
사진이 잘 안나와서 또 찍어야한다고만 말해줬다.  

큰누나에게 전화로 대충 상황을 전해줬더니  
아빠가 암보험에 들었는지 엄마한테 물어봐야겠다고 하길래 그러라고 했다.  
그리고 우리집은 왜 계속 이런일이 생기냐고 탄식하길래
그러게 
 라고만 해줬다. 달리 감상이 없는걸. 

 잠시후에 알게된 사실은 아빠는 여러가지 보험을 들어놨지만 암보험만은 들지 않았다고 한다는 사실이었다. 

집에 오는길에도, 집에와서 씻을때도, 누나에게 소식을 전해듣고 목소리가 떨리는 엄마랑 얘기를 나눌때도, 내일 출근할때 입을 옷과 각종 세면도구를 가방에 챙길때도, 다시 병원으로 가는 길에도, 누나랑 병원에서 저녁을 먹을때도, 이상하게, 그래 이상하게 차분했는데 

 오늘 저녁 이렇게 보호자용 침상에 앉아 두시간째 지나고보니 차분함은 가시고 눈시울만 조용히 뜨겁다. 씩씩해야 하는게 맞는데, 솔직히 무섭다. 

 아빠는 집에 가고싶어하셨다. 
검사를 다 해야 가지. 라고 핀잔을 줬다. 

 별일 아닐거라고 생각하면 존나게 별일이던데 
아빠의 하반신엔 무슨 일이 생기고있는것일까. 
난 왜 이럴때 맘놓고 안길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없을까.
 힘든거 해결해달란 말도 안해.  
그냥 옆에 니가 앉아있기만 해도 난 존나 괜찮은 척 연기하고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런데 그런사람이 없지 흑  

아 모바일로 글쓰기 짜증나지만 
병원이라 할게 없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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