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저녁, 뜻밖의 부고를 받았습니다. 지호의 성당 3년 선배이고, 저희 부부와 함께 ME 교육을 다녀온 성당 지인의 외아들이 학교 연구실에서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는 겁니다. 1995년 생이니 이제 겨우 만 스물 한 살, 에머리 대학 졸업을 앞두고 있는 명석하고 잘 생기고 키 크고, 음악을 좋아하는 친구였습니다.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시기에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그 아름다운 청년의 죽음은 당연히 안타까운 것이었습니다. 이제 만개할 수 있는 시기, 그 삶의 만개를 앞두고 있는 젊음이 갑작스레 그의 미래가 사라져 버렸다는 것도 안타까웠지만, 그 부모의 찢어질 가슴을 생각하니 더 안타까웠습니다. 만일 그게 내 일이었다면, 저는 얼마나 애통해하고 힘들어했을까요.
그 소식을 듣고 아내와 저도 참담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오늘 성당에 나오니 사람들이 모두 그 이야길 하고 있습니다. 그 부부가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 공감하고 있고, 그 젊은 친구의 죽음에 대해 안타까워하고 있습니다.
이 젊은 청년의 죽음, 저로 하여금 다시 세월호의 비극으로 세상을 떠나게 된 어린, 채 피어나지 못한 미래들을 다시 생각하게 만듭니다. 우리 성당 그 청년의 갑작스런 죽음은 비극적인 것입니다. 그런데, 그것은 아마 미리 구할 수 없었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세월호의 죽음은 우리가 모두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그것도 "가만히 있으라"는 말로 아이들을 죽음으로 몰아 넣은 것입니다. 그렇게 자녀들을 잃은 부모들은 얼마나 더 애통하고 비참했을까요. 그 죽음은 아직도 그 부모님들을 거리에 서게 만들고 있습니다. 왜 아이들이 죽어갔는지조차 모르는 그 부모들의 마음을 우리가 어떻게 다 혜량할 수 있을까요.
이 아픈 죽음 하나를 접하고 나니, 다시 세월호를 보며 느꼈던 아픔도 아리듯 도져 옵니다. 그러면서 그분들께 미안해집니다. 이렇게 아린 걸 그 분들은 매일 겪고 있는 거였군요. 가까운 이의 자제의 죽음이 이렇게 힘들게 느껴지는데, 자기 자식들을 그렇게 가슴에 묻고 매일을 그리 살아야 하는 분들의 가슴은 얼마나 문드러졌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