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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아직도 그 능력이 있을까?
게시물ID : humorbest_51951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날씨신의가호
추천 : 61
조회수 : 6716회
댓글수 : 11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2/08/28 13:47:01
원본글 작성시간 : 2012/08/28 04:56:00

한 17~18년 가까이 전이려나.

초3때, 학교를 갔다가 우산을 들고는 집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갑자기 비가 후두둑 오기 시작해서 얼른 우산을 폈다.
우산을 펴자마자 금방 비가 그쳤다.

우산을 접자마자 다시 비가 온다.
폈다.
멈췄다.

그러기를 8번쯤 반복했던 것 같다.

'헤에~'


어린 나는 날씨신이 장난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장화로 물웅덩이를 가볍게 밟으면서 중얼거렸다.

"심술쟁이. 하지만 앞으로는 내가 해달라는대로 해줄거지?"


그러고나서는 그냥저냥 무난하게 살아왔다.
사실 날씨가 굳이 변할 필요가 없었다ㅋ

그리고 대학생이 되었다.
산행을 자주하는 동아리에서 MT를 가곤 했다.
사람들은 날씨가 좋을 때마다 '회장의 순결'을 운운했었다.

2학년 때, 아주 중요한 MT를 내가 하루 늦게 갔던 적이 있었다.
가보니 하루나 이틀전에 왔다는 사람들이 다들 방 안에만 늘어져있는 것이다.
비가 너무 와서 산행을 못했다는 것.

장난삼아 말했었다.

"제가 와서 내일부터는 괜찮을거에요^^"
"아니면 죽는다ㅋ"

...정말 괜찮았다.


그리고 소규모 산행을 갔는데, 구름이 산정상을 너무 가리고 있었다.
'좀 떠나가줘'
그렇게 생각하자마자 정말로 구름이 걷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3학년 때인 5~6년 전 (회장이 바뀌었다)
그 때에는 제주도로 산행을 갔었다.

개학 후에 만난,
같은 동아리가 아닌 선배에게 장난삼아 말했다.

"제가 순결해서 날씨가 좋았어요^^"


곁을 지나가던 같은 동아리의 선배가 진지한 표정으로 끼어들었다.

 

"진짜야"


어? 이건 무슨 반응이지? ;;;

알고보니 그 당시에 태풍 세개가 제주도로 들어오고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나하나는 동해로 튕겨내고
하나는 일본으로 튕겨내고
마지막으로 진로를 바꾸지 못했던 녀석은 아예 바다 위에서 소멸해버렸다고...

(그나저나 제주도는 정말 힘들겠어요. 일주일에 태풍 세개씩이나 오기도 하고;;;)



가볍게는...
친오빠가 군대를 가있던 겨울,
제대하기 2~3주 전쯤에 휴가를 나왔다.
오빠의 얼굴을 보면서 다시 날씨신에게 빌었다.

'오빠가 제대하기 전까지는 절대 눈을 내리지 말아줘'

...강설량이 많은 편인 1월인데, 2주간 전혀 눈이 오질 않았었다.



어머니 손에 이끌려가서 골프를 배우고는,
그 다음날 필드에서 라운딩을 하기로 예약을 했다고 하셨다.

그런데 그 전날 밤 TV에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하는 것이었다.
영화 시작이 12시쯤
아침 골프는 8시까지 준비해서 나가기로 약속되어 있었다.


...설마 영화가 5시간 가량일줄은 몰랐다;;;

그래서 이번에는 좀 치사한 소원을 빌었다.

'저 절대 못 일어나요.
골프장 내일 하루 못하게 해주세요'


...일기예보에도 그다지 예상되지 않았던 눈이 새벽 5시부터 내리기 시작해서는
아침 8시에는 눈이 쌓여 골프를 칠 수 없게 되었다고 골프장에서 연락이 왔다



한국에서만 나타난건 아니었다.
2년 전에는 이집트 관광을 갔었다.
버스를 타고 사막을 달리는데, 모래먼지가 심하고 건조했다.

'비는 안 오나...'

비가... 왔다;;
우리를 인솔하던 가이드 아저씨도
가이드 생활 7년만에 사막에 비오는건 처음 봤다고 하셨다.
비록 극소량이긴 했지만,
뭔가 날씨신(?)의 마음이 느껴져서 기뻤다.




...내게 아직 이 능력이 남아있다면 좋겠다.

몇 년 전에, 너무 마음이 다치고 하다가 곧 죽을거라는 진단을 받고는
가벼운 예지몽 능력도,
이런 날씨신의 가호도 모두 필요없다는 식으로 혼자 하늘에 대고 소리질렀던 적이 있는데...

그 이후로 예지몽도 잘 안 꿔지고, 날씨도 내 마음을 따라주지 않는다...


그리고 한가지 능력(?) 더...
대학 때, 시험기간에 공부를 하는데
문득

투둑-

눈에서 눈물이 한방울 떨어졌었다.

뭐지...하다가 그냥 넘어갔는데
내가 갑자기 눈물흘렀던 그 시간은, 조금 아는 후배가 멀리 떨어진 곳에서 자살을 했을거라 추정되는 시간이었다고 한다...


친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을 때에도, 느닷없이 마구 허전하고 슬퍼졌는데 (돌아가셨다는 말 듣기 전부터)
30분쯤 후에 담임선생님이 갑자기 교무실로 부르기에
할아버지 돌아가셨다는 말도 아직 듣기 전부터 엉엉 울면서 교무실로 갔던 적도 있고...


그리고 오늘 아침
또 괜히 눈물이 뚝뚝 났다...

이번에도... 일까?



날씨신님
이름 멋대로 붙여서 죄송해요.
존재하는지 하지 않는지
아직도 저를 아껴주시는지는 모르겠지만...

제발... 이 나라를 망가뜨리지 말아주세요
이미 살기 힘들어요...

저도 더이상은 내 목숨이 얼마 안 남았네 어쩌네
세상 다 싫으네 이런 능력들 필요없네 마네 하지 않을테니
이번에도 부탁드려요

이번에는 제주도뿐만 아니라 이 나라를 지켜주세요
제가 이 나라 전체에 있다고 생각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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