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감은 ▶오늘까지 졌으면 앞이 까마득했을 텐데…. 너무 너무 기쁘다. 오늘은 최악의 경우까지 생각했다. 1경기에서 이기는 경우와 지는 경우를 모두 염두에 두고 `레퀴엠(승자결승) 프로토스 혹은 저그전'과 `머큐리(패자부활전) 저그 혹은 프로토스전'을 모두 연습했다. 결승전에서도 이렇게 많은 경우의 수를 염두에 뒀던 것 같지는 않다. 그러느라 어제(2일)와 오늘 경기 모두를 연습할 수는 없었다. 사실 어제의 경기는 아예 포기하고 여기에만 매달렸다.
-고비는. ▶사실 3경기보다 1경기에 더 중점을 뒀다. 상대는 `제2의 임요환'으로 불리는 한동욱이 아닌가. 한동욱의 경기에는 탱크가 적게 나온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 게 맞아 떨어졌다. 그리고 3경기에서 박용욱이 사용한 전술은 지난번 같은 팀 (송)병석형이 듀얼토너먼트때 준비했던 것과 똑같았다. 중간에 병력 생산이 주춤한 틈을 타, 승부를 낼 자신이 있었다.
-올초 너무 부진했는데. ▶너무 많은 일들이 한꺼번에 일어났다. 그동안 몸과 마음이 너무 피곤했었다. 훈련을 안 한 것은 아니지만 게임 외적인 것에 너무 많이 신경을 썼던 것 같다.특히 지난 2~3년 동안 꾸준히 스타리그에 오르다가 처음으로 탈락했을 때는 어찌해야 할 줄 몰랐다. 그동안 기복이 없다는 말을 들을 정도였는데, 한꺼번에 여러가지 충격과 부작용이 찾아오더라. 게임 인생에서 처음이라 더욱 혼란스러웠던 것 같다.
-추후 목표는. ▶무엇보다 자신감을 빨리 찾아야 할 것 같다. 요즘은 경기 중에도 `지면 어떻게 하지'라는 불안감이 찾아 온다. 예전의 마인드를 빨리 찾아야 할 것 같다.
-지난 반년 사이에 다른 신예들이 무섭게 성장했는데. ▶과거에는 신인들의 플레이를 보면 `이 선수는 이게 부족하고 저게 모자라고…' 등의 지적을 했는데, 요즘 저그 유저들을 보면 `와, 이선수는 이걸 다 하네' `저걸 다할 줄 아네' 등의 생각이 든다. 정말 실력있는 선수들이 많이 늘어났다. 그러나 나쁜 일이라고는 생각치 않는다. 이런 선수들 때문에 내가 자극을 받고 더 열심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신인이라도 배울 게 있으면 배우겠다. 신인과 노장을 구분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남의 것이라도 철저하게 내 장점으로 흡수하고 더 좋은 성적을 내는 수 밖에는 없다.
-박성준이 저그 첫 우승을 차지했는데. ▶나는 지난 몇년 동안 못해낸 일을 딱 몇개월만에 이뤄내는 모습을 보고 너무 억울하고 아쉽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문제는 나에게 있었다. 내가 질레트 스타리그에 올라갔다면 내 손으로 박성준의 우승을 막을 수도 있지 않았겠나. 스타리그 우승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었지만 지난 몇년간 나를 이끌어온 목표였던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이제는 `첫 우승은 내가 했다'고 외칠 수는 없게 됐다. 하지만 박성준의 우승으로 뜨거운 무엇이 목까지 치밀어 올랐다. 내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이제는 저그 첫 우승같이 거창한 것이 문제가 아니다. 사실 몇시간 전까지만 하더라도 내 인생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듀얼토너먼트 통과였다. 이제는 스타리그 본선 8강 진출이 가장 급선무이고, 프로리그 2라운드 첫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는 게 목표다. 이제는 순간 순간에 최선을 다하면서 살겠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그 누구도 이룰 수 없는 큰 목표가 생길 거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