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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팬픽] 달과 별, 빛나는
게시물ID : pony_5200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라케
추천 : 9
조회수 : 449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3/09/07 00:38:19

보름달이 뜬 밤하늘을 바라보신 적이 있나요? 네, 그렇죠. 어지간히 할짓이 없으면 어떤 포니도 그러지는 않을 겁니다.


만일 어떤 포니가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것은 실연당했거나, 해고당했거나, 일이 잘 안풀리거나, 외롭거나, 인생이 고달픈 포니겠죠. 위로해줘야 한다고요? 저런, 당신은 오지랖이 좀 넓으십니다. 그렇게 살면 힘들어요.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이 포니도 위로해줘야 하지 않을까요.


이 포니 또한 할짓없이 하늘을 우러러 보고 있습니다. 보통의 포니들이 이 포니를 보인다면 '궁상맞다'와 '외로워보인다'의 중간 쯤 되는 의견을 내놓지 않을까요. 그 포니 스스로도 자신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굳이 말하자면 비관적인 쪽으로 조금 치우쳐져 있는 의견을 내놓고 있었지요.



"이 짓거리도 이젠 접어야 하나,"



살다보면 마음에 안 맞는 직업을 갖게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 큐티마크로 반박할 생각이시면 일찌감치 접으세요. 이 포니는 큐티마크에 대해서는 정말로 비관적인 관점을 지니고 있거든요. 아마도 당신의 큐티마크를 불로 태우고 지지자는 의견을 표출할지도 모릅니다. 그녀의 큐티마크는 '마법'입니다. 있어보인다고 말할수도 있겠군요.


잠시 그녀의 삶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할까요? 그녀는 나름 잘나가는 도시의 나름 잘나가는 학교에 입학해 나름 잘나가는 망아지였습니다. 자신의 인생이 장밋빛은 아니더라도 암울한 쥐색일 거라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는 보통의 망아지였지요. 하루하루 지식을 배워나가면서 자신의 앞날이라는 도화지에 기대의 스캐치를 하던 어느 날, 하늘에서 무지개가 떴습니다. 흔히 있는 일 아니냐고요? 아무렴요, 흔히 있는 일이죠.


근데 보통의 무지개가 무슨 파문처럼 하늘로 퍼지던가요? 그녀가 본 무지개는 그런 무지개였습니다. 놀랍게도 그 순간 그녀의 숨겨져있던(그렇게 생각한) 잠재력이 발휘되었지요. 잠재력쯤이야 언제든지 발휘될 수 있지만 그 날은 정말 특별한 날이었습니다. 학교에서 시험을 치던 도중이었거든요. 훌륭하다 못해 괴악한 수준으로 자신의 마법적 능력을 보여준 그녀는 그 때 큐티마크를 얻어내었습니다. 큐티마크를 따낸 거의 모든 망아지가 그렇듯 그녀도 처음에는 뛸 듯이 기뻐했어요. 이제 그녀가 스케치해둔 도화지에 채색을 할 때가 된듯 했습니다.


하지만 왠걸, 그녀는 그 이후로 단 한번도 그런 멋진 마법을 보일 수가 없게되었습니다. 사실은 그것보다 더 심했지요. 마법이 아닌 마술의 수준밖에 그녀는 보일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마술 아시죠? 모자에서 비둘기 꺼내고, 지팡이를 꽃으로 변하게 하는 그것 말입니다. 그녀는 그정도 수준의 마법밖에 부릴 수 없게 되었습니다. 처음 그녀의 잠재력에 큰 관심을 보이던 학교도 그녀에 대한 관심을 끊어버렸지요. 일년 내내 붉은 꽃이 있던가요. 단지 그녀는 너무나 빨리 시들어버린 꽃이었습니다. 솔직히 거의 아무도 그 꽃이 핀줄도 모르게 져버렸지요.


그녀가 결코 생각지도 않은 쥐색이 그녀의 도화지에 칠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그녀의 재능은 정해져 버렸지만 어떠한 방법을 써도 보통의 유니콘이 쓰는 마법밖에 쓸 수 없게 되어버렸지요. 학교에서도 쫓겨나고 부모 또한 그녀를 외면하기 시작했습니다. 부모가 어떻게 자식을 외면하냐고요? 저런, 요즘에는 자식이 부모를 외면하는 시대입니다. 부모가 자식을 외면할 수 없으면 부모들이 대단히 불공평하게 여기지 않을까요? 물론 페가수스들 처럼 아얘 자식과 부모의 연을 태어나자마자 끊어버리는 경우도 있지만, 그녀는 유니콘이었기에 처음 자신이 부모에게 버려졌다는 사실을 인식했을 때 굉장히 당황했습니다.


하지만 어쩌겠나요. 먹고 살기 위해서는 무언갈 해야하지 않을까요? 그때부터 그녀는 갖가지 일을 다 해봤습니다. 웨이트리스도 해봤고, 간호사도 해봤고, 구둣장이도, 품팔이도, 정말 안해본게 없을 정도였어요. 심지어 전자동 사이다 생산기계의 동력을 데주는 일도 해본적이 있었지요.


하나같이 다 쫓겨났습니다. 그녀가 그일을 맞기에는 그일에 출중한 포니들이 너무나 많았거든요. 웨이트리스 큐티마크, 간호사 큐티마크, 구둣장이 큐티마크, 품팔이 큐티마크, 사이다 생산기계의 동력은 어떻게 됬냐고요? 마법이 신통치 않다고 쫓겨났답니다. 이미 있는 어떠한 일도 그녀에겐 마땅치 않았어요. 그녀는 그녀의 큐티마크를 뜯어내버리고 싶었어요. 물론 죽고도 싶었어요.


하지만 죽기엔 너무나도 억울했습니다.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데요? 그녀는 그저 원치않은 큐티마크 하나를 얻어버렸을 뿐이었습니다. 지금 죽어버리는 건 억울하고 분통스러운 일이었습니다. 한동안 그녀는 무지개에 대한 욕을 쏟아내었습니다. 부당한 책임 전가라고요? 그녀에게는 세상에 부당해보였어요. 솔직히 그녀는 무언가에 대해 분노라도 터뜨리지 않고서는 이 무기력을 어찌 할수가 없기에 그랬습니다. 그렇게 한동안 욕을 일삼던 그녀는 깨달았습니다.


별건 아니었어요. 모든 포니들이 자신의 큐티마크, 재능을 가지고 자신만이 해낼수 있는 일을 한다면, 자신도 자신만이 해낼수 있는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갑자기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지요. 여지껏 해온일이 아니냐고요? 쉿, 그녀에겐 그것이 아주 중요한 깨달음 처럼 느껴졌어요. 사실 우리가 한번이라도 이성적으로 행동해본적이 있던가요? 만일 있다면 당신을 존경해드리겠습니다만, 이성이란게 사실은 맹목의 다른 이름 아니던가요.


어찌되었든 그녀는 자신만의 일을 찾기 시작했고, 놀랍게도 그녀는 찾아냈어요. 세상이 그녀가 불쌍한 나머지 행운 한 푼을 던져준것인지도 모르겠지만, 그녀는 순회 공연이 자신에게 알맞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녀는 온 이퀘스트리아를 돌아다니면서 순회 공연을 하기 시작했죠. 나름 벌이도 짭짤했습니다. 과연 아무도 하지않던 일이니 사람들이 신기해하더군요.


하지만 같은 마을에 두번은 가지 못했습니다. 어떤 일이든 질리기 마련이고 그녀의 공연은 특히 쉽고 빠르게 질렸거든요. 마법이야 어느 유니콘이나 하기 마련이고 거짓말도 치고 치고 치니 그 레퍼토리가 뻔해져 버렸습니다. 흔히들 말하는 거짓말쟁이의 말로일까요.


그렇기에 그녀는 쉬지 않고 매일 어떤 마을이든 들러 그녀의 공연을 보여줬고, 공연의 내용은 가면 갈수록 도발적으로 변모해갔어요. 그녀는 조금이라도 더 관심을 끌기 위해 자신을 위한 별명도 지어줬죠. 그렇게 자신의 사업이 나름 번창하는 것을 보고 그녀는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뭐든지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근거없는 자신감과 이제 자신은 뭘 하든 괜찮을 거라는 안도감이 서서히 그녀를 잡아먹기 시작했지요.


그리고 그녀는 실패했답니다.


어떤 깡촌의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작은 보랏빛 포니 하나가 그녀의 사업을 산산조각 내버렸어요. 다른 도시에 가면 되지 않느냐고요? 한번 실패했는데 두번은 실패못할까, 라는 불안감과 이런 보랏빛 포니가 하나 뿐일까, 라는 누구든지 할수 있는 불안감이 그녀를 덮치기 시작했거든요. 여지껏 평생을 실패해온 그녀가 가진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다른 포니보다 월등히 높았습니다.


이제 그녀는 원망하기도 지쳐버렸습니다. 그 보랏빛 포니는 할일을 했죠. 자신의 마을이 부서지게 생겼는데 가만히 있는게 더 웃긴일 아니던가요.


그녀는 달을 바라봤어요. 달을 바라보면서 생각했죠. 사실 처음 달을 본 기억도 새록새록 나는 듯 합니다. 처음 달을 봤던 어린 그녀는 과연 이런 걱정을 한번이라도 해봤을까요? 이런 걱정을 할것이라고 생각해봤을까요? 눈앞에서 찬란하게 빛나던 달이 살짝 일그러져 보이더니 소리도 내는 듯 했어요. 그래요, 그녀도 알고 있었습니다. 달이 일그러진 이유는 그녀의 눈물이 일그러트린 것이고 달이 소리를 내는 이유는 그녀가 울고 있기 때문이었지요.


조용히 울먹이며 그녀는 눈을 가렸습니다. 가슴이 터질듯이, 마냥 울어버리는 것이 이럴때의 해답이라는 것은 그녀가 여지껏 살아오면서 배워온 교훈 중 가장 쓸만한 것이었습니다. 그녀가 행복에 부풀어 지은 마차위에서 그녀는 자신을 동정하기 시작했습니다. 오늘만큼 그녀의 큐티마크가 증오 스러웠던 적도 없었습니다. 오늘이 끝나면, 이밤이 끝나면 다시 새로운 일을 찾으러 자신이 떠날 것을 그녀도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오늘 만큼은 그저 울고만 싶었습니다.




달이 반짝였고, 그녀의 마법을 상징하는 큐티마크, 달과 별도 반짝인 듯 했습니다.








그녀의 이름은 트릭시, 이 이퀘스트리아의 서글픈 실패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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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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