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년 전, 남태평양의 외딴 섬을 방문한 문명사회의 과학자에게 섬 원주민이 물었다. 예상치 못한 질문에 선뜻 답을 하지 못한 과학자는 오랜 고민 끝에 다음과 같이 답했다. “짐은 많은 일을 해 주니까요. 짐은 적은 시간에 더 많은 일을 하게 해 주고 그렇게 아껴진 시간은 생각을 할 여유를 주고, 생각은 창조적 산물을 낳고 문명을 가능하게 하지요. 그래서 우리는 당신들보다 짐이 많지요.” 원주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원주민이 본 짐은 일부이자 시작에 불과했다. 시간이 흘러 그 과학자보다 훨씬 많은 짐을 갖고 있는 우리를 보자 원주민이 질문을 한다. 우리는 선뜻 대답한다. “아니요. 바빠 죽겠으니 말 걸지 마시오.” 짐에 둘러싸인 우리는 정말 여유가 없어 보였다. 이상하게 생각한 원주민이 다시 질문을 한다. “그럼 그것들은 적은 시간에 많은 일을 대신 해 주지 않는다는 건가요?” “어떤 건 나를 옭아매서 더 많은 일을 하게 만들어요.”우리는 선뜻 대답한다. “그럼 그것들은 짐이 아니군요?” 많은 일을 대신 해 주고 여유를 주는 것만이 짐이라고 생각하는 원주민은, 도움을 주긴커녕 옭아매기만 하는 짐들을 뭐라고 부를까 고민하다가 이렇게 부르기로 했다. 버. 릴. 것. 들. 자. 이제 그 섬 원주민을 우리의 삶과 정신 속으로 초대하자. 그리고 그가 짐을 두 종류로 분류한 뒤 비우게 하자.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 주는 것과 단절시키는 것. 시간과 시간 사이에 여유를 주는 것과 쫓기게 하는 것. 상상을 하게 하는 생각과 방해하는 생각. 그렇게 비워 낸 사이사이에서 소통과 여유, 상상의 씨앗이 자라 우리들 각자에게 꿈과 사랑, 행복이라는 문명을 꽃피우게 하자. - 글ㆍ그림 황진국 / 화가, 일러스트레이터 겸 산책가 출처 http://www.samsung.co.kr/news/biz_view.jsp?contentid=119534&category1id=19&category2id=51&sort=&codeid=&sorttype=&companyid=&searchword=&syear=&smonth=&eyear=&emonth=&searchyear=&searchmonth=